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신촌기차역 뒷골목, 선팅 짙은 검은색 봉고차가 들어섰다.
짧은 경적소리 뒤로 적갈색의 벽돌건물 지하에서
검은 옷을 입은 청년 한 무리가 우르르 몰려나온다.
커다란 가방에 삐죽이 튀어나온 삽과 톱, 망치 등 장비를 챙겨든 청년들의 무리.
"이쪽입니다!"
마스크와 팔토시로 중무장한 그들의 눈빛과 걸음은 사뭇 비장하다.
(어디선가 풍문으로 들었소~ 음악소리와 함께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듯하다.)
그들은 봉고차 뒤에 장비들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실어 나른다.
"이동합니다!"
짙게 선팅 된 봉고는 검은 청년들을 꿀꺽 삼키고는 신촌 기차역을 떠났다.
도로 건너편에서 청년들을 쫓던 한 중년의 남성이
출발하는 그들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섰다 돌아선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창천교회의 뾰족한 두 종탑 뒤로 주홍색 노을빛이 내릴 무렵 즈음
봉고는 그 골목에 다시 나타났다.
중년 남성은 건너편 도로에서 그들을 다시 관찰한다.
검은색 옷을 입은 무리는 재투성이가 되어있었다.
신발과 옷에 흙이 잔뜩 묻어 있고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들은
그들과 똑같이 재투성이가 된 연장을 내려 들고는 다시 적갈색 벽돌 건물 지하로 들어갔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 흙모래를 중년의 남자가
오래도록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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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인력사무소 하세요?”
여느 때와 같이 사무실을 정리하고 나오는데 관리소장님이 나를 불러 세워 물었다.
뭐 이상한 단체인가 하는 표정이 소장님의 얼굴에 스쳐 지나갔다.
"네?"
"무슨 일 하시는 거예요? 검은 봉고차가 자주 오던데.. 혹시 (그런 해결하시는 곳인가..)"
작게 이어지는 말에 '뭐 이런 오해를 하나'싶었다.
청년들을 보내고 사무실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봉고차와 청년들을 여러 번 봤는데 너무 궁금했다는 소장님.
활동 후에는 늘 거지꼴이라 도망치듯 건물을 나오는 데 그것도 소장님 보기에는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웃음을 삼키며 대답했다.
“저희 쓰레기 치우러 가는 거예요. 바다로!”
오해는 빨리 풀어야 제맛이지.
“청년들과 함께 인천이랑 경기 쪽 바다에 가서 쓰레기 줍는 일을 하고 있어요. 도시에서도 하구요.”
"아~ 그러셨구나~"
소장님은 안심이 되지만 아직은 미심쩍은 얼굴로 돌아섰다.
저렇게 돌아선다고?
'돌아와요! 아직 해명의 말이 12개나 남아있다구요!!'
이후 소장님을 붙들어놓고 비영리 활동, 환경정화 활동을 한다는 것에 대해 부연 설명을 늘어놓았지만 우리의 스토리는 더 이상 소장님의 관심사가 아닌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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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부터 봉고차를 빌려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직접 해변에 가서 쓰레기를 줍고 활동을 해보니
이게이게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바다의 바람은 소금물을 잔뜩 머금어 도시의 가벼운 바람과는 달랐다.
바람이 한번 지나가면 초사이언도 울고 갈 슈퍼 초사이언의 헤어스타일이 완성되고
바람을 헤치고 모래 위를 걷기만 해도 초사이언의 체력은 급격하게 저하되어 큰 데미지를 얻는다.
걷기조차 힘든 모래 위에서
쓰레기들은 물과 모래를 먹어 매우 무겁고,
사람의 몇 배나 큰 쓰레기들이 밀물과 썰물로 해변에 박혀버려
삽질(?)을 해야만 쓰레기를 건져낼 수 있었는데
사람 한둘은 묻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땅을 파내야 쓰레기를 꺼낼 수 있었다.
(아름답고 여유로운 해변의 플로깅을 기대하고 온 참여자분들은 이 오해들을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며 막노동보다 힘든 일임을 사전에 꼭 공지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이 모진 일을 함께하는 청년들에게 귀가 길 운전은 너무 무리였고 모두에게 위험한 일이었다.
다른 비용을 아끼더라도 기사님이 함께 계시는 든든한 차량이 필요했다.
그렇다. 우리는 기사님이 운전하시는 차를 타고 다닌다.(웃음)
8년의 시간.
우리는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가난하지만,
함께하는 청년들이 즐겁게 오래도록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재앙과 같은 기후변화를 겪으며
스스로를 멸종위기 인간이라고 부르지만
포기하지 않는 청년들의 의지가
지구를 위한 길이 되고,
우리의 길 위에 더 오래 지구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
멋지게 이야기했지만 솔직하게는 크게 외치고 싶다.
대기업님들!
자꾸 기부금 깎아달라 하지 말고 기부 좀 그냥 많이 하세요!
기부금을 대체 왜 깎아달라 하는 거예요!
엉엉,
비영리가 얼마나 힘들다구요!
그러지 좀 마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