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과 제국주의

by 아인도

올해 초, 결국 멜론에서 유튜브뮤직으로 갈아탔다. 오랫동안 멜론을 쓰며 마음에 드는 곡 하나하나 모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쌓아왔기에 구독을 끊기 쉽지 않았지만, 유튜브뮤직의 편리함 앞에 그만 굴복하고 말았다. 처음 한 곡만 골라서 재생하면 취향을 분석해 듣기 좋은 음악을 끊임없이 이어주고, 최신 트렌드까지 반영해 리스트를 만들어주니 너무나 편리했다.


그러다 얼마 전 직장에서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옆자리 동료가 유튜브뮤직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그 노래는 평소 내가 자주 듣던 곡이었다. 무심코 흥얼거리며 따라 듣던 순간 깜짝 놀랐다. 다음 곡마저 내가 듣던 순서와 똑같이 흘러나온 것이다. 그제야 깨달았다. 유튜브뮤직의 편리함 이면에는 나와 동료를 같은 취향의 길 위로 이끄는 알고리즘의 힘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리즘이 만드는 획일성


카일 차이카는 저서 <필터월드>에서 플랫폼 알고리즘이 사람들의 취향을 평준화하고, 또 획일화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사회적 관계를 기반으로 한 추천 시스템은 다수가 이미 소비한 콘텐츠, 좋아요가 많이 달린 게시물을 신호 삼아 가장 무난하고 대중적인 것에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그 결과 사용자는 낯선 것을 경험할 기회를 잃고, 독창적인 취향을 발전시킬 가능성도 줄어든다. 대신 많은 사람들이 즐겨온 ‘평범한’ 패턴만 반복적으로 소비하게 된다.


가장 불분명하지 않고 가장 혼란스럽지 않으며 아마도 가장 의미가 없는 문화의 파편이 가장 높게 추앙된다. 평준화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통 분모이자 평범함을 의미하며, 이는 인류가 자랑스러워 하는 문화적 창조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특징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을 통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알고리즘은 분명 필요한 도구다. 유튜브에만 1,400억 개가 넘는 영상이 존재하는데, 이를 사람이 하나하나 직접 보고 걸러내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리즘의 필터링은 사람들의 문화적 경험을 평범함의 공통분모로 몰아간다. 생각을 요구하는 독창적 작품이나 다수의 취향에서 벗어난 창작물은 '간택'받기 어렵고, 결국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운명에 처한다. 반대로 누구나 직관적으로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에게는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간다.


이 같은 현상은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프라인 세계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확산된다. 소셜 미디어와 맛집 추천 플랫폼은 전 세계 식당과 카페를 비슷한 분위기로 몰아간다. 다수에게 친숙한 인테리어와 메뉴를 갖춘 공간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로 여행을 가도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보다, 이미 한국에서 보았던 익숙한 미학과 감각을 반복해 소비하게 된다. 먹고, 입고, 머물고, 즐기는 대부분의 경험은 플랫폼의 영향력이 미치는 모든 지역에서 알고리즘의 필터를 거쳐 점점 더 평준화되고 획일화된다.



편리함과 개성의 상충관계


이러한 획일화 경향은 플랫폼이 가진 제국주의적 성격과 맞닿아 있다. 춘추전국시대를 종식한 중국 최초의 제국 진나라는 전국의 화폐·도량형·도로 규격을 하나로 통일했다. 그리고 중앙정부에서 관리를 파견해 각 지방을 동일한 법과 제도로 다스렸는데, 이로 인해 제나라, 연나라, 초나라 등 각국이 지녔던 특색은 점차 사라지고, 전국은 비슷한 모습으로 획일화되었다.


단일한 제도와 기준은 언제나 양날의 검이다. 한편으로는 장벽을 허물고 교환 비용을 줄여 교류를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한국 사회의 경우 표준어 사용과 9년간의 의무 교육 제도를 통해 국민 전체가 일정 수준의 유사성을 공유하게 되었고, 덕분에 처음 만난 사람과도 쉽게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가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경험을 제공한다. 낯선 해외에서도 이들 매장만 찾으면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고, 생전 처음 방문한 도시에서 빅맥과 아메리카노가 주는 편안함에 의지할 수 있다. 덕분에 여행은 한결 수월해진다.



하지만 편리함의 대가로 개인의 특성과 지역의 색채는 점점 옅어진다. 학창 시절, 모두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규율에 따라 생활하다 보면 사고방식과 습관은 자연스레 비슷해진다.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는 학생은 쉽게 ‘이상한 아이’로 낙인찍히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기 전까지 고유한 개성과 방식을 지녔던 지역 식당과 카페도 결국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의 분위기와 서비스, 시설 수준에 맞춰 변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시장에서 점차 밀려난다. 다수에게 익숙한 취향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이 낯설음을 불편하게 여기며 외면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시대의 승자와 패자


플랫폼이 알고리즘을 무기로 주도하는 전 세계적 획일화 과정에는 승자와 패자, 그리고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들이 존재한다.


승자는 플랫폼을 지배하는 주주와 경영자들이다. 그들은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알고리즘의 방향을 끊임없이 조정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 사회가 지니던 자치권과 문화 형성의 권한을 빼앗고, 권력을 플랫폼 중심으로 집중시킨다. 또한 플랫폼에 유리한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인물을 선별해 혜택을 몰아주며 새로운 스타와 인플루언서로 키운다.


패자는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 지역 공동체와 상권을 지배하며 '왕'으로 군림하던 단체 또는 기업이다. 그들은 지역 내 주요 지위를 차지하고 큰 이익을 챙겼지만, 상대적으로 지역 문화를 발전시키고 보존하면서 공동체와 공생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플랫폼의 기술력과 속도, 막강한 침투력 앞에 이제껏 누려온 권위와 영향력을 점차 상실하고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서, 플랫폼 제국의 등장을 마주하며 감탄과 혼란을 동시에 느낀다. 주위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유튜버, 인플루언서로 변신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막대한 보상을 얻은 성공 사례가 속출한다. 그들이 활동하는 모습은 때로는 경박해 보이지만, 동시에 온갖 인증을 통해 증명하는 경제적 풍요는 부럽기도 하다. 예전처럼 '정직하게', '성실하게'만 살다가는 점점 뒤처질 것 같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플랫폼의 간택을 갈망하며 살아가자니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플랫폼 알고리즘은 변덕스럽고 냉정하다. 주인의 이익에 맞게 로직과 배열이 수시로 바뀌며, 크리에이터들은 그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어떤 글이 주목받는지, 어떤 사진이 좋아요를 얻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지속적으로 자신을 최적화하고 퍼스널 브랜드를 다듬어야 한다. 과연 그 길로 뛰어들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그냥 살 것인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사람들은 망설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다양성의 방식


페이스북 30억 명, 유튜브 25억 명, 인스타그램 20억 명 이상의 사용자 수. 플랫폼의 영향력은 인류 역사상 어느 제국도 이루지 못했던 수준에 이르렀다. 이 방대한 제국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알고리즘은 필수적이다. 이제까지 존재한 어떤 관료제보다 더 효율적이고, 유연하며, 강력하다. 앞으로 AI의 도움까지 더해진다면 그 힘은 더욱 막강해질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알고리즘의 편리함은 무척 매력적이다. 일일이 선택하고 정리할 필요 없이 알아서 척척 해주니 너무 좋다. 지도를 보는 대신 티맵의 지시를 따라가고, ‘타임지 선정 100대 영화’ 대신 넷플릭스의 '오늘의 콘텐츠'를 감상하고, 유튜브가 띄워주는 쇼츠 영상만 하루종일 시청하며 지내도 큰 불편이 없다. 하지만 '점점 개인의 취향과 주체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이러다 정말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모두 똑같아지는 건 아닐까.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획일화의 압력이 아무리 강력해도 개별적 차이가 완전히 사라진 적은 없다. 같은 학교를 졸업해도 친구와 나는 다르고, 같은 음악을 들어도 동료와 나는 분명 어딘가 다르다. 플랫폼은 강력한 동일화의 힘을 지니지만, 인간 역시 남들과 다르고 차별화되고자 하는 강력한 욕구를 간직하고 있다. 물론 당분간은 플랫폼의 동일화하는 힘이 우위를 차지해 전 세계를 휩쓸겠지만, 결국 사람들은 또 새로운 방식으로 서로 간 차이를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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