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퇴사 후기

꿈에 그리던 공공기관을 5년 뒤 퇴사하다

by 이태리감자




참 쉬지 않고 달려왔다

약 5년간 몸을 담은 공공기관을 퇴사했다

왜? 이유가 복합적이지만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해외에서 지내보려고'


아래는 보통의 후기와는 다를 거다

직장에서 이러이러해서 퇴사해요가 아니고

인생의 깨달음으로 인한 내용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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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꿈이던 직장에 입사해서, 이제 꿈이 없어졌다


가장 원하던 기관이었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을

대학생 때는 취업을


이렇게 항상 목표 있는 삶을 살다가 목적에 도달해 버렸다

그래서 더 이상 이룰 꿈이 없어졌다 허망하다

이제는 스스로 설정해 놓지 않는다면 의무적인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자꾸 자격증과 같은 자기 계발을 하려고 했다

만족감이 아닌 헛헛함에서 오는 강박감으로


매일같이 야근 관사 야근 관사가 반복되는 쳇바퀴 같은 삶이었다

남들은 부러워하는 직장을

스스로를 소진하면서 더 이상 건강하지 않은 모습으로 다니고 있었다





2. 공공기관 아니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워낙 안정을 추구하는 환경에서 자라왔던 탓에

공무원이 안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내가 다녔던 기관은 공공기관임에도 성과를 봤다


공공기관의 장점은 월급 제때 나오고, 정년보장 된다는 것

이것 말고는 없다, 때로는 실적을 위해 발굴해야 하기도 한다


청년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다

우리가 직업 하면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인

도심, 정규직 자리가 적어서 그렇지 비도심, 비정규직 자리는 많다

갈수록 농촌에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것 보면 맞지 않을까





3. 아쉽지 않은가


그만두는 건 전혀 아쉽지 않다

원하던 직장을 충분히 다녀봤으니까

만약 가보지 않았으면 아직도 선망의 대상이었겠지

그리고 해볼 만큼 해봤다 이제 그만





4. 후회하는 것


내 의견을 더 내면서 살걸 그랬다

이리저리 눈치 보느라 바른 소리 못했다는 게 아쉽다

그리고 시간과 돈을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할 걸 그랬다





5. 결심계기


미혼인 지금이 가장 적합할 때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나면 모든 걸 혼자서 결정할 수 없다

남편의 허락은 받았다고 할지언정 시댁은 어떻게 설득하는가?

시선에 따라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거다


그래서 결혼 전, 특히나 아이가 없을 때는

내 생각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내 몫만 책임지면 되기에 지금이 적합한 때라고 생각했다





6. 주변의 반응


퇴사를 알렸을 때 동료들 표정은 다들 벙쪘다

'이렇게 사는 게 정답 아니었어?'

많은 사람들이 멋지다며 응원해 줬다

어려운 일을 결정했을 때,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크나 큰 힘이 된다





7. 외국어 실력은


공용어인 영어도 잘하지 못한다

어차피 같은 한국사람끼리도 의사소통 안 되는 사람들 천지이다

스마트폰 있는 시대에 언어가 문제라고 못 나갈 이유는 아니다





8. 앞으로 하고 싶은 것


여유롭고 낙천적인 성격을 익혀서 현지에 스며들고 싶다

그 나라의 문화를 습득하며 언어를 배우고 싶다


몇 년 뒤에 내가 어디 나라에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만약 한국에 온다면, 전공과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





9. 무섭지 않은가


물론, 두렵다

하지만 점차 합리화해 가며 익숙해져 갈 내 모습이 훨씬 더 두려웠다

이러고 평생 살아야 한다고?


그리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인드

지금 이 결정이 가장 잘 한 선택 중 하나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든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긴다





10. 그럼에도 실행하는 이유


지금 내 행동은 한국에서 보면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쳤다고 할 거다

안정된 생활을 마다하고 내팽개치는 거니까


앞으로의 내 미래가 뻔히 보였다


때가 되면 승진하고, 적당한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나도 남처럼 워킹맘으로 가정생활을 이뤄가겠지

그래서 재미없었다

지금은 예측 불가한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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