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봉사활동은 안 되는 걸까?
아니, 이렇게 빨리? 생장에서 봉사활동에 대한 답변이 왔다
작년 2024년도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순례자사무실에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공식링크를 통해 지원했을 때는 일주일 만에 연락이 왔었다. 이번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의 순례자 사무실에 지원한 건 네이버 검색을 통해 발견한 6년 전 어느 분의 글에 첨부되어 있던 명함 한 장을 보고 비공식 루트로 지원 의사를 밝힌 거라 큰 기대는 없었단 말이지. 그런데! 만 24시간이 안되어 메일이 도착했다. 아니 이렇게 빨리? 메일을 열기 전 마음이 빨라진다.
이메일은 이러했다.
안녕하세요.
SJPDP(생장피드포르)에서 순례자들을 환영하고 싶다는 요청 감사합니다. 현재 일정은 거의 다 찼지만, 24주와 39주에 취소된 자리가 있고, 51주와 52주에는 한 명이 부족합니다. 호스트의 역할과 조건, 그리고 2025년 일정표가 담긴 문서를 첨부했습니다.
이 중 한 날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빠르게 알려주세요.
조만간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Monique Aspirot
알고 보니 2주일씩 하는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실과는 다르게 프랑스 생장은 일주일, 따지고 보면 월요일부터 월요일까지 8일 단위로 자원봉사자가 바뀌기 때문에 1년은 주단위로 나눠진 총 52주로 자원봉사자 스케줄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니 모니크가 취소된 자리가 있다는 위크 24는 6월 9일부터 6월 16일까지, 위크 39는 9월 22일부터 9월 29일까지라는 것. 51주와 52주는 12월 말이었는데 흠… 생각이 좀 많아진다.
일단 연락이 바로 와서 너무 감사했고, 모니크라는 이분이 6년 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봉사자들의 스케줄을 담당하는 분이라는 것, 이메일로 이분께 지원하는 게 공식적인 루트라는 걸 확인한 것 만으로 무언가 마음의 짐이 덜어졌다. 이 방법이 공식적인 루트라는 걸 확인한 이상 올해 못 가게 되더라도 다음에 지원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니 말이다. 너무나 감사하게 1년 동안 어느 자리가 비어있는지 봉사자들이 포진된 표와 지원자격까지 깔끔하게 첨부해 주신 게 이보다 더 확실할 수는 없었다.
아쉽게도 1년간의 모든 봉사활동 지원은 전년도 10월부터 받아 작성이 되므로 현재 3월 말, 이미 연도가 시작된 나는 그나마 일정이 취소되거나, 아직 덜 모집된 한겨울에 남은 자리 중에 결정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순례길을 많이 걷는 5월에서부터 9월 사이에 생생한 생장의 들뜬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기에 일단 겨울은 제외시켰고, 그중에 남아있다는 6월과 9월은 이미 정해진 개인 일정과 겹쳐서 선뜻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덤빌 수가 없었다. 일단 6월엔 부모님과 함께 2주일간 이탈리아 일주를 하는 날짜와 너무 붙어 있어 선택지에서 제외해야 했고, 하나 남은 9월은 한국에 방문하려고 계획하고 있던 중이라 아… 이것도 안 되겠네.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니 이것도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한 해 두 해 나이가 들면서 집을 떠나 어디로 향하는 일정은 앞뒤로 늘 넉넉한 시간을 두고 몸도 마음도 여유 있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편이다. 가기 전에 짐 싸고 집을 깨끗이 정리하고 가는 것도, 갔다 와서 짐을 풀고 여행의 독을 풀고 짐을 정리해 넣는 것도 나는 보채는 일정 없이 천천히 해야 마음이 편하기에 늘 넉넉한 시간 속에 나만의 루틴을 실행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내가 사는 곳에서 생장까지 가는 게 또 쉬운 길은 아니거든. 비행기를 타고 마드리드로, 마드리드에서 기차를 타고 팜플로나로, 팜플로나에서 버스를 타고 생장으로. 이게 만 하루가 꼬박 걸리는 데다 팜플로나에서 생장 가는 버스는 점심 12시 하루 한대라 놓치면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하니 보통일이 아니다.
마음은 이미 생장의 순례자 사무실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있지만 잠시 흥분을 멈추고 생각을 해보았다. 부모님과의 여행과 한국으로 갈 계획 등 나의 스케줄을 재확인하고 이동수단의 일정들을 검색을 해본 결과 이번에는 조인하지 못하겠다는 결론이 났다.
생장피에드포르 순례자 사무실에 자원봉사 지원 조건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순례자를 환영하기
생장피에드포르 접수처에서는 연중 내내 자원봉사자가 필요합니다. 사무실은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정오까지, 오후 2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운영됩니다. 이 업무는 한 주 단위로, 월요일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 진행되며, 계절에 따라 2명에서 5명까지 한 팀으로 구성됩니다.
자원봉사자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필요로 하는 순례자에게 크레덴시알(순례자 여권)을 발급
• 크레덴시알에 첫 번째 도장을 찍어줌
• 순례자가 그날 밤 머물 곳을 찾도록 도와줌
• 여정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
• 순례자의 질문에 답함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순례자에게 안심을 주는 것
봉사 주간 동안, 자원봉사자는 협회에서 아침과 점심이 제공되는 하프보드 형식으로 숙소를 제공받습니다. 저녁 식사와 여행 경비는 자원봉사자 본인이 부담합니다.
SJPDP에서 자원봉사를 하려면:
1.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산티아고까지의 카미노 프랑세스를 걸은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2. 프랑스어와 다른 언어 하나 이상(영어, 스페인어 또는 기타)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연간 일정은 전년도 10월에 작성됩니다.
담당자
Monique ASPIROT : monasp1301@gmail.com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모니크가 첨부해 준 파일 중 하나는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어떤 일을 하고, 지원 요건은 어떤 것이 되는지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나는 단순하게 순례자여권인 크레덴시알을 발급해 주고 첫 도장을 찍어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순례자가 그날 밤 머물 곳도 찾아주고 질문에 답해주고 순례자들을 안심시켜 주는데 더 비중에 크다고 한다. 원래는 프랑스어를 기본으로 하고 그 외에 영어나 스페인어나 제2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만을 뽑는데 같이 봉사하는 분들 중에 프랜치 스피커가 많기 때문에 기본으로 영어를 잘하고 그 이외에 다른 언어 하나를 완벽히 구사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받는 것 같았다. 나는 명확하게 한국어와 영어를 한다고 했고 조금 하는 이탈리아어는 이번에도 과대포장으로 인한 자원봉사 선정에 혼동을 주지 않기 위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아… 내가 편한 시간대를 골라 미리 지원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혹시 모르는 마음에 빠른 답변에 너무 감사하지만 현재 언급해 주신 날짜에는 제가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수가 없고 6월을 제외한 5월 부터, 7월, 8월, 9월 첫 주까지는 가능하니 언제든 공석이 난다면 미리 연락 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러 가겠다고 내가 가능한 주간을 적어 답변을 보냈다. 답메일을 보내고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생장에 자원봉사를 지원하는 공식루트가 모니크라는 분과 이메일 지원이라는 걸 확인해서 안심되었고, 감사하게 바로 해주신 답변을 통해 여러 정보를 주셔서 생장에서의 봉사 활동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기뻤다. 동시에 이렇게 간단한걸 미리 생각 좀 해서 원하는 시간대에 올해도 순례길과 관련된 봉사를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걸 아쉬움도 크지 뭐야.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올해 10월에 내년 봉사활동 기간을 미리 정해 빨리 지원하리라 마음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