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공항에는 뭐가 있을까?
2024년 9월 17일 화요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떠나는 날
안녕, 산티아고
오늘은 2주일간 머물렀던 숙소를 떠나 이탈리아로 돌아가는 날이기에 아주 일찍 일어났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도 맥시멀리스트답게 정말 많은 짐을 가져갔던 나로서는 아직도 짐을 알차게 싸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에 새벽부터 일어나 재정비를 해야만 했다. 냉장고에 소중하게 넣어놓았던 지영언니가 만들어주신 브라우니와 어제 신랑을 위해 사둔 이베리코 하몽을 마지막에 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생각지도 못했던 산티아고의 추웠던 날씨덕에 급조한 운동화와 옷가지들은 안타깝게도 순위에 들지 못해 두고 갈 정도로 내 가방은 늘 가득 차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생각해 보니 승무원을 했을 때에도 내 가방은 늘 가득 차 있었다. 그때는 디바이더들을 맞춰놓아 가방 안에 늘 들어가 있어야 하는 화장품, 잠옷, 내 얇은 담요 등의 자리가 딱 정해져 있어서 비행하는 도시의 날씨에 맞는 신발과 옷만 더 챙겨가면 되는 나만의 시스템이 있었기에 내가 맥시멀리스트인지도 모르고 살았나 봐. 레이오버가 끝나고는 어느 나라를 갔던지 현지 과자들과 기념품들로 꽉 찬 가방을 끌고 돌아오곤 했으니 나는 맥시멀리스트에 간식대장에 기념품 콜렉터까지 여행자로서 큰 가방을 피할 수 없는 모든 조건을 가지고 다니는 핵폭탄급 맥시멀리스트인 게 분명하다.
그런 내가 순례길을 걸어봤다고 미니멀리스트가 될 리가 있나. 여행을 온 것도 아니고 봉사하러 온 이곳 산티아고, 그것도 이미 와본 이곳에서도 난 스페인 과자들과 띤또 데 베라노, 콜라카오 코코아까지 아주 잔뜩 사놔서 지금 새벽 5시에 낑낑대며 이리저리 가방 안에 다 담아볼 요령을 부리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그래도 늘 집에 가져가면 행복하다고! 특히나 음식은 먹고 싶어서 산다기보다 한 주, 두 주가 흐른 뒤 꺼내 먹으며 여행지에서의 그 순간을 기억하는 나름의 ‘여행을 추억하는 맛’을 위해 사는 거다. 작년 순례길을 걷고 사온 콜라카오 코코아를 몇 달이 지난 뒤 꺼내 따뜻하게 준비한 우유에 한 봉지 탁 털어 마셔주었을 때 나는 단순하게 스페인의 코코아 한 잔을 마시는 게 아니었다. 추웠던 아침, 언니와 걸었던 순례길 어딘가의 바에서 한 잔 했던 그 공기와 대화와 풍경들을 즐기는 거였다. 나에게 현지에서 사 온 음식은 기억저장소와 같은 추억을 되살리는 매개체이다. 아주 신기하게 정말 그때의 순간이 마음속에 비디오처럼 상영되며 그 생생함에 너털웃음이 나게 하는 행복한 경험을 주는 것이 바로 현지공수한 음식이다.
이번에 가져가는 음식들은 내가 순례자 사무실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만났던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특별했던 경험을 기억하기 위함이라 새벽에 일어나 여행가방과 하는 이 씨름 한판이 싫지만은 않다. 20kg을 딱 맞춰가지 않으면 엄청난 페널티를 내야 하는 라이언에어 덕분에 산티아고로 들어가는 길 초입에 있는 중국가게에서 여행용 가방 저울까지 사서 무게를 재가며 확인 중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한 시간 정도 가방과의 경기를 이어가다 드디어 저울이 20kg에 멈췄다. 바로 이거야! 비록 뭘 많이 버리고 가게 되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내가 담아가고 싶었던 현지 음식들은 다 사수했다. 나는 죽을 때까지 가볍게 여행하기는 그른 것 같구나. 마흔이 되어도 현지 슈퍼마켓에서 장 보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고, 유명하거나 새로워 보이는 과자들은 다 시도해보고 싶은 호기심과 열정은 꺼지질 않는데 난 그런 내가 좋다. 재밌잖아.
자 짐도 다 쌌으니 그럼 공항으로 출발해 볼까?
산티아고에서 공항 가는 길
여행을 할 때 개인적으로 안전제일주의 파인 나는 특히나 공항에서 또는 공항으로 이동할 때 택시를 선호하는 편이다. 짐을 들고 지하철이나 버스등을 타며 도착시간이며 내려야 하는 정류장 등을 신경 쓰는 스트레스는 여행의 좋은 시작과, 좋은 끝을 맺는데 방해가 될 것만 같다. 그래서 늘 돈을 조금 더 주고 택시를 타 안전하고 편하게 이동을 하는 편인데 오늘은 나름 여기 2주일 있었다고 뭔 용기가 생겨 용감하게 1유로짜리 버스를 탔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스페인의 다른 지역보다는 확실히 안전하기도 하고 며칠 전에 아침으로 빤 꼰 토마테를 먹으러 가기 위해 탔던 버스가 공항으로 가는 같은 차여서 경험에서 나온 여유랄까. 한 20분 만에 금방 공항에 도착해 혼자 별거 아닌 걸로 뿌듯하다. 23유로의 택시를 아꼈구먼! 아주 자랑스럽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교통수단 비교
공항에서 시티까지 가는 택시 : 23유로로 고정가격, 탑승 시간 15분 내외
공항에서 시티 가는 버스 6A : 1유로로 운행 간격은 20분에서 30분 사이, 돌아서 가기 때문에 시티에서 공항까지는 30분에서 40분 예상 (나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살짝 바깥이어서 20분 남짓 걸린 것).
개인적인 의견 : 2명 이상에 짐이 많거나 숙소가 멀리 있다면 택시 추천, 혼자이고 짐을 잘 캐리 할 수 있다면 버스 정말 추천.
주의할 점 : 버스 운행 간격이 20분 ~ 30분으로 좀 넓은 편이라 늘 시간을 여유 있게 계산해서 일찍 나와야 한다는 점. 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오전에 출발하는 항공편이 많은 시간에는 버스도 꽉 차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하자.
남편이랑 같이 여행 다닐 때도 늘 일찍 일찍 공항에 도착하긴 하지만 오늘은 혼자 움직이는 거고 혹시 모르는 마음에 더 큰 시간 여유를 두고 도착해 버렸다. 여행을 할 때의 내 마음가짐은 ‘빠듯하게 가서 불안하거나 비행기를 놓치느니 공항에서 한 시간 더 기다리더라도 일찍 간다 ‘이기에 오늘도 모토를 따르고 후회는 없다.
이른 아침의 산티아고 공항은 매우 깔끔하고 조용했다. 물론 크기야 비할 수 없지만 약간 인천국제공항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개방감도 있는 게 마음에 든다. 들어가서 오른쪽 구석에 사람들이 식사를 할만한 큼지막한 카페가 있어서 자리를 잡고 스페인에의 마지막 카페 콘 레체를 즐겨본다. 커피야 산티아고 시내의 야물찬 바리스타의 손맛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그냥 마지막 기분내기랄까. 체크인 시간이 다가오고 가방을 떨구자마자 공항 안으로 들어간다. 일찍 온만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공항과 면세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공항의 면세점 털기
산티아고 공항은 나름 재정비된 신식 공항이다. 모든 시설이 깔끔하고 크기도 널찍한 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사랑받는 도시의 공항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 명의 순례자로서 괜스레 뿌듯해진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곳을 통해 나가는 순례자들에게 꾀나 쾌적한 경험을 주는 한마디로 ‘공항 올 맛’이 나는 장소라고 할까? 이탈리아의 작은 공항들을 많이 거쳐본 나로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공항은 수도나 큰 유명 관광지 공항이 아니라 쳐도 꽤나 멋진 공항이다. 규모야 대도시와 비할 수 없지만 깔끔, 신식, 쾌적 그 자체. 비행기 티켓 QR코드를 스캔하고 들어가 짐 검사를 마치면 바로 면세구역이 펼쳐진다.
Aelia 듀티프리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Lagardère Travel Retail에서 운영하는 면세점 체인인데 이탈리아 로마나 스페인의 마드리드는 물론 유럽 대부분의 주요 공항에서 볼 수 있어 낯설지가 않은 브랜드이다. 그만큼 제품 가격들도 안정되어 있고 주요 도시에서 다루는 품목들은 골고루 들어와 있다는 거니 개인적으로 Aelia 듀티프리라고 하면 좀 좋은 공항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악! 그런데 면세점 바닥에도 순례자 조개 표식이 있다! 이런 깜찍한 디테일 장인들 같으니라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공항 면세구역이 한층 더 사랑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공항 안에 들어와서 일단 비행을 위해 뭐라도 하나 먹거나 사자 싶으면 영국체인인 WHSmith(더블유 에이치 스미스)가 있어서 간단하게 초콜릿이나 과자, 물 등을 구입할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리에 앉아 마지막 식사를 하고 싶다면 바로 앞에 Air food one에서 샐러드와 빵 혹은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공항 규모가 엄청 커다란 건 아니기에 맥도널드나 스타벅스 같은 전 세계 체인 패스트푸드 점이나 커피숍은 없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아마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운행하는 비행들은 짧게는 한두 시간, 길게는 서너 시간의 유럽 직항편들이 대부분이라 거창한 푸드코드나 레스토랑의 필요성이 높진 않은 공항이어서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사람들이 한 곳에 바글바글 붐비지도 않고 음식냄새도 없는 조용하고 깨끗한 공항이미지를 유지하는 데는 아마 더 좋게 작용한 것 같다. 한국인들이 스페인에 와서 맛보기 좋아하는 Bonilla a la vista 감자칩이나 프링글스 스페인 한정판인 하몽 맛도 공항에서 팔기에 원하신다면 한 봉지쯤 비행하며 먹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도 있으니 잊지 마시길! 하지만 개인적으로 감자칩은 감자칩일 뿐이요, 프링글스의 하몽 맛도 어디서 먹어본 듯한 바비큐나 여타 다른 프링글스 맛들과 비등비등하기에 딱히 추천하진 않는다. 정말 간식을 사는 거, 시도하는 거 좋아하는 자칭타칭 간식대장으로써 내 눈이 휘둥그레지게 하는 많은 세상의 간식들 중에 이 두 개는 딱히… 나는 정말 맛있는 걸 먹으면 ‘우리 엄마 먹여주고 싶다!’, ’ 우리 언니가 좋아할 맛이다!‘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데 이 두 개는 아니올시다. 그냥 경험상, 스페인을 떠나기 아쉽다면 스스로를 위해 재미로 한 번 먹어봤노라 수준에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Bonilla a la virta의 슈퍼마켓 가격은 2.65유로 (한화 4천 원)인데 공항에서는 5.9유로(한화 8800원)이니 두 배 가격을 내고 감자칩 먹기에는 조금 아쉽지 않겠어? 프링글스도 마트에서 하몽 맛은 3유로(한화 4500원) 면 사는데 공항에서는 5.3유로(한화 8천 원 돈)에 파니 자, 선택은 언제나 우리의 것. 산티아고를 떠나기 전날에 미리미리 슈퍼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챙겨가는 걸로 하자.
시간 여유가 있으니 면세를 둘러보는 마음도 가벼워서 너무 좋다. 공항 안에는 대여섯 개의 기념품 샵들이 있는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작은 자석 기념품에서부터 카미노 컨셉의 고급 도자기 기념품 등 물건의 종류와 가격대가 다양해 보는 재미가 참 쏠쏠했다. 아주 좋은 수제 제품들의 가격대가 심하게 높지는 않기에 퀄리티 있는 소장용이나 선물용 산티아고 기념품을 원한다면 고려해 볼 수 있는 정도라 개인적으로는 추천하는 편이다. 왜 있잖아 내가 나를 위해 사기에는 조금 가격이 센데 누구 선물해 주기엔 손 부끄럽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가격대라고나 할까. 그리고 전 세계 순례자들의 성지답게 순례길 관련된 까미노 기념품들이 많아서 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만지작 거리다가 왔다는 거 아니야. 두건이나 얼굴 커버로도 쓸 수 있는 멀티 스카프도 여러 종류로 팔고, 조개 로고 그려진 티셔츠나 에코백도 얼마나 이쁜지 한참을 쳐다보며 ‘이거 내년이든 언제든 다음번 순례길 걸을 때 사용하지 않을까?’이런 생각을 아주 여러 번 했다. 공항인걸 감안해도 가격대가 나쁘지 않아서 순례자라면 산티아고 공항에서 마지막 쇼핑하기 난 나름 좋은 기회라고 생각 든다. 아 지금 사진을 올리면서 봐도 ‘내가 왜 저걸 안 사 왔지?’ 이런 생각이 드는 몇 개의 아이템이 있어 아쉽네… 뭐 다음을 기약해야지.
산티아고 파이는 꼭 공항에서 사세요
기억하자 산티아고 파이는 공항에서, 아몬드 쿠키는 시내에서 사기
산티아고 파이는 꼭 공항에서 사자! 이건 작년 순례길을 마치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공항을 통해 나간 언니와 나의 찐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다. 대부분의 순례자분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이 초행이셨을 거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두 번 세 번 걸으시는 분들의 숫자는 처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오는 순례자들에 비해 그 숫자가 현저히 적다는 건 확실하니 초행이셨던 분들을 염두에 두고 말씀드리는데 산티아고 파이는 꼭 공항에서 사시는 게 이득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 우리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해 대성당 근처의 구시가지를 거닐다 보면 정말 많은 가게에서 산티아고 파이 시식을 하며 구입을 유도하는 아주머니들을 많이 뵌다.
막 순례길을 마쳤다는 그 흥분도 있고, 산티아고 파이 자체가 담백하고 적당히 달달한 게 맛있기도 하고, 유통기한이 3개월이나 되니 집에 하나 가져가야지 혹은 선물하고 싶어서 한두 개 사게 되는데 이게 무겁단 말이야. 우리 언니는 첫 순례길을 함께 하신 대모님께 드린다고 사고, 회사에 가져갈 것, 집에서 식구들이랑 맛볼 것 등등 4개 정도를 구입했는데 부피도 크고, 무게도 있고, 파이니까 가능한 반듯하게 들고 가야 하니 신경도 많이 써서 공항에 갔어야 했단 말이지. 게다가 항공사들의 무게 규정도 있고, 기내에 반입할 수 있는 가방은 간단한 가방 하나 정도라 엄청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항공사 규율에 듀티프리에서 산 물건들에 대한 규정은 없어서 듀티프리에서 산 쇼핑백들은 크게 제지를 안 하는 게 대부분이라 면세에서 사는 게 더 이득이 많다. 언니랑 나도 파이가 너무 많으니 이러다 게이트에서 반입 가방 틀에 한 번 넣어보라고, 안 들어간다고 돈 더 내라고 그러는 거 아닐까 걱정하다가 면세점에서 파이 하나 더 사고 얻은 면세 쇼핑백에 꾸역꾸역 겹쳐 넣어 겨우 통과했었다지.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바로 가격인데 산티아고 파이도 면세점에 사면 가격이 두 배 되는 거 아니야? 싶으시겠지만 아주 의외의 결론은
산티아고 파이는 면세점이 더 싸다
캬~ 이거 뭐 고민할 것도 없는 거 아니야? 시내에서 파는 산티아고 파이는 작은 사이즈(345g)는 9.8유로(1만 5천 원), 큰 사이즈(600g) 14.6유로(2만 2천 원)에 모든 가게가 동일한 가격에 판다. 그런데 공항에는 큰 사이즈를 12.5유로(한화 1만 9천 원)로 2유로나 더 저렴하니 이보다 좋을 수가. 게다가 산티아고 시내에서 메인으로 파는 브랜드 Casal Coton을 그대로 팔기에 맛도 퀄리티도 일단 보장된다. 그러니 산티아고 파이는 우리 모두 산티아고 공항에서 사는 걸로 결정하고, 산티아고에 머물 때는 길거리에서 편하게 시식 많이 하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공항으로 가시길 바란다.
산티아고 파이를 공항에서 사야 하는 이유
1. 공항까지 무겁게 이고 지고 조심해 가며 들고 갈 필요가 없다
2. 공항이 더 저렴하다 (시내에서 파는 똑같은 브랜드 Casal Coton을 판다)
3. 공항 안에서 사면 수화물 무게에 포함되지 않으니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다
더 저렴하고, 더 편리하고, 수화물 무게 걱정 안 해도 되니 무조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공항에서 사는 게 답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복병이 있단 말입니다. 그렇다면 산티아고 아몬드 쿠키는요? 산티아고 시내에서 주요 제품으로 내세우는 게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산티아고 파이고, 하나는 아몬드 쿠키. 아몬드 쿠키는 약간 머랭스타일인데 더 단단하고 오도독 씹힐 때 퍼지는 아몬드 맛이 고소한 게 진짜 맛있다. 커피를 부르는 고급 과자 같달까? 산티아고 파이보다 훨씬 가볍고 나눠먹기에도 깔끔하니 회사에 하나 가져가서 열어두기 딱 좋은 기념품이라 수요가 꾀나 있는 편이다. 산티아고 시내에서 작은 사이즈(250g)가 9유로(한화 1만 4천 원), 큰 사이즈(450g)가 12유로(1만 8천 원)인데 산티아고 공항에서는 큰 사이즈를 훨씬 비싼 17.5유로(2만 6천 원)에 팔아 공항이 더 비싸다. 그러니 아몬드 쿠키를 사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이것만큼은 시내에서 사 오는 걸 잊지 말자. 참고로 산티아고 공항의 듀티프리에서는 산티아고 파이도, 아몬드 쿠키도 큰 사이즈로만 파니 작은 사이즈는 없다는 걸 염두에 두자. 혹시나 여러 사람들에게 작은 사이즈로 선물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잘 고려하셔서 시내에서 미리 사 오셔야 한다.
우리 곧 다시 볼 수 있겠지?
신나게 산티아고 공항 곳곳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이탈리아로 돌아갈 비행기를 탈 시간이다. 순례자 사무실에서의 봉사활동이 정말 다양한 감정들과 사람들로부터 받은 충족감이 컸던 귀한 경험이었기 때문에 떠나는데 한치의 아쉬움도 없다. 봉사자로서 순례자들을 대한 경험이 내가 상상했던 그 이상의 감동과 깨달음을 주었기에 정말 백번 하길 잘했다 싶다. 어느 순간에는 순례길을 걷는 것보다 봉사자로서의 시간이 더 특별할 수도 있겠다 느꼈던 적도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게 확실하다. 아 물론 나의 순례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고 반짝이는 훌륭한 경험이었음은 확실하지! 그냥 결이 다른 산티아고 순례길과 관련된 두 가지의 훌륭한 경험이라고 해둬야겠다. 소중했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언젠가 우린 또 볼 거라는 잔잔하지만 굳건한 확신을 가지고 이탈리아로 떠난다. 비행기를 타고 바깥 풍경을 내려다보며 2주일간 떨어져 있던 남편을 볼 생각에 슬슬 설레기 시작했다.
언제가 마지막이었었나? 내가 집을 떠나간 곳에서 아쉬움 없이 그곳에서 다시 집을 향했던 적이… 여행지였든 일을 위해서였든 늘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아쉬움이라는 길고 얇은 끈을 이어 두고 오는 기분이 들었는데 오늘은 정말 달랐다. 완벽함이라고 할까? 수많은 순례자들을 반기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감동받기도, 함께 슬퍼하기도 하며 지금을 살자고, 감사하며 살자고, 멈추지 말고 걸어 나가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승자라는 걸 느끼고 또 느꼈다. 내가 2주간 보고 경험한 순간들은 순례길을 완성한 개개인의 승리였다. 한걸음 뒤로 물러나 순례자가 아닌 봉사자로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었던 건 정말 충만한 경험이었다. 순례길을 걷지 않는 이상 순례자들을 이해하기 힘들 듯, 봉사자로서의 경험 또한 꼭 한번 해보시길 바랄 정도로 생각지도 못했던 내 마음 깊은 감정들을 일깨워주고 채워주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아마 순례길의 감동과 내적 성장을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들여다볼 수 있었듯 순례자 사무실에서의 경험으로 인한 성장도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난 다음에 확 와닿을 듯싶다.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사람의 선함과 따뜻함이 주는 힘에 대해서 언제나 믿어왔지만 그 믿음이 더욱 단단해졌다는 것. 언제나 그렇듯이 돌고 돌아 결국 사람이 답이다. 앞으로도 따뜻함을 가진 사람으로 더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시간들, 참 고맙기만 하다.
고마웠어, 산티아고야! 내가 순례자로 또는 봉사자로 어떻게 먼저 돌아올진 아직 모르겠지만 곧 다시 만나기로 하자! 그때까지 매일 도착하는 새로운 순례자들을 큰 품으로 안아줘 가며 지금처럼 곧게, 평온하게 있어주길 바라. 안녕, 산티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