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Calle Lunga Santa Maria Formosa, 5176b, 30122 Venezia VE
사실은 처음에 아쿠아 알타 서점을 찾느라 진땀을 좀 뺐다. 미로 같은 골목을 빠져나와 한참을 길을 헤매다 입구에 모여있는 사람들 때문에 찾게 되었다. 비밀스럽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이곳이 바로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서점 아쿠아 알타이다.!
아쿠아 알타 서점 입구
베네치아를 사랑하는 주인장의 마음이 느껴진다.
아쿠아 알타 서점(Libreria Acqua Alta)은 BBC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개의 서점 중 한 곳으로 꼽혔으며, 이탈리아 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심지어 이번에 이탈리아어 B1시험을 쳤을 때 지문으로도 아쿠아 알타 서점이 등장했다. 이곳은 베네치아를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찾는 산마르코 광장 또는 리알토 다리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내가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아쿠아 알타 서점이야 말로 베네치아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봐야 할 장소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물에 잠기는 서점이라니 말만 들어도 이상하다. 외관상으로 봤을 땐 평범한 서점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서점 주인 Luigi와 그의 고양이, 그리고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곤돌라, 무심한 듯 쌓여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책이 곤돌라를 타고 있다.
베네치아는 겨울철만 되면 기류에 의해 물이 역류하는 아쿠아 알타 현상이 일어난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아쿠아 알타(Acqua Alta-만조)가 일어나면 집이나 가게 등으로 물이 차올라오기 때문에 사람이 살기에도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특히나 서점을 운영하기에는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서점의 책들은 모두 물에 젖지 않도록 곤돌라 모양의 배나, 욕조 등에 무심하게 툭 걸쳐져 있거나(팔려는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싶게), 모두 땅에서 15cm 이상 떨어진 상태로 진열이 되어 있다. 서점을 구경하는 것은 무료이며, 판매하는 책은 중고 또는 새책뿐만 아니라 시중에 판매되지 않는 한정판이나, 절판된 귀한 책, 고서적 등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쿰쿰한 오래된 책 냄새가 가득하다. 대부분은 새책이라고는 하지만 서점의 분위기 때문인지 빛바랜 오래된 책처럼 느껴진다. 겨울철마다 물에 잠기는 서점을 관리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테다. 헌책과 만화 시리즈는 가격이 저렴한 편인데 오래된 종이의 질감이 좋다. 서점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탈리아어 책을 한국어 읽듯이 술술 읽을 수만 있다면 참 좋았겠다 싶다. 요즈음은 이탈리아도 이북(ebook)을 읽고 있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나는 책은 아무래도 종이가 좋다. 종이책은 읽는다는 느낌이지만 이북은 책을 본다는 느낌이 강하다고나 할까?
3권에 단돈 3유로
욕조가 책장이 되었다.
잘 팔리지 않는 오래된 백과사전 등 두꺼운 서적들은 이렇게 계단으로 활용되어 책을 계단 삼아 올라가면 베네치아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지나가는 곤돌리에레와 하이파이브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운하와 가깝다. 계단을 보면서 책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오래전부터 철저하게 관리되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쿠아 알타와 함께 했다.
손으로 쓴 글자가 사랑스럽다.
베네치아에 왔으면 곤돌라를 타봐야지~ 그러나 가격 때문에 망설여지셨던 분들은 아쿠아 알타 서점에서 체험을 해봐도 좋다. 관광객들을 위해서 실제로 곤돌라가 밖에 묶여 있다. (단 인증샷을 찍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베네치아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아쿠아 알타 서점 안에 있으면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온 기분마저 든다.
아쿠아알타의 마스코트! 고양이도 책을 요리조리 타넘고 다닌다.
나는 사람들이 베네치아를 짧게 방문하는 것이 참 안타깝다. 베네치아는 하루 이틀이면 된다는 글을 많이 봤는데, 사람들에게 베네치아의 무궁무진한 매력을 많이 알려주고 싶다. 사실 여행하기에 그리 좋은 조건은 아닐 수 있다. 좁은 섬 안에 백여 개가 넘는 다리를 캐리어를 끌고 건너야 하고, 살인적인 물가에, 1년에 300만 명이 방문하는 그야말로 관광도시... 그러나 그 북적이는 골목을 하나만 벗어나면 마법처럼 또 다른 세상이 나타난다. 나도 이제 1년을 조금 넘게 살아본 새내기 입주민이지만 사람들에게서 "베네치아는 일주일을 있어도 모자라, 또 오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아마 이 코딱지만 한 도시에 단단히 콩깍지가 씐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