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기슬 Nov 25. 2019

유연함에 대하여,


0
유연함에 대하여,


1
인간사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갖는 데에 필요한 것은, 그리 많은 지식은 아닐 수도 있다, 라는 생각을 요즘 좀 하고 있다, 물론 학이불사즉망이지만 또한 사이불학즉태이므로, 고민만 하는 게 아니라 공부를 하는 것이 많은 지점에서 중요할테지만, 열린 태도, 반성, 사고의 유연함, 같은 것의 중요성을 요즘은 좀 더 자주 체감하고 있다, 


2

그 중에서도 최근 한국 사회에 속한 사람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사고의 유연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사고의 유연함'이란 단지 생각이 말랑말랑하여 융통성이나 개방성을 지녔다는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최근 맨몸 운동의 원리 같은 것에 빠져서 여러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인기 유튜버의 원데이 클래스에 가서 프리웨이트도 배우고 오고 했는데,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사고의 유연함'이란, 몸의 유연함처럼, 가동 범위가 넓다, 일상적인 가동 범위를 넘어서는 자세를 취해도 부상의 위험이 적고 안전하다, 더 불편한 자세에서 끝까지 힘을 줄 수 있다, 근육과 관절을 유기적으로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처럼 그런 복합적인 의미이다,


3

그러니까 몸에도 힘과 유연함이 있는데 더 좋은 결과를 위해 힘만 길러서 되는 것이 아니라 유연함도 함께 길러야 하는 것처럼, 생각을 하고 통찰을 할 때에도, 넓은 가동 범위, 일상적인 사고의 범주에서 좀 멀리 벗어나서 요상한 태도나 관점을 취해도 삐끗하지 않고 올바르게 생각할 수 있는- 문자 그대로 유연함, 각종 지식과 경험을 효과적으로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는 균형, 이런 것들이 많이 중요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그런 식으로 치자면 한국 사회에서 대부분의 교육이란, 웨이트 중량을 늘이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운동 프로그램처럼 집요하게 지식의 총량에 집착한다, 그나마도 웨이트 중량을 건강하게 늘리는 방법도 아니고 꼼수를 섞어 어떻게는 고중량을 몇 개 더 들 수 있는 상태로 소년 청년들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된 코칭과 같다, 하지만 교육에 있어서 지식의 배양이란, 건강을 위한 몸의 운동과도 비슷한 면이 있어서, 다양한 자세로 다양한 종목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기르는 것이 첫 번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4

유연함을 위한 연습은 평소에 취하지 않던 자세를 점증적으로 취하는 것을 통해 달성된다, 지식에서도 비슷할 것이다, 조금은 낯선 관점과 태도를 계속 연습해보는 것, 이렇게 생각하면 다시 그것이, 결과적으로 융통성이나 개방성에 대한 얘기와 비슷하게 수렴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만약 이 글을 읽은 사람이 내 의도를 이해했다면, 목적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되새기는 것이 결과의 장면이 지니는 함의를 더 명확하게 한다는 점도 함께 이해했으리라 기대해본다, 불편함이나 힘든 점 없이 몸이 발전하지 않듯이 우리의 두뇌 활동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불편함이 고중량 운동으로 인한 근육의 통증처럼, 지식 학습량에 의한 피로감인것뿐 아니라, 평소와 다른 자세를 취해보는 낯선 기분과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과 신경을 사용할 때에 오는 통증처럼, 새로운 자세와 태도를 지녀보면서 오는 불편함이기도 해야한다, 원래 타인의 관점에 서보는 일이란 종종 불편함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평소에 하지 않을 생각이라도 좀 끝까지 가보는 것은 평소에 할 수 있는 내 생각을 더 유연하게 만든다,



2019년 11월 씀,



매거진의 이전글 끓이다 말고 간도 못 맞춘 육개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