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에그타르트 집 Top 3
에그타르트 or 파스텔 드 나타
여러 번 언급했지만 나는 디저트를 사랑하는 간식대장이다. 맛있는 한 끼 식사와 잘 만든 케이크 한 조각에 커피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난 고민 없이 후자를 선택할 정도로 디저트가 내게 주는 행복감은 남다르다. 이번 3박 4일의 포르투 여행에서 큰 재미 중 하나는 역시나 에그타르트 탐방. 포르투갈 사람들은 파스텔 드 나타, 간단하게 나타라고 부르는 이 에그타르트를 마음껏 먹으러 다녔다. 나타의 기원은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계란 흰자는 빨래에 쓰고 남은 노른자로 디저트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생긴 음식이라고 하는데 이름 그대로 ‘파스텔 (페이스츄리), 드(de,~의), 나타 (유제품)‘. 즉 계란으로 만든 파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한국에서 포르투갈식이라고 부르는 에그타르트는 파이지가 겹겹이 부서지는 아주 바삭한 빵에 계란맛이 많이 도는, 한 입만 먹어도 ‘계란으로 만든 거구나!’하는 느낌인데 이곳은 다르다. 바삭하지만 덜 부서지는 도우 안에 계란맛보다는 커스터드에 더 가까운 걸쭉한 속이 가득 채워져 있다. 맛을 보아도 계란맛은 아주 미미한 게 커스터드 맛이 지배적이고, 특히나 속이 한국처럼 구운 빵의 단단한 제형이 아닌 흘러내릴 것 같은 촉촉한 크림형태를 유지한다. 속이 크리미 한만큼 갓 나온 에그타르트는 잘못 집어 먹으면 입천장을 다 데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매장에서 갓 나온 에그타르트는 매대에 진열해 놓고도 몇십분을 식혔다가 팔고, 재고가 막 나온 것 밖에 없을 때는 “정말 뜨거운데 그래도 괜찮아?” 물어보고 파는 걸 보면 어느 정도 뜨거운지 제대로 느낌이 온다. 갓 나온 에그타르트를 받아놓고 한참을 이야기하고 약 10분 뒤에 먹었는데도 앗 뜨거워… 입천장이 얼얼해졌다. 포르투의 에그타르트는 빵 혹은 파이라기 보단 핫크림 온 브래드, 빵 위의 뜨거운 크림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을 정도다.
에그타르트 먹는 방법
커피를 마시러 가면 설탕과 스위트너가 곳곳의 테이블에 미리 준비되어 있듯이 에그타르트 집에 가면 기본으로 계피가루와 슈가파우더가 준비되어 있다. 어느 가게던지, 어느 테이블이던지 늘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에그타르트 즉 나타에 뿌려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향신료 통의 구멍들이 크고 많아서 생각 없이 위에서 통을 제치는 순간 가루 폭탄을 맞으니 조심해야 한다. 에그타르트에 가까이 대고 톡톡, 약하게 흔들면 원하는 만큼 양조절이 가능하다. 슈가 파우더는 당연히 당도 조절 용인건 알겠는데 그럼 계피 가루는 뭐지? 알고 보니 계피가루는 포르투갈에서 예전부터 귀한 향신료에 속했고 특히 수도원 안에서 디저트에 넣는 향신료로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저 맛과 향뿐만이 아니라 시나몬이 에그타르트의 단맛을 강조하면서도 느끼함을 잡아주기에 사용한다는 사실. 어우~ 포르투갈 사람들 맛잘알이네. 오래전부터 어떤 향신료들이 어떤 디저트의 맛을 더 극대화시키는지 알았던 배운 사람들이었군, 참 재밌다. 개인적으로 나타의 커스터드가 가게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일 뿐 어느 정도의 달달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슈가파우더는 생략하고, 계피 가루만 두어 번 뿌려먹곤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눈에 보여서 그런지 늘 세트로 붙어있는 계피 + 슈가파우더 통을 보고 있으면 뭔가 아쉬워 슈가파우더도 한 번 뿌려주게 된다. 슈가파우더가 삐지면 안 되잖아… 포르투에서 에그타르트를 먹을 때 우리도 현지인들처럼 계피가루, 슈가파우더 뿌리는 것도 잊지 말고 따라 해 보자. 이 둘을 뿌렸을 때와 안 뿌리고 먹었을 때 맛의 풍미가 어떻게 되는지 비교해 보며 맛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나의 최애 포르투의 Top 3 에그타르트 집
5년 전에 왔을 때도 엄청난 검색을 통해 총 5군데에서 에그타르트를 먹었다. 이번에는 그때 정말 맛있었다고 기억하는 3곳을 다시 방문해 먹어봤는데 5년 전의 내 최애 에그타르트와 5년 후 최애 에그타르트 집이 같다는 게 재밌었다.
3위 : Manteigaria
R. de Alexandre Braga 24, 4000-049 Porto, 포르투갈
만테이가리아는 악수를 하는 두 손의 로고로 외국인들한테도 가장 인기 많은 파스텔 드 나타 가게이다. 곳곳에 매장이 있어 발견하기도 쉽고, 인테리어도 모던해서 사람들이 좋아한다. 일단 맛있긴 한데 첫인상이 ‘좀 달다?‘ 싶은 느낌이라 나에게는 3위이다. 여러 개의 매장 중 위에 적어놓은 주소의 볼량시장 근처 알랜산드레 브라가에 위치한 곳은 스타벅스의 리져브처럼 다른 매장보다는 더 고급화 한 곳이라 이왕 가 볼 거라면 이 지점을 추천한다. 커다란 로스터리로 커피도 직접 볶아내고 있고, 넓고 모던한 매장에서 에그타르트는 물론 다양한 브런치급의 메뉴들과 음료를 선택할 수 있어 간단한 식사하기에도 매우 분위기 있고 괜찮은 곳이다.
2위 : Fabrica da Nata
R. de Santa Catarina 331 335, 4000-451 Porto, 포르투갈
가장 포르투 느낌의 타일 인테리어를 가진 파프리카 다 나타가 나에겐 2위. 파이지가 더 바삭하고 만테이가리아에 비해 덜 달아서 좋았다(나는 단걸 엄청 잘 먹는 사람이라 웬만한 달기 정도로 왈가왈부하는 사람이 아닌 걸 참고하시길). 적당히 달면서 파이지와의 조화도 좋다. 매장 전체에 파두 음악이 울려 퍼지고, 1층의 스탠딩 석이 은근 포르투 느낌 물씬이라 빨리 먹을 때도 기분 내기 좋은 곳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푹신한 소파에 넓은 매장이 준비되어 있으니 잠시 쉬었다 가시고 싶은 분들에게 좋다.
1위 : Castro
R. de Mouzinho da Silveira 61, 4050-420 Porto, 포르투갈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의 1위 에그타르트는 카스트로였다. 엄마와 아빠는 만테이가리아와 카스트로 두 곳에서 맛보셨는데 음식에 평을 잘하지 않는 우리 어무이도 “여기가 훨씬 맛있다” 하셨을 정도. 인테리어가 정말 세련되고 예쁜데 한 가지 단점은 가게가 작고 포르투에 한 곳밖에 없다. 그래도 꼭 와서 먹을만한 게 내가 생각하는 달기, 에기쉬한 계란의 맛, 파이지의 바삭함 모두의 발란스가 가장 좋은 곳이라고 본다. 만테이가리아는 먹을 때 ’달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고, 파브리카 다 나타는 ’발란스 괜찮네’ 생각이 든다면 카스트로는 한 입 먹고 ‘맛있다 ‘라는 표현이 튀어나온다. 식어도 맛있어서 테이크아웃도 많이 해가고 특히 이동 중에 드시는 분들도 많다.
솔직히 포르투에서 먹는 나타는 미미한 차이가 있다 뿐이지 다 맛있다. 이왕 먹을 거라면 제과점에서 많은 빵들 중 하나로 파는 거 말고, 내가 가본 곳들처럼 에그타르트 전문점에서 먹는다면 어딜 가나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개인차로 어떤 포인트를 더 선호하는지에 따라 조금 더 맛있다고 느끼는 나타집은 분명 있다는 것. 내가 굳이 1위, 2위, 3위라고 설명은 했어도 지난번에 왔다가 맛있었다고 기억되는 곳들을 다시 간 거니 만큼 포르투에서 먹는 에그타르트는 실패하기가 더 힘들게 다 맛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보통 한 개에 1.6유로(2500원) 안팎이니 포르투를 여행하는 동안 가능한 여러 곳에서 먹으며 비교해 보는 재미, 나만의 최애 에그타르트를 찾아보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포르투의 에그타르트 감별사가 되고 싶어
아직도 기억하는 게 처음 포르투에서 에그타르트 즉 파스텔 드 나타를 먹었을 때 나의 첫인상은 ‘응? 이거 내가 아는 에그타르트 맛이 아닌데?’였다. 계란 맛은 아예 안 나고 이거 순 커스터드만 채워놓은 게 빵이나 파이라고 부르기도 좀 어색한 게 그저 달달하기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 와서 다시 맛을 보니 아니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계란맛이 미미한 건 여전하지만 커스터드의 달달함 정도나 파이지의 바삭함 정도들이 가게마다 다 다르고, 은은하면서도 당도를 채워주는 커스터드의 느낌이 부드럽기 그지없다. 포르투에 도착한 첫날에는 Castro에서 6개들이를 사 와 저녁, 아침에 걸쳐 홀라당 먹어버렸으니 중독성도 있고, 무엇보다 사이즈가 너무 완벽해. 너무 적지도 않고 크지도 않아서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다가 금방 끝내버리게 된다. 게다가 커피와의 조합이 너무 좋단 말이지. 빵이나 케이크처럼 배부른 제형도 아니라 훌훌 넘어가는 게 중간중간 커피를 마셔주면 크… 여기 나타 두 개 더 주세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디저트를 좋아하시는 분, 포르투갈 나타의 은은한 매력에 커피 한잔과의 여유를 즐기고 싶으신 분들께는 포르투가 아주 즐거운 장소가 되실 거라 생각한다. 아! 그러고 보니 포트와인과도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 것 같다. 혹시나 포르투에서 포트와인 셀러 투어와 테이스팅을 하러 가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위에 언급한 가게에서 나타 몇 개 사서 가져가시길 바란다. 포트와인과 나타 정말 좋은 페어링이다! 포트와인 테이스팅 할 때 에그타르트 한 입이라… 이보다 더 포르투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없을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포르투에 살며 매일 이곳저곳의 에그타르트 맛을 평가하는 파스텔 드 나타 감별사가 되고 싶다. 포르투의 문화를 담은 상징적인 디저트 파스텔 드 나타. 나타 덕분에 다음 포르투도 재밌을 수밖에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