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믹 식초 양조장
이탈리아의 모데나(Modena)는 발사믹 식초의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포도즙을 나무통에 오랜 세월에 걸쳐 숙성시켜 만드는 이 식초는 샐러드, 스테이크, 디저트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한다. 내가 방문한 Giusti 양조장은 시내에서 약간 외곽에 위치하여 놀라울 만큼 한적했다. 외부의 소음이 닿지 않는 또 다른 모데나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포도의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식초 향이 공기를 가득 메운다.
양조장을 구경하려면 투어를 신청해야 했다. 나는 신청란에 짧은 메모를 남겼다.
“아마도 당신의 말을 대부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저는 그저 이탈리아의 문화를 체험하러 왔어요.”
가이드의 설명은 대부분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탈리아어였지만, 경험하기 위해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다녔다.
Giusti 가문은 수 세대에 걸쳐 발사믹 식초를 만들어왔다. 그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생산 방식을 지키며, 지역의 문화적 자부심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큰 통에서 작은 통으로 옮겨가며 숙성되는 식초는 해마다 농축되고 향이 깊어진다.
이 과정에는 자연의 변화와 인간의 인내가 함께 필요하다. 그야말로 한 방울이 세월의 결실이다.
마지막에는 작은 숟가락으로 열 가지의 식초를 맛볼 수 있었다. 나무통의 종류와 숙성 정도 등에 따라 단맛, 신맛, 쌉싸름한 맛이 제각각 달랐다. 마치 와인을 음미하듯 입과 코에 긴 여운이 남았다. 몇 년에서 수십 년까지 오랜 기간이 흐를수록 색은 짙어지고 향은 깊어진다.
양조장을 나서자 따뜻한 가을 햇살이 평야 위로 내려앉았다.
단지 발사믹 식초를 경험하기 위해 모데나에 왔음에도 하루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한 방울에 담긴 깊은 향처럼, 그날의 기억도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