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첫 번째 행선지
퇴사하고 며칠 뒤,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로마를 정말로 가게 될 줄이야
'드디어 일을 저질렀구나, 나 미친 거 아닐까'
아무렇지 않다가 한 번씩 떨림이 올라온다
이제 주변에 비해 사회 경쟁력, 위치, 자산에서 뒤처질 거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더 가치 있는 경험과 교환한 것이므로
비행시간 14시간, '장거리 비행은 처음인데 지루해서 어떻게 보내지'
염려와 달리 보고 싶던 예능을 노트북에 다운로드하여 몰아서 보고
다이어리에 미래를 상상하며 끄적이다 보니 그리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가서 잘 살아야지, 멋지게'
모든 걸 엎어버렸지만 나를 위해 잘한 결정이야
할머니가 될 때까지 풀 썰이 있다는 건 말이지,
노인정 가게 되는 날에 할범들한테 자랑해야지
마지막 삶을 놓고 봤을 때 가장 무모하고 잘했던 모험이 될 거야
어렸을 때 해외를 누비는 사람을 보면 전혀 와닿지 않았다
흥미롭지도 않았고 다른 세상 얘기 같았다
어른이 된 나는 비슷한 부류로 합류하게 되었다
공항에 내리자, 그동안 떠올렸던 로마와 다른 모습이었다
가는 건물마다 시설이 많이 노후되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 도착해서 물가에 기세가 눌렸지만
애써 태연한 척하며 가족들에게 안부 카톡을 보냈다
유적지의 도시인 로마는 늘 떠들썩하다
어딜 가나 목소리가 크고 높낮이가 경쾌하다
방문하는 장소마다 여행객으로 즐비했고 한국인도 참 많았다
혼자 다니는 나는 대화에 참여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다
발걸음이 닿는 구석마다 모든 게 새롭고 근사하고 웅장하다
현지인들은 아무렇지 않아 하지만 말이다
오래된 유적지를 현대까지도 만나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로마의 건축 기술과 조각 기법은 매우 뛰어나다
각종 그림들과 천장화 또한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와 이걸 사람이 만들었다니, 심지어 기원전에 제작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로마에 지내면서 느낀 점은 의외로 인종이 다양하다
유럽은 나라 간 이동이 자유로운 이유도 한몫하는 듯하다
이탈리아 사람은 당연하게 나에게 이탈리아어로 말을 건다
알아듣지 못하는 거 같으면, 그제야 외국인인지 묻는다
다르게 생겼다고 아무도 낯설어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
과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로마에 거주할 생각으로 왔는데
현지인들은 모두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거의 중부에 위치해 있으나 물가도 그다지 저렴하지는 않았다
나도 시끌벅적 관광지 보다 단조롭게 현지 동네에서 지내고 싶다
그래서 다음 편에는 여행 겸 정착지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