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드인과 불안세대

by 아인도

우리 회사에는 외국인 직원이 적지 않다. 독일인 관리자, 인도인 개발자, 미국인 임원까지. 대부분 글로벌 빅테크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식 업무 방식에 익숙하다. 한 회사에 오래 머무르기보다는 2~3년 단위로 프로젝트를 맡고, 일이 끝나면 곧 다른 국가와 기업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이직 과정에서 링크드인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낯선 한국까지 오게 된 계기도 대부분 링크드인을 통한 스카우트 제안이었다. 그들의 프로필을 열어보면 눈이 번쩍 뜨인다. 뉴스에서 자주 보던 글로벌 빅테크부터 이름조차 낯선 유니콘 기업까지. ‘디렉터’, ‘리드’, ‘헤드’ 같은 직함을 달고 수행한 화려한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대륙을 넘나들며 쌓아온 경력을 보면, ‘이게 바로 글로벌 인재의 삶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채용 사이트의 진화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가 링크드인을 약 30조 원에 인수한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왜 IT 기업이 채용 사이트를 그렇게 비싼 값에 사들였을까?’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 링크드인은 단순한 채용 사이트가 아니라, 방대한 글로벌 인재 풀을 보유한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인이나 잡코리아 같은 기존 채용 사이트와는 태생적으로 구조가 달랐다.


우선 활동 범위가 글로벌하다. 링크드인은 국적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 인재와 기업을 연결한다. 인재가 곧 핵심 경쟁력이 된 시대, 글로벌 기업은 최고의 성과를 위해 세계 곳곳을 뒤져 특정 포지션에 적합한 인재를 찾고자 한다. 링크드인은 이러한 수요를 가장 잘 충족시켜줄 수 있는 플랫폼이다.


또한 단순히 ‘어느 회사에서 일했는가’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했는지, 어떤 기술과 자격을 갖췄는지까지 세밀하게 기록된다. 글로벌 기업의 주요 업무가 프로젝트 단위로 이뤄지는 만큼, 이 데이터는 인재 탐색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채용팀은 현재 모집 중인 프로젝트와 유사한 경험을 가진 인재를 찾아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인재가 보유한 네트워크까지 파악할 수 있다. 한 사람을 채용한다는 것은 곧 그가 이전 회사에서 획득한 인맥과 기술, 노하우, 기업문화 같은 무형자산까지 함께 들여오는 일이다. 링크드인의 ‘1촌’ 기능은 이 사람이 어떤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우리 기업에 어떤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게 도와준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 기능까지 결합돼 있어, 해당 인재가 평소 어떤 분야에 관심을 두고 어떤 생각을 공유하는지까지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채용 과정에서 기업과 인재 간 ‘핏’을 검증하는 데 무척 유용하다. 똑같은 IT 개발자라 해도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과 로봇·전자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은 어울리는 기업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소비자에서 상품으로


링크드인을 기존 채용 사이트와 가장 뚜렷하게 구분 짓는 지점은 바로 지원자의 지위 변화다. 과거에는 기업이 공급자, 지원자가 소비자였다. 기업들이 공고를 내면 지원자가 원하는 회사를 선택해 지원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링크드인에서는 이 관계가 완전히 뒤집혔다. 지원자는 하나의 ‘상품’으로 진열된 채 기업의 선택을 기다리고, 기업은 언제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고르는 소비자가 된 것이다.



물론 예전에도 자기 PR은 중요했다. 하지만 그때는 취준 시기에만 집중하면 충분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거나 이직을 원할 때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준비하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취업 전은 물론 취업 후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관리하고 다듬어야 한다.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했는지, 누구와 연결돼 있는지, 어떤 생각과 관심사를 지니고 있는지까지 꾸준히 드러내며, 잠재적 고객인 기업에게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


링크드인의 소셜 네트워크 기능은 '매력 경쟁'의 압력을 한층 높인다. 기존 채용 사이트에서는 경쟁자들의 평균적인 스펙 정도만 알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 또래 인재들의 커리어를 하나하나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링크드인 사용자 수는 10억 명을 넘고, 한국만 해도 약 460만 명에 달한다. 수많은 경쟁자들의 화려한 이력과 프로젝트 경험은 나의 못생김을 드러내는 거울이 되어 쉴 새 없이 압박을 가한다.


결국 링크드인 프로필은 단순한 이력서를 넘어,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꾸며진 자기 자신을 전시하는 쇼룸이 되었다. 우리는 언제나 평가받는 상품으로 살아가야 하며, 동시에 수많은 다른 상품과 비교된다. 마트 진열대의 '이 제품은 기능이 뛰어나요', '이 음식은 영양이 풍부해요', '이 상품은 가격이 저렴해요' 문구처럼, 지원자 역시 본인이 어떤 점에서 유용하고 차별적인지를 끊임없이 입증하고 홍보해야 한다.



직장인의 불안


조너선 하이트는 저서 <불안 세대>에서 2010년대 이후 SNS의 확산이 청소년, 특히 여자아이들의 우울증과 정신질환 증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학교를 다니는 대다수 여자아이가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 계정을 개설하고, 자신의 삶을 세심하게 편집한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게시하기 시작하고, 필터와 편집 앱을 사용해 가상의 미와 온라인 브랜드를 개선하기 시작했을 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많은 여자아이들의 사회성 계량기 바늘이 아래로 곤두박질쳤는데, 이제 대다수 여자아이가 평균처럼 보이는 수준보다 아래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끝없는 비교의 무대다. 또래가 올린 매력적인 외모와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을 볼 때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신을 확인하게 되고 그만큼 불안은 더욱 커진다.


계정을 만들기 전에는 ‘우리 동네에서는 꽤 괜찮은 편이지’, ‘학교 친구들보다 이건 내가 잘하지’라며 나름 만족할 수 있었던 아이들이, SNS에서는 끊임없이 '너는 모자란 게 많아', '너보다 나은 애들이 널렸어' 메시지를 주입받으며 흔들린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12세 어린이의 75%, 18~21세 청년의 80%가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는데,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SNS에서 찾는다.


링크드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화려한 스펙과 경력, 트렌디한 지식과 견해까지 뽐내는 또래의 프로필을 보는 순간, 자신이 가진 조건은 초라하게 느껴진다. 나름 실력을 갖추고 괜찮은 회사에 다닌다고 만족했지만, 글로벌 차원의 비교가 시작되면 자신감은 쉽사리 무너지고 불안만 남는다. 회사가 언제든 더 나은 후보로 나를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면, 직장인은 밤잠을 설칠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링크드인은 채용 시장의 주도권을 지원자에서 채용자 쪽으로 옮겨 놓았다. 이제 글로벌 기업은 방대한 인재 풀을 손에 쥐고 있으며, 클릭 몇 번과 키워드 검색만으로 언제든 대체 인력을 손쉽게 찾아낼 수 있다. 예전에 정보 비대칭과 탐색 비용 때문에 기존 직원을 붙잡아야 했던 기업이, 지금은 훨씬 높은 협상력을 확보한 채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불안을 넘어 기회로


한국 채용 시장도 링크드인이 주도하는 글로벌 인재 채용 흐름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일반적이었던 공채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2024년 기준 현대, LG, SK 등 주요 대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의 61.9%가 수시 채용으로 인재를 모집하고 있으며, 공채 비율은 22.6%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더 이상 ‘무난한’ 인재를 대량 선발해 교육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대신 처음부터 해당 업무에 특화된 인재를 확보해 즉시 성과를 내기를 원한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불안을 키우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특정 분야에서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하고, 확고한 퍼스널 브랜딩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훨씬 큰 보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나만의 가치를 지닌 특별한 ‘상품’이 된다면, 오히려 기업들이 나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도 만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링크드인은 불안을 넘어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도구다. 글로벌 기업과 산업 동향을 살피고, 롤모델의 커리어 패스와 인사이트를 연구하며, 함께 성장할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맺어 꾸준히 교류하면서 서로 자극과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링크드인은 불안을 키우는 장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열쇠이기도 하다. 결국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개인의 의지와 실천에 달려 있고, 그에 따라 위협적인 플랫폼이 될 수도, 기회의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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