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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itdaa Oct 11. 2017

해외취업에 대한 생각

Sena Suh 멘토님이 작성하신 칼럼입니다.

그 어느 때 보다 #해외취업 이 많은 한국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속속 보이는 해외취업자들의 인터뷰 기사, 그들의 경험담을 담은 책들, 정부/사설기관 해외취업 프로그램 등. 
종종 박봉이나 몸쓰는 일도 좋으니 그냥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얘기를 들으면 좀 마음이..그렇다.
내 블로그를 통해서도 싱가폴 연봉과 생활비에 대한 문의가 많은데, 그들은 한국보다도 낮은 연봉을 제안받고서도 여전히 고민한다.  
한국 젊은이들은 나름 4년제 대학교, 심지어 대학원까지 고등교육을 마치고, 해외 연수나 교환학생 등의 해외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많고, 영어나 중국어 등 외국어 능력도 떨어지지 않는 것 같은데,
왜 기초생활이 가능할까말까 한 박봉을 마다하지 않고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걸까.   
 
이유가 뭘까? 
글로벌화+국내 취업난+신세대와 한국기업문화의 괴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 외국어도 어느정도 가능하고, 이미 해외 여행이나 연수 등으로 외국 문화에 대한 노출 정도도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와 다른 그것들에 호기심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부모님과 주위 선배들이 '국내 대기업이나 공기업 들어가서 잘 다니다 결혼하고 가정꾸리고 그렇게 다 사는거지' 내지는 '그렇게 사는게 최고지'라고 아무리 말한들,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더 이상 그것이 들리지 않는다. 비록 그것을 벗어나는 게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걸 예상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한국에서의 안정정인 삶을 포기하고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으며 도전과 실패를 거듭한 이들이다. 

해외취업과 생활에 대해 나도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에 달린 댓글 중 어떤 이가 그랬다. 
'왜 멀쩡한 한국 젊은애들한테 괜히 해외취업이라는 헛바람을 넣냐, 외노자 그게 뭐가 꿈이냐' 
뭐 전혀 신경안쓰고 단 번에 무시했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꽤 놀랐다. 
잘은 몰라도 나이 지긋한 분이 해외취업 인터뷰 기사를 보고 그렇게 시간을 내셔서 댓글을 달지도 않았을테니 더 놀라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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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이 싫어서 떠난 게 아니다. 누구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우리 음식, 문화 등을 존중하며,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것에 자긍심을 갖고 산다. 어딜가서 "I'm from Korea" 라고 답변할 때 마다, 나도 모르게 이유 없이 애국심과 나라사랑의 감정이 밀려온다.    


우리는 작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엄청난 교육열과 경쟁에 시달리며 자란다. 
그리고 우리네 부모님은 그들의 둥지 안에서 우리들을 애지중지 키운다. 대학 졸업할 때 까지, 취업할 때 까지, 그리고 결혼할 때 까지, 손주들이 클 때 까지... 그냥 그들의 삶이 끝나는 그 날 까지. 
이런 우리가 둥지를 떠나 직장에 들어가면, 너무나 다른 전쟁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누구도 나를, 우리 부모님이 그러했듯 지켜주지 않고,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존중받아온 나인데,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경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야!" 라고 불리며 JD와 전혀 상관없는 허드렛일을 해야하기도 한다. 

돈을 벌면 나름 개인적 삶도, 취미도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쏟아지는 업무와 예고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몰려오는 야근과 회식으로 나의 자유로운 싱글라이프는... 안녕.
능력이 좋아 인정받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더라도 상황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수발해야하는 윗분들은 그대로 많이 계시고, 회사를 오래 다니면 하는 일에 상관없이 샐러리를 많이 주는 회사가 많기 때문이다. 
뭐 난 그냥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려야 하는거니? 
한국기업은 외국기업에 비해 자녀학자금 지원 등 복지가 매우 좋다. 수 천만원에서 억에 달할 수 있는 자녀의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외국 기업은 expat package를 지원받은 주재원을 제외하고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이건 남의 얘기. 
평생 직장 개념이 없어진 요즘, 24살 신입사원이 자녀학자금이 필요한 시기가 될 때까지 10-15년 이상 한 회사에 근속하는 건 흔치 않다. 한 마디로 회사에서 말하는 '연봉에는 그 모든 복지 혜택들이 포함되어 있음'은 우리에겐 해당 사항이 별로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서로 아껴주는 가족적인 문화, 동료애 등 한국기업만의 장점들도 물론 있지만, 
변해가는 신세대에게 위에 나열한 어려움들을 잊게할 만큼 크게 매력적이게 다가오지 않는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고, 현재 나에게 상담을 요청해오는 많은 한국의 직딩들이 그렇다. 


IT업계에 있으면서 한국의 능력있는 엔지니어들이 과장 좀 보태서 X처럼 일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걸 많이 봤다. 
사실 그 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아서 문제 인식도 못했었는데, 해외에 나와서 다른 엔지니어들을 보고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이 참 많은 기회를 잃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단지 영어가 유창하지 못하거나, 해외 생활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또는 아예 해외취업에 대해 고려해보지 않아서, 능력있는 한국의 인재들이 훨씬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지인에게 하소연 하기도 했다. 
요즘엔 주위에서 한국 엔지니어분들도, 싱글 뿐만이 아니라 자녀가 있으신 분들도 큰 결정을 하고 이민을 하시는 걸 봤고 그들의 용기와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신세대와 한국기업문화의 괴리는 이렇게나 크다. 
이래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이고, 한국의 똑똑한 젊은이들이 눈높이를 낮춰가며 해외취업을 원하는 것일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경험들이 해외취업 자체에도, 장기적인 커리어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비온 뒤 땅이 굳는 것도 그렇고, 어떤 경험이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도 그런데다, 아무 해당 경력 없이 해외에 제대로 취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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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생활하며 다양한 곳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 

모두 자신의 나라에서보다 좀 더 좋은 커리어, 연봉, 환경을 찾아서 왔다는 걸 들으면서, 
'과연 우리의 젊은이들도 그런가, 그래야 할텐데' 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렇게 어렵게 구직을 하고, 커리어를 만들고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해외로 간다고 모든 것이 장밋빛이거나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또 다른 예기치 못한 어려움들이 있을 수도 있다. 특히나 본인의 적성이나 목표에 맞지 않는 묻지마 취업이나 초저연봉으로 해외 생활을 시작하면 본인의 커리어와 인생에서 큰 시련을 겪게될 수도 있다. 


해외취업을 원하는 그대들이여,
끊임 없이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스스로를 테스트 해보는 시간을 많이 갖기를. 
저도 쉬지 않고 하고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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