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드론 소비를 촉진 시킬 '킬러 앱'이 등장해야
요즘 들어 조금 시들해진 듯도 하지만, 여전히 '드론Drone'은 IT 업계의 핫 이슈 중 하나입니다. 아시다시피 '드론'은 원격 조정되는 무인 항공기를 뜻하는 말이지요.
드론 하면 흔히 쿼드콥터(프로펠러가 4개 달린 비행체)를 연상합니다. 프로펠러가 6개 넘어가는 멀티콥터들도 제법 있습니다만 생김새는 비슷합니다.
오늘은 드론 중에서도 엔터테인먼트용 드론, 개인용 드론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드론 시장은 실제로 최근 몇 년 간 폭발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여러 기관이나 업체에서 일관되게 성장 전망을 내놓고 있으니 굳이 수치를 인용하거나 하진 않겠습니다.
사실 오늘 하려는 얘기는 드론 시장이 점점 더 커질 것이고, 드론은 미래 먹거리 산업 중의 하나이고, 이런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얘기입니다.
개인에게 판매되는 취미용 드론, 즉 엔터테인먼트용 드론은 머지 않은 시일 내에 시장 수요의 한계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예측을 포함해서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새로운 '킬러 앱(Killer Appication)'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현재 엔터테인먼트용 드론이 주는 최대 가치 중 하나는 사진과 영상이 주는 새로운 경험입니다. 드론 덕분에 이전의 촬영 방식으로는 보여줄 수 없었던 시야를 담을 수 있게 되었죠. 성능 좋은 드론만 있다면 개인도 어렵지 않게 고공에서의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엔터테인먼트용 드론이 특정 수요를 지속할 수 있다는 근거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특정 수요의 벽에 부딪히게 되리라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시각적 기록을 남기고 공유하고 싶은 욕구는 인간에게 상당히 본질적인 욕구입니다. 그 옛날 원시 동굴의 벽화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지요. 필름 카메라 산업이 쇄락하며 디지털 카메라가 떠오르고, 폴라로이드가 큰 인기를 끌다가 침체되고, 이렇게 매체와 기술이 변하는 동안 인간의 시각적 기록에 대한 욕구 자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시장 니즈를 산업 카테고리 중심으로 보지 않고, 사람들의 본질 욕구 중심으로 보자면 현재 엔터테인먼트용 드론 산업은 대부분 기존의 카메라 산업의 니즈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드론캠(헬리캠)은 액션캠과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이전에 보여주지 못했던 시야를 통해 시각적 기록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주었다는 면에서 말이지요.
액션캠의 선두주자였던 GoPro는 역동적인 상황을 잘 담을 수 있는 카메라와 악세사리를 만들어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었습니다. GoPro의 경우 2015년 이후로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후발 주자들에게 밀려서 이익이 감소하고 주가가 폭락했지만, 액션캠 시장 자체는 세계적으로 더 커졌고, 지금도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액션캠 시장이 커진 것처럼, 사진 및 영상과 결합한 개인용 드론 시장은 한동안 커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수요는 유지될 것입니다. 드론 업계의 선두주자인 DJI는 카메라 명가 핫셀블라드의 지분을 취득하고, 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현재와 같은 식으로 '사진과 영상'이라는 어플리케이션에만 집중해선, 개인용 드론 업계 전체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해본 것입니다.
시각적 기록 문화에 대한 시장 전체를 보자면, 첫 단계로 카메라 시장이 있고, 두 번째로 '확장' 카메라 영역의 시장이 있을 겁니다. 첫 째가 캐논, 니콘 등이 참여하는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이라면, 둘 째가 액션캠, 드론캠을 포함하는 시장이겠죠.
이 중에 앞서 말한 액션캠은 다양한 아웃도어 스포츠 및 익스트림 스포츠에 맞물려서 성장했습니다. 이전에는 쉽게 영상을 찍을 수 없었던 영역을 개척한 셈입니다. 확실하게 특정 소비층이 겪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고, 그 기록과 공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었습니다.
하지만 드론캠이 그 정도로 강력한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가 하면, 거기에 대해서 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서핑 선수나 산악 바이크 선수들이 하나씩은 다 액션캠을 갖게 될 때에, 드론캠이 꼭 필요하여 살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그 욕구의 지도가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재까지는 이미 첫 째의 카메라 시장, 즉 DSLR을 보유하거나 좀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는 개인이나 사진 작가들이 드론캠도 소비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용 드론 산업이 사진 및 영상에 집중하더라도, 단순히 '높은 곳에서의 사진'이나 '따라오면서 찍어주는 사진' 넘어서는 새로운 융합을 구현할 때에 더 지속적인 미래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이를테면 앞서 말한 '시각적 기록 문화에 대한 시장 전체'의 확장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스마트폰입니다. 요즘은 스마트폰도 카메라 성능 자체가 뛰어나기도 하지만, 사진의 즉석 촬영과 공유(SNS 등), 그리고 저장, 편집의 편의성 등과 결합하면서 또한 사람들은 특정한 '욕구'를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드론캠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당장 떠오르는 아이디어로는 '한 대상에 대한 연속적 다면 촬영, 혹은 여러 대의 드론을 통한 동시 촬영을 통해 입체적 3D 기록물을 구현하는 것' 정도가 떠오르네요.
드론캠의 자유로운 이동성과 다면촬영, 그리고 기존의 항공 사진으로 건물을 3D로 구현해내는 기술 등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드론캠만이 해낼 수 있는 '아예 새로운 종류의 사진' 영역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무엇이 될 지는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지만, 이런 식으로 드론 업계에서는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욕구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설계해나가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드론 자체의 비행 기술이 부족한 후발 업체에서 드론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면, 더욱이 이런 '킬러 어플리케이션'에 대해 새롭게 고민해야 되겠지요.
물론 드론캠의 시각적 경험이 '기록'에만 한정될 필요는 없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드론 비행과 VR 헤드셋 디스플레이를 경험하면, 하늘을 나는 듯한 체험이 가능해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용 드론이, 드론 레이싱(Racing), 드론 파이트(Fight) 등 아예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영역을 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드론 조작이 일종의 게임 플레이와 결합하게 되어 나갈 수도 있고요. 드론 시장의 다음 게임 체인저는 이러한 새로운 킬러 앱을 구현하는 업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조작'이 중심이 되는 드론 엔터테인먼트의 예시들은 매니아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라, 당장 대중화 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RC 헬기'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드론이 보급되기 훨씬 전부터 유구한 역사를 지닌 매니아 취미 영역입니다. 하지만 순전한 엔터테인먼트로서 대중화 되기에는 진입 장벽이 좀 있는 취미라 할 수 있죠. 어느 선을 넘어가면, 수리나 개조를 위한 전자적 지식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기기와 조종에 대한 로망이 있는 특정 남성 층에게는 어필하지만, 어떤 보편적 욕구에 부합하는 어플리케이션이라고 보기도 힘들고요.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모두 '엔터테인먼트용 드론', 즉 개인이 취미 목적으로 구입하는 개인용 드론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물론 드론은 농업, 운송, 건설, 군사영역 등에서 어마어마한 잠재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DJI의 팬텀 시리즈 등이 주목 받기 전까지 사실 드론 시장의 대부분은 산업용과 군사 영역에만 있기도 했고요. 그 쪽 시장은 또 별개의 이야기로 풀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의 삶에 혁신적인 영향을 줄 미래 변화의 단초가, 엔터테인먼트용 드론에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짐작을 갖고 고민을 해본 것입니다. 그 만큼 '지상의 한계로 인한 물리적 이동성을 극복한 개체, 그리고 그 개체를 조종하는 기술'은 매력적인 것이기 때문이지요.
어떤 변화와 확장이 일어날 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엔터테인먼트용 드론 시장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선, 단순한 성능의 개선이 아닌 새로운 융합을 통한 '킬러 앱'이 등장해야할 것입니다.
막연하게 '영상' 혹은 '게임' 쪽에 무언가 더 있지 않을까 생각은 드는데(이 둘이 여러 IT 디바이스의 발전을 견인해온 컨텐츠이기 때문에), 그 외의 분야까지 포함해서 앞으로 드론 업체들의 시장 진출 경쟁을 기대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