나는 원래 어딜 가든 한 가게만 파는 충성고객 기질이 있다. 이탈리아에 오기 전 한국에서는 미용실도 10년을 넘게 자리를 옮길 때마다 쫓아다녔고, 덕분에 미용실 원장님 마음대로 내 머리 스타일이 좌지 우지 했고 가격도 물가 상승률에 따라 높게 받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 한국에서 미용실 가격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내 머리는 항상 커트도 8천 원 파마도 8만 원을 절대 넘지 않았다. )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우리 학교 앞에서도 떡볶이는 미진 분식만 갔고, 순대 국밥은 시장 골목 순대 거리에서 세 번째 집 그 집만 갔고, 족발도 피자도 나의 한결같은 취향은 변하지 않았다. 나 같은 충성고객 50명만 있어도 장사는 문제없지 싶을 정도로 나는 고집스럽게 내가 가는 집만 오랫동안 갔다. 그 음식과 사람이 익숙하기도 하고, 다른 집에서 혹시나 실패할까 싶은 두려움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 같은 충성고객은 한 번 돌아서면 무서운 안티가 된다. )
한국에서 나의 충성 맛집들이 있듯이 베네치아에는 네보디(Nevodi)가 있다. 이곳을 언제부터 다니기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처음 두 번은 갔다가 자리가 없어 허탕을 치고 다음부터는 12시에 오픈을 하면 11시 30분부터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첫 손님으로 가서 먹는다. 네보디는 사전 예약도 안 받아주고, 테이블도 몇 개 없다.
모듬 해산물 튀김
네보디는 내어놓는 음식의 재료도 최고지만, 식전 빵이나 올리브유, 발사믹 식초도 일반적인 슈퍼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아닌 고급만 쓴다. 베네치아의 해산물 요리가 솔직히 말해 이탈리아 남부의 그것과는 비할바가 못되지만 베네치아에서 네보디만큼 감탄을 자아내는 해산물 튀김은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플레이팅도 감각적이다. 내가 음식에 대해서는 전문가는 아니라 할지라도 튀김의 두께 그리고 면의 익힘 정도, 면의 간 등 모든 것이 그냥 완벽에 가깝다. 그 어느 누구를 데리고 가도 그리고 언제 가도 실패가 없는 맛집이다. 무난한 정도가 아니라 항상 최고였다. 그날의 특선 요리나 계절에 따라 메뉴가 바뀌기도 하지만 내가 먹어본 대부분의 메뉴가 좋았다. 베네치아에서 지금까지는 유일에 가까운 나에게 든든한 보석 같은 맛집이다.
해산물 파스타
예약이 안되기 때문에 음식을 맛볼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베네치아를 찾는 분들이 바가지 없고, 실패 없는 맛집을 찾으신다면 나는 네보디(Nevodi)를 주저 없이 가장 먼저 추천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