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많은 나라 중
나는 이탈리아어 전공자도 아니고 할 줄도 모른다
세계의 많은 나라 중 이탈리아를 선택 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제일가고 싶은 나라여서
이탈리아는 유적, 건축, 미술 등 예술적으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로마제국 때의 건축물에 올라갈 수 있는 거 보면 얼마나 튼튼하게 지은건지
이탈리아를 선택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가서 벌어서 먹고살아야 할거 아닌가
이탈리아는 우리나라보다 청년 경제상황이 더 어렵다
그래서 다른 유럽국가로 이민을 가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심지어 최저임금이 없다
이는 주는 사람 마음대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국민도 채용이 보장되지 않은 시대에
언어가 안 되는 외국인을 채용할 리 있을까?
일단 일자리는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사용하는 주요 언어가 영어가 아니기에
이리 봐도 저리 봐도 효율적이지 않은 선택이었다
다들 워킹홀리데이로 호주를 가던데 나도 호주를 가볼까?
한국인과 일자리가 많고 시급이 높다는데
그리고 영어를 사용하니 공용어 실력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호주에 가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저 다들 선택했다는 이유에 혹한 것이다
구경하고 싶은 관광지도 없고, 딱 쿼카 정도만 마주치고 싶다
나에게 정말 중요한 부분인 기후도 만족스러운 편이 아니었다
외국인인 내가 해외 가서 힘든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호주에서 인종차별을 당한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한국으로 돌아올 거다
왜냐하면 그런 일을 겪으면서까지 나에게 의미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차선의 선택도 고안해 봤지만, 자꾸
'그럼 이탈리아는 언제 가지?' 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그래, 이왕 가는 거 가고 싶은 나라로 가자
많지 않지만 모아둔 돈으로 지내다가
다 쓰면 한국으로 돌아오면 되지 가볍게, 가볍게
돈은 나중에 벌 수 있지만, 경험은 일찍 할수록 좋다는 주의라서
이탈리아는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음식들은 이탈리아 음식이다
파스타, 리조또, 티라미수를 현지에 가서 먹으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
매일 대리석 건물 사이에서 돌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레 미학적 안목도 길러지겠지
이탈리아에서 지내고 있는 지금, 나의 생각이 맞았다
직장에 다니고 있지도 않고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아침에는 알람 없이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찬찬히 모닝커피와 빵에 크림치즈를 발라먹는다
가끔씩 맛있는 크루아상을 사 먹으러 카페에 간다
하루 세끼 집에서 만들어 먹으며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산다
한국에서 비교적 비싼 식재료인 치즈와 생햄이 저렴해서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동네를 산책하면서 색채 있는 예쁜 집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기도 한다
지하철 또는 기차를 타고 언제든지 관광지로 갈 수도 있다
거주지가 바뀌었다고 해서 사람이 한 번에 바뀌는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조급하고 작은 일에 걱정한다
그러나 성격이 조금은 너그러워졌다
같은 이웃주민에게는 작은 미소를 지을 줄도 알아졌고
문을 잡고 기다려주는 여유와 걸음걸이도 한결 느긋해졌다
요리를 하고 치우는 시간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해서 스몰토킹을 하고 나에 대해서 깊게 묻지 않는다
어쩌다 보니 현지인에게 여행과 휴식 중이라고 말하게 되었고
상대는 'How long stay here?', 'Good' 두 마디하고 끝
한국이라면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지, 네 나이가 몇인데 정신 차리고 미래를 생각해야지 등
친하지도 않으면서 걱정을 가장한 훈수를 뒀겠지
아, 그러네 글을 쓰다 보니 알았다
여기서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
오직 스스로만 나를 정의할 수 있고, 앞으로도 오직 나만이 써 내려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