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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슬 Oct 06. 2017

중국의 모바일 페이는 어떤 문제들을 풀었나

화폐 문화에서부터 모바일 UX까지 살펴보기

이번에는 중국의 '모바일 페이' 이야기입니다. 지난 한 해 중국의 모바일 페이 양대 산맥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에서 결제된 금액은 둘이 합쳐 한화로 6300조에 달한다고 합니다. 6300조라니, 아무리 중국에 인구가 많다지만 그 숫자로 어떤 규모인지 짐작도 안 가는 금액입니다. 


여기서 모바일 페이란, 스마트폰 기기에 등록된 직불카드 혹은 계좌를 통해, 온오프라인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말합니다. 오늘은 좀 더 '오프라인'에서의 모바일 페이 성공에 대해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스마트폰을 현금이나 플라스틱 신용카드 대신에 쓰는 것이지요.


최근에 중국을 여행해보신 분들의 말에 의하면,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상에서도 QR코드를 출력해서 걸어놓은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CGTN.com/ 스마트폰 앱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바로 결제가 되도록 해둔 것이지요. 친절하게 왼쪽에는 위챗페이, 오른쪽에는 알리페이 둘 다 있네요. 


이렇게 중국에서 모바일 페이가 빠르게 정착하게 된 이유는 한 가지로 딱 정해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한 통신 인프라, 알리바바(알리페이)와 텐센트(위챗페이)의 전격적인 마케팅, QR코드의 편리성, 낮은 수수료와 MMF 연동, 그리고 세금 혜택 등의 실리적인부분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중국의 모바일 페이 발전의 '산업'적인 측면이나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선 해설해둔 다른 많은 글들이 있으니, 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사람들의 행동과 문화에 집중해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과연 중국의 모바일 페이는 어떤 문제를 풀었길래 빠르게 중국 문화에 침투할 수 있었을까요? 


큰 틀에서 답은 간단합니다. 바로 아래 두 가지입니다. 


1. 신뢰(안정성)

2. 편의 


이 두 가지가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답인 이유는, 사실 화폐와 지불 수단의 발전 역사가 늘 신뢰와 편의의 맞물림 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신뢰와 편의가 지닌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 좀 더 얘기해볼까요.


최근에 마침 근처를 지날 일이 있어서 화폐박물관에 들러봤습니다. 직접 촬영.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고대에 순수한 물물교환에서 물품화폐가 등장하게 된 것도 '편의' 때문이었습니다. 물물교환의 대상이 되는 식량은 상할 염려도 있고 다른 물건들도 운반과 보관이 쉽지 않았죠. 그래서 보존성이 좋고 계산도 쉬우며, 실제로 희귀한 것들이 화폐 역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쉽게 훼손되지 않으리라는 점과 그 자체가 희귀하기 때문에 언제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 이 부분이 바로 '신뢰(안정성)'입니다. 언제든 그 화폐를 실물로 교환할 수 있다는 믿음이지요. 


그 중에서도 금속 화폐는 비교적 인류 문명사의 긴 시간 동안 통용된 형태의 화폐입니다. 과거의 금속 화폐는 보존과 운반, 그리고 스스로 희귀성과 가치 등의 조건을 고루 충족시키는 화폐였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은화인데, 은은 녹슬지 않고 기능적으로 쓸모도 많으면서 금보다는 유통량이 많아서 여러 문화권에서 두루 화폐로 쓰였다고 합니다. 물론 금화도 여러 문화권에서 쓰였고요. 


파운드도, 달러도, 은화의 명칭에 어원이 있다고 하네요. 직접촬영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물론 금속 화폐도 시대별로 문화별로 위태로울 때가 있었습니다. 금화 은화처럼 실제 금속이 희귀한 경우가 아니라 편의를 위해 비교적 저렴한 금속으로 화폐를 만든 경우, 그 화폐를 실물로 바꿀 수 있다는 신뢰도가 떨어지는 일이 생기는 것이지요. 그런 일들은 발행 주체인 국가가 인플레이션(화폐가치 감소)을 통제하지 못했거나, 특정 지역의 통화량이 현저하게 낮아서 화폐가 제 기능을 못하거나, 이런 때에 발생합니다. 그러면 과거 사람들도 쉽게 다시 물물교환적 경제 활동을 했었다는군요. 


오류를 감수하고 역사를 좀 건너 뛰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화폐의 발전 대략 아래와 같은 단계를 거쳐왔습니다. 


물물거래에서 발전한 형태의 물품화폐 (쌀, 화살촉 등)


보존과 계산의 편의성이 좋고 희소 가치가 있는 금속화폐 (금화, 은화 등)

금괴를 들고다니는 것은 불편하거나 위험하므로, 금은 은행에 넣어두고 금의 가치를 기준으로 발행한 지폐 (금본위제)

금의 보유와 관계 없이 교환 가치의 신용만으로 발행된 지폐 (금본위제 해체)

지폐를 운반하고 사용하는 것마저 불편하여 발행한 지급 보증 신용 화폐 (수표, 어음 등) 

디지털화된 정보만으로 금액을 교환하는 방식


위의 설명은, 화폐의 발전이 '신뢰'와 '편의'의 맞물림이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심하게 단순화시킨 것으로, 직독직해하자면 다 맞진 않습니다. 이를테면 금본위제는 오히려 상당히 발전한 개념이고, 금본위제 이전에도 교환 가치의 신용만으로 발행된 화폐가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수없이 있었죠(물론 그런 화폐들은 쉽게 신뢰를 잃어서 정착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지만요). 그리고 수표와 어음 같은 '지급 보증' 방식의 신용 화폐는 지폐가 쓰이기도 훨씬 전에 존재하기도 했었고요. 


다만 위와 같은 단순한 단계를 생각하다보면, 왜 필연적으로 모바일 페이가 중국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디지털 화폐를 포함한 다음의 화폐는 어디로 갈 것인지를 좀 더 쉽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럼 다시 중국의 모바일 페이 얘기로 돌아와보겠습니다.


출처는 이미지 안에 표시. 위안화 구권 시절에는 위조 지폐 문제가 좀 더 심각했습니다. 신권 이후로도 좀 나아지긴 했지만 완전히 해결되진 않았지요.


중국의 모바일 페이는 중국 상인들의 생활상 속에서 한 가지 스트레스를 확실히 해결해주었습니다. 그건 바로 위조 지폐에 대한 고민이었죠. 중국은 땅도 넓고 인구도 많은 만큼 다양한 방식의 위조 지폐가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가 심각해서 중국에서는 지폐 위조범 검거 시에 거의 극형으로 다스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검거될 확률은 낮고 위조 지폐 발행을 통한 인센티브는 크다면, 위조 지폐 범죄 자체는 쉽게 없어지지 않겠죠. 


중국에서도 위조 지폐로 인한 스트레스를 앓고 있던 것은 개인보다도, 바로 상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이었습니다. 받을 때마다 세세하게 확인해야한다는 부담감과, 혹시나 위조 지폐를 받으면 몇 시간 장사 정도는 날려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이 와중에 모바일 페이는 훨씬 신뢰도가 높은 화폐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2017년 초에 나온 아래의 기사를 보면, 국내에 유통된 위안화 위조 지폐도 최근까지 상당히 늘어났다고 하네요.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133433


새로운 지불 수단이 오프라인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둘째치고, 그 새로운 지불 수단을 받아주는 가맹점이 빠르게 늘어나야 합니다. 중국 상인들에게는 최소한 그런 측면에서 오프라인 가맹점이 늘어날 동기부여가 존재했던 것입니다. 바로 위조 지폐로 인한 스트레스가 해결된다는 점이지요. 


에서 금속 화폐를 얘기할 때에 단단해서 잘 훼손되지 않고 금속 자체가 희귀에서 교환 가치의 안정성이 있다고 얘기를 했었는데요, 그러한 '신뢰'의 구성 요소 역시 현대에 들어 화폐의 속성이 변함에 따라 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쉽게 위변조 되지 않으리라는 것과, 내 재산을 위탁한 기관(은행 등)으로부터 언제든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해진 것이지요.  


모바일 페이를 위변조 하려면, 알리바바나 위챗의 서버를 해킹해야 하고 그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알리바바나 위챗이 망해 없어지지 않는 한 고객의 자산은 안전하겠죠. 


하지만 '신뢰'만으로 하나의 지불 수단이 빠르게 확산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편의'의 혁신도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모바일 송금을 할 때마다 2단계 3단계 인증을 해야하거나, 공인인증서을 써야 했다면?! 중국에도 모바일 페이가 정착할 수 없었겠죠.


IT와 인간욕망 연구소 지갑으로 0.01비트코인을 후원하는 QR코드입니다 ^^


하지만 중국의 오프라인 상점에서 모바일 페이 전송 방식은 아주 단순합니다. 앱을 열어서, QR코드 스캔, 비밀번호 입력, 그리고 끝입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누구에게 얼마를 보낸다는 내용이 자동 입력되기 때문이죠. 송금을 받는 상인도 카드 리더기나 POS기(보통은 매장 계산대에 있는, 판매 관리도 하고 결제도 받는 기기)를 별도로 비치할 필요가 없습니다. 본인의 스마트폰에 앱 하나만 설치하면 됩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진입 비용이 무척이나 낮은 것이지요.


중국 사람들이 왜 그렇게 QR코드를 사랑하는지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문자 입력의 어려움이 바로 그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일 것 같습니다. 중국어는 표음문자(소리를 담는 글자) 체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키보드를 통한 문자 입력이 수월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에서의 중국어 입력은 크게 키보드를 통한 병음(중국어 발음을 영어 알파벳으로 표기한 것) 입력과, 간체 필기 인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병음 입력을 하려면 영문 키보드에서 '복숭아'의 중국어 병음 표기 'Táozi'를 입력하면 '桃子'가 입력되는 방식이지요. 간체 필기 인식은 말 그대로 키보드의 가운데 면에 '桃子'를 손으로 써넣는 식입니다. 


옆에서 쓰는 것을 관찰해보니, 병음 표기와 필기 인식 모두 자동완성 기능이 있어서 대부분은 앞 부분만 쓰면 단어가 떠서 선택하면 되더군요.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비교적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일수록 필기 인식을 이용하는 비중이 높은 듯합니다. 


'누르고 말하기' 버튼이 보시지요? 위챗의 음성메시지는, 버튼을 누르고 말한 후에 버튼을 떼면 바로 전송됩니다. 


학술 모임에서 처음으로 여러 중국 친구들과 위챗 친구를 맺을 때에, 너무 당연한 듯이 QR코드 스캔으로 서로 친구 추가를 주고 받는 것을 보았는데요, 처음에는 그게 좀 유난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디를 불러주고 친구 추가하면 될 것을, QR코드 스캔을 활성화시키고 서로 폰을 내미는 것이 오히려 더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것이 가급적 키보드 입력을 줄이려는 니즈와, 그에 맞는 UX 설계 때문이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습니다. 위챗에서 문자 입력을 대체하려는 인터페이스 측면의 시도는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위챗은 입력창 바로 왼쪽에 '음성 메시지' 버튼이 붙어 있죠. '음성 메시지' 버튼을 누르면 제가 위에 캡쳐한 것처럼 '누르고 말하기'가 활성화되는데, 누르고 말하고 손을 떼면 바로 음성 메시지가 전송되는 식입니다. 카카오톡의 음성 메시지 방식과는 많이 다르죠. 


또 위챗의 전면에 음성 메시지 버튼이 있다는 것은 가능한 키보드 입력을 피하려는 UX가 반영된 것이겠죠. 통화할 상황은 아니고 키보드 두드리기 귀찮거나 마땅치 않은 상황이면 바로 그냥 음성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보자면, 중국어 문자 입력의 어려움은, 자연스럽게 여러 검색 키워드나 URL 등의 입력을 QR코드로 대체하게 했을 것입니다. 그런 경험이 모바일 페이까지 전이된 것이지요. 


중국에서 QR코드가 얼마나 별별 곳에 쓰이고 있는지는, 좋은 포스팅을 하나 발견하여 소개드립니다. 

http://blog.naver.com/crush_on_ux/221093881775


심지어 중국은 거지들도 QR코드를 뽑아서 들고 모바일페이로 구걸을 한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히 관찰되는 독특한 한 두 사례가 정도가 아니라 얼마나 모바일 페이가 현금을 대체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기존의 지폐보다 '신뢰(위변조가 거의 없고 지급 보증이 탄탄하다는 면)'와 '편의(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편의성이 있고, 상호 스마트폰만 있다면 신용카드보다도 간편함)' 면에서 성공적이었던 모바일 페이의 정착은, 하나의 IT 서비스의 성공이 아니라, 화폐의 발전사라는 관점에서 놓고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중국 정부의 직간접적 지원 없이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중국은 금융 규제가 엄격하지 않기도 하고, 현금 거래를 모두 전자 거래로 바꾸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세금을 매기기 위한 소득 추적에 유리하기도 하고요, 기존에 추적되지 않던 현금 거래가 모바일 페이로 바뀌면 정부에게도 좋은 점이 생기는 것이지요.


이미지 출처. BBC.Com/ 세계 경제 포럼에서 발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은 공산주의를 포기하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 편 굉장히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고 있죠. 


그런 면에서 모바일 페이는 드물게, 개인 이용자, 상점, 그리고 정부 모두에게 '윈-윈-윈'인 서비스였기 때문에 이렇게 확산될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물론 맨 앞에서 얘기했듯이, 모바일 페이 확산에는 업체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의 영향도 있을 것이고요, 모바일 페이 사용 시의 실리적인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모바일 페이에 예치해둔 금액을 MMF에 간접 투자해서 이율을 주기도 하고(알리페이 상품의 경우 이율도 연 4%에 육박하는데, 해당 MMF 수탁고가 100조가 넘어서 세계 1-2위를 다툰다고 합니다, 정말 어메이징 중국입니다), 해외에서 모바일 페이를 사용 시에 세금 정산과 환급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들을 보면 우리나라 전자 금융이 얼마나 규제 때문에 날개를 못 펴는지 안타깝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이번에는 중국의 모바일 페이가 '어떤 문제'들을 풀었나 주목해서 보았는데요, 추상적으로 단순화시키자면 '신뢰'와 '편의'의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추상화는 단순히 이미 일어난 결과에 이유를 붙여서 복기해본 것처럼 보이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신뢰'와 '편의'에 대한 관점이 앞으로 화폐의 미래를 예견하는 데에도 중요한 축으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가상화폐(비트코인 등의 Cryptocurrency)가 지불수단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나, '국내에서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할까' 같은 것을 예견하는 데에도 위에서 언급한 관점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지요. 


비트코인은 현재에는 투자 수단 혹은 역외 거래용으로 존속하고 있지만, 개인이 화폐로 사용하기에는 변동성으로 인해(오늘 환전한 비트코인이 내일 폭락할 수 있으니) 지불의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결제의 편의성 역시 현재는 떨어지죠(모바일 송금을 위해선 지갑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등). 위변조가 어렵다는 측면의 신뢰도는 아주 높지만 그것만으로 온전히 화폐가 될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비트코인이 거래량과 시가총액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 자체가 변동성이 주는 투자 매력 때문이고, 이는 지불 수단이 되기 위한 신뢰도와는 상충되기 때문에, 한동안 비트코인이 화폐를 온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Bloter.net/ 저도 비트코인 첨 좋아하는데요, 화폐의 역할을 하기엔 갈 길이 멀다고 봅니다. 


국내에서는 '토스'와 같은 간편 송금 서비스가, 처음에는 단순히 송금 UX를 혁신적으로 간편화한다는 것에서 시작하여 점차 모바일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고요, 얼마 전에 '카카오뱅크'가 등장해서 모바일 뱅킹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지긋지긋한 '공인인증서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만 개선되어도 혁신처럼 느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신뢰'와 '편의'라고 추상화시키긴 했지만 그것이 시대별로 문화권별로 고유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의 중장년층에서는 역으로 모바일로 돈을 주고 받는 것이 뭔가 불안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몇몇 어르신들은 전화로 송금하는 것이 더 해킹될 것만 같아서(순전히 심리적인 부분이지만요) '안전하고 확실한' 현금을 쓴다고 하십니다. 이렇게 현금과 모바일 페이, 어느 쪽이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심리적인 부분이 문화에 따라 다른 것이죠.




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언급하자면, 사회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나라에서 역설적으로 모바일 금융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의 소말리랜드 사람들이 도시 사람들의 81%가 휴대전화를 이용한 송금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BBC Future의 내용을 번역한 뉴스페퍼민트 기사 링크입니다. 

http://newspeppermint.com/2017/09/28/africa_cash/


위의 글에서도, 케냐의 인구의 절반 가량이 모바일 결제 및 송금 서비스에 가입해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바로 '엠페사' 이야기입니다. 

케냐는 사회 기반 부족으로 은행도 ATM도 부족하여 계좌 이용율이 낮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현금을 들고 다니다가 범죄의 표적이 되는 일 등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휴대전화 가입율은 높았기에 모바일 뱅킹으로 개인 금융 문제를 극복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조선비즈 기사 링크입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29/2016012902226.html


인도의 경우는 2016년 화폐 개혁 이후에 모바일 페이 이용이 증가 추세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시장의 노점들까지 'Paytm(인도의 점유율 1위 모바일 페이이고, 알리페이의 '앤트파이낸셜'에서 지분의 4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을 받는다고 하는군요. 


다른 한 편에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같이 사회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북유롭 국가들도 점차 '현금'을 없에는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북유럽은 꼭 모바일 페이가 아니라도 체크카드/신용카드 사용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기도 하죠. 북유럽의 시도는 사회 투명화와 화폐 발행 비용 절감 등의 목적을 지닌, 조금은 다른 이슈이긴 한데요, 큰 틀에서 세계가 현금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역설적이게도 이미 어느 정도는 신뢰와 편리함을 주는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에, 모바일 페이에 대한 혁신이 늦어지는 셈일 수도 있습니다. 기술 혁신은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줄 때에 폭발적으로 퍼져 나갈 동력을 얻는데, 우리는 애매한 편리함과 애매한 불편함 사이에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IT강국 대한민국에 어울리지 않는 규제와 정책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도 빛을 보지 못하는 부분이 클 것입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정책은 '신뢰'의 문제를 풀기 위해 '편의'를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지죠. 보안을 강화한다며 수많은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게 만들거나, 대포 통장을 예방한다며 통장 개설 절차를 어렵게 만드는 식입니다.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꼭 IT서비스의 경우가 아니라도, 원래 돈이 돌고 도는 데에는 '편의'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 높은 데에 계신 분들도 알아주실 때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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