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할 것 같은데 확연하게 다른 순례자 사무실 봉사
프랑스 길 좀 걸어본 우리 순례자들의 궁금증
내가 순례길을 걸었던 2023년에는 생장과 산티아고에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이 있단 이야기는 못 들었었다. 근데 직접 프랑스 순례길을 걸어보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실에서의 봉사에 이어 생장 순례자 사무실에서의 봉사까지 해보고 나니 한국인 봉사자들이 있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네. 순례자 사무실에서 봉사를 할 때 한국분 순례자 분들께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가 “아니, 여기에 어떻게 한국분이 계세요?”였는데 그만큼 순례자들이 한국인 봉사자를 만날 거라 예상하긴 쉽지 않다.
그나마 모든 순례길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는 지영언니와 같이 산티아고에 거주하시는 오래되신 장기, 정기 자원봉사자가 세분 계셨고 번갈아 가시며 일주일에 두세 번 봉사를 하고 계시는 상황이라 참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 생장은 직원이라는 개념으로 상주하는 관리자가 없이 매주 월요일에 새로운 봉사팀이 도착하는 구조이고 1년을 봤을 때 한국인 자원봉사자는 2025년 기준으로 나 포함 총 4분 정도이셨으니 생장에서 한국인 봉사자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52주 중에 4주, 아주 낮긴 하네. 그래서 어떻게 프랑스 생장이나 스페인 산티아고에 한국인 봉사자들이 계신지 궁금하셨다는 질문에는 스페인에는 산티아고에 거주하시는 고정된 한국인 자원봉사자가 세 분 정도 계시다는 것과 프랑스 생장에는 개인적으로 지원해 주신 한 주간 근무하는 한국인 봉사자가 아주 가끔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한국인 봉사자가 꼭 필요한가요?
근데 과연 한국인 봉사자들이 정말 부족하고 필요한 걸까? 내가 봉사를 해본 경험으로는 한국어가 많이 필요해서가 아닌 그냥 영어를 기본으로 하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봉사자가 더 필요한 것 같다. 한국어는 사실상 쓸 일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다. 스페인 생장에서는 봉사자 한 명당 하루 70-100명 정도의 순례자를 응대하는데 이 중 한국인은 하루 평균 대여섯 분 정도였으니 말이다. 훨씬 많은 날도 있고 훨씬 적은 날도 있지만 보통은 그 정도. 물론 나 말고 다른 봉사자들이 받는 한국인 순례자 수도 있지만 일단 인당으로 치면 대여섯 분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하루 응대자 중에 5% 정도만 한국어로 소통하는 거. 그런데 모든 한국분들이 영어를 못하나? 그것도 아니거든. 대부분 기본적인 의사소통 가능하시고 친구 또는 가족들과 걸으시는 분도 많고 실제로 콤포스텔라를 받으시던 크레덴셜을 받으시건 이미 절차들을 다 아시기에 언어 소통이 안되어도 의미 전달이 다 되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프랑스 생장에서는 봉사자 한 명당 하루 50-70분의 순례자들을 맞이하는데 그중 한국인은 하루 전체 평균 열다섯 분에서 스무 분 정도 되는 것 같다. 이게 각 봉사자 당이 아니라 프랑스 생장 순례자 사무소를 거쳐가는 하루 200~300명 정도의 순례자 통합 이기 때문에 10% 정도가 한국인이라고 보면 될 듯. 한국인들은 많은 순례길 중에서도 유난히 프랑스길을 선호하기에 스페인에 도착하는 전체 순례자들의 한국인 비율보다 이곳 생장에서의 한국인 비율이 많이 높은 편이다. 여하튼 하루 평균 열다섯 명의 한국인을 상대하고자 굳이 한국인이 있을 필요는 없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영어 혹은 스페인어나 프랑스어를 기본적으로 잘하는 봉사자들을 뽑고 그 외에 한국어도 하면 가끔 도움이 된다 정도다. 그래서 스페인이나 프랑스나 한국인 봉사자를 뽑는다는 건 한국어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모든 순례자들 중에 가장 사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영어나 스페인어, 프랑스어(특히 생장에서)를 하는 사람을 뽑는 거라고 보면 된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저 중점 되는 메인 언어를 편하게 구사하는 자원봉사자를 찾는데 한국인이라고 해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라고 받아들이는 게 맞다는 이야기다.
프랑스 길의 시작점 생장 순례자 사무실에 봉사에 대해서
그럼 먼저 생장 순례자 사무실에 봉사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면 간단하게 첫 순례길의 설렘을 가득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곳에서의 봉사는 안내자의 느낌이 크다. 가장 첫날임과 동시에 가장 힘든 피레네 산맥을 넘는 일정에 대해 안전사항을 상세하게 전달해야 하고, 생장에서 묵을 숙소가 있는지 확인하고 살펴줘야 하며 설렘 반 두려움 반인 순례자들을 안심시키고 그들의 수많은 질문에 대해 가능한 자세하게 안내해줘야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주의무는 순례자 여권 발급과 순례길 첫날 일정과 주의사항 안내(생장 숙소 확인과 안내 포함)
봉사기간 8일 (월요일 오후에 시작해 다음 주 월요일 오전 근무로 끝이 난다)
온종일 11시간 풀근무다. (아침 7시 반에 시작해 저녁 8시 반까지 중간 점심시간 2시간 외에 온종일 근무이다)
하루 응대 순례자수는 50-70분 정도, 순례자 당 평균 10분 정도로 대화하게 됨
숙소는 순례자 사무실 내에 위치함. (2층과 3층으로 남녀 구분되어 지냄, 개인실 보장 안됨)
아침과 점심, 저녁 모두 제공 (아침은 간단한 빵과 커피, 점심은 케이터링 되어 온 메뉴, 저녁은 대부분 점심에 남는 거 같이 먹음)
숙소가 순례자 사무실 건물 그 자체라 재택근무하는 듯한 편안함이 특이점
직원 없이 봉사자 5명이(성수기엔 5명, 비수기 겨울엔 2명까지 줄어드는 등 유연함) 한 팀으로 8일을 함께 일한다
모든 순례길의 종착지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자 사무실에 봉사에 대해서
프랑스 생장에서의 봉사활동이 가디언으로서 설렘 가득한 순례자들을 안내하는 역할이라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실에서의 봉사활동은 같은 순례자로서 공감하는 자리이다. 순례길을 막 끝마친 순례자들을 콤포스텔라로 축하해 주고 이야기를 물어보는 것, 그 순간만은 내가 그분들의 가족이고 절친이 되어주는 것이다. 물론 콤포스텔라와 거리증명서를 위해 순례자 여권을 꼼꼼히 살펴보고 마지막 도장을 찍어주는 것도 큰 의무 중 하나이다.
주의무는 콤포스텔라와 거리증명서 발급 (순례자 여권 확인)
봉사기간 2주 (첫날은 봉사자 숙소에 입소하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에 실제 봉사기간은 13일이다)
하루 5시간 교대 근무 (하루는 오전, 하루는 오후 이렇게 2주를 오프 없이 연달아 근무한다)
하루 응대 순례자수는 70-100분 정도, 순례자 당 평균 4분 정도 대화하게 됨
숙소는 순례자 사무실과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자원봉사자를 위한 알베르게에 봉사자들끼리만 머문다.(모두 개인실, 화장실은 공용, 걸어서 50분 거리)
식사는 아예 제공 안됨, 숙소 공용 부엌이 엄청 크고 냉장고도 큰 거 두대라 개인 장을 봐와서 요리해 먹는 시스템
일하는 곳과 지내는 곳 거리가 꽤 있어서 한번 나갈 때 필요한 거 잘 들고나가야 하는 반면 근무 시간이 길지 않아 큰 불편 없다
직원이 5분 정도 있으셔서 직원분들과 봉사자 6-7명이 함께 일함, 매주마다 새로운 팀이 도착하기에 한주는 봉사자가 두 배가 될 때도 있다.
생장과 산티아고 순례자 봉사활동의 차이
생장과 산티아고 이 두 곳에서 하는 일의 특성이 조금 다르기에 순례자들의 느낌과 반응도 참 다르다. 생장의 순례자 사무실은 순례길을 시작하는 곳이고 대부분의 순례자가 경험이 없기에 첫행보에 대한 긴장감과 설렘을 느낄 수 있는 반면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실에서는 순례길을 끝내고 오신 순례자분들의 안도와 희열을 공유하는 분위기다. 생장에서는 가능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10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대화를 하는 반면 산티아고에서는 순례길이 어땠었는지 감상을 나누는 대화를 하게 된다는 것도 다른 점이지.
생장이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가는 길이기에 봉사를 하다 보면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를 가장 많이 구사하는데 반면 산티아고에서 봉사를 하면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순례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영어보다도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훨씬 더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순례자분들 차이 말고도 봉사활동을 하는 거주 형태에 대한 차이도 나는데 생장은 아예 순례자 사무실 1-3층에 머물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 씻고 밥 먹고 부엌에서 커피 한 잔 타들고 방만 옮기면 순례자 사무실이라 재택근무하는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 내 방이 같은 건물에 있으니 중간에 필요한 게 있으면 잠깐 올라가서 가져올 수도 있고 화장실도 내가 쓰는 곳을 쓰니 뭔가 마음에 편안하다. 반면에 산티아고는 봉사자 숙소는 순례자 사무실에서 걷거나 버스를 타야 하는 거리라 (5km 정도) 아침이나 오후 봉사시간 맞춰 나올 때 좀 일찍 나와야 하고 개인짐을 잘 챙겨서 다녀야 한다. 대신 생장이 점심시간 두 시간을 제외한 아침 7시 반부터 저녁 8시 반까지 종일근무인데 비해 산티아고는 하루 5시간만 근무하면 되기에 또 호불호가 생길 수도 있다고 본다.
게다가 시티 규모만 본다 해도 생장은 아주 작고 산티아고는 아주 크거든. 생장에서 편의 시설이라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대형 까르프 하나인데 산티아고는 근처에 대형 몰도 있고, 쇼핑할 곳들도 많다. 당연한 게 세계 몇 대 안에 꼽히는 가톨릭 성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을 중심으로 5성급 호텔도 있고 넘쳐나는 레스토랑과 기념품가게에 한국 슈퍼마켓까지 있을 정도니 뭐 사이즈로는 비교도 안되지. 그래서 봉사활동하기 전후 비는 시간에 카페 탐방을 하거나 순례길 관련 기념품들을 사러 다니거나 타파스 맛집을 찾아가는 등 봉사활동 외 할 수 있는 활동이 정말 다양하다. 게다가 순례길을 끝낸 전 세계에서 몰려온 순례자들의 약간 축제 바이브가 매일 이어지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날이 밝으나 어둡거나 비가 오나 상관없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앞에 가면 눈시울이 잔뜩 붉어진 순례자 한 둘을 늘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면?
내가 생장과 산티아고 두 군데에서 다 봉사활동을 해본 결과 여기가 좋다고 딱 정하기가 참 달라도 너무 달라서 말할 수가 없다. 근데 순례자입장에서 봤을 때는 산티아고에서 콤포스텔라를 발급해 주며 도착한 이들의 모험담과 느낀 점을 공유하는 게 확실히 더 소중하게 와닿았다. 뭔가 경험 있는 순례자 대 순례자 사이의 강력한 유대감이 생긴다고 할까. 하지만 같이 일하는 봉사자들 사이에서는 출퇴근하는 시간과 스타일(걷는 걸 선호하나, 버스 타는 걸 선호하나, 일찍 가는 걸 좋아하는지, 시간 딱 맞춰 나가는 걸 선호하는지 등), 식사하는 타이밍과 방법들(사 먹는 거 선호하는지, 외식을 선호하는지, 간단한 음식 선호하는지 아니면 제대로 된 헤비 한 밀을 선호하는지 등)도 너무 달라 지내는 기간은 생장보다 훨씬 길지만 친해질 조건은 조금 부족하다고 할까?
반면에 생장에서는 일주일 동안 모든 봉사자들이 한 건물 안에서 하루 종일 함께 일하고 같은 걸 먹고 자고 하다 보니 가족처럼 엄청 친해져서 정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단 말이지… 대신에 생장은 초행길 순례자들의 수가 많다 보니 그분들의 경험을 공유한다기보단 우리의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지식을 드려야 하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 정말 산티아고와는 결이 완전히 다른 일을 한다. 게다가 함께 지내는 그 ‘팀‘의 일원과 인성들이 정말 정말 중요한데 내가 선택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일세. 나 같은 경우에는 프랑스인 버나드, 호세, 미쉘린, 장 베누와, 아이리쉬 아일린 모두 너무나 선하고 솔선수범하시는 일 잘하고 마음까지 착하신 분들과 팀이 되어 나중에 헤어질 때는 울정도로 감사하고 행복했다. 아무리 자원봉사라고 해도 결국에는 우리가 봉사라는 명목아래 같이 일을 해야 하는 사이잖아. 그 근본인 순례자 응대를 하며 게으름 부리는 사람이나 순례자를 대하는 자세가 삐딱하신 사람과 함께라고 하면 얼마나 불편할까? 실제로 산티아고에서 봉사할 때 나보다 한 주 늦게 온 미국 아줌마가 아주 자기 순례길 경험 이야기만 늘어놓으며 순례자들에게 딱딱하게 대하는 게 나는 너무 싫었거든. 산티아고에서 봉사한다면 그냥 피하면 되는데 프랑스 생장이라면 한 곳에서 먹고 자고 하루 종일 일하는데 정말 고문이 따로 없을 것 같지 않겠어? 팀 운발이 정말 중요한 곳은 생장이라는 거, 난 그런 면에서 정말 선택받은 행운아였기에 함께 일했던 봉사자들 모두가 너무 사랑스럽고 서로 일을 더하려고 솔선수범하는 분들을 만났고, 한 분 한 분이 순례자들을 너무 사랑하고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에 더 많은 인류애를 충전하고 왔다. 게다가 프랑스 엄마 아빠까지 만들어 왔으니 운이 좋아도 보통 좋았던 게 아니다.
약간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면 산티아고에서의 봉사활동을 더 추천하고 싶다. 프랑스 생장은 팀 운발이 크게 좌지우지되기에 선뜻 권하기는 조금 힘들고 장소도 산티아고와 비교해 도달하기 복잡한 더 외지라 이것도 조금 마이너스 요소이긴 하다. 게다가 근무시간과 봉사의 농도, 근무 내용도 다르니 잘 생각해 보고 자신의 결에 더 잘 맞는 봉사지를 선택하셨으면 좋겠다. 그래도 우리가 한 때 초보 순례자였을 때 생장 순례자 사무실에 들어가며 떨리고 설레었던 그 느낌을 기억하기에 살짝 흥분된 새 순례자들을 바라보며 나도 같이 즐거워지는 그 감정을 말로 다 할 수 없이 매번 새롭고 흥미롭긴 했다. 생장과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실 둘 다 다르지만 매혹적인 그만의 느낌과 감동이 있는 멋진 자원봉사인 건 확실하다. 순례자로서 정말 한 번쯤 경험해 보면 좋은 일생일대의 경험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회가 있다면 꼭 한 번 해보시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