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차 핀테크 서비스 기획자, 지혜
당연히 내가 모를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말하면 제가 아는 것도 있다는 믿음이 있는 거죠.
나중에 '그 사람 재밌었다', '지금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정도로 기억에 남으면 좋을 것 같아요. 10년 지나서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흔하지는 않으니까요.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보다 어린 사람에게 끊임없이 배우는 게 중요하대요. 도자기는 제가 하는 게 의미가 있지 선생님이 도와주시는 건 아무것도 의미가 없으니까. 못하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저를 너무 오랜만에 만난 거예요. 그래서 ‘못 함’을 견디는 시간이 정신 건강에 정말 좋은 거 같아요.
자신의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본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찾아가신 지혜 님. Doing 을 잘 하는 지혜 님은 하고 싶은 걸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확한 성공 문법이 있는 서비스를 선택했어요. 소속된 시간에 비례해서 아는 게 많아지는 점을 "시간은 내 편이다"라고 한 점이 인상 깊었어요.
모르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배우려는 태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 후배와 도예에서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연소자를 대하는 자세. 끊임없이 성장하려는 지혜 님이 10년 후에는 어떻게 지내고 계실지 기대가 돼요. 업무에서도, 취미에서도,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자극이 지혜님과 계속 함께하기를!
어쩌다 IT 업계로 오게 되셨나요?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배우고, 졸업하고 임용고시 준비를 하다가 잘 안돼서 인턴을 지원했는데 합격했어요. 나 같은 반골을 어느 회사에서 데려갈지 걱정됐는데, 아는 선생님이 너 같은 애들 요새 IT 업계에서 많이 키워준다는 말을 듣고 지원해봤어요. 나중에 붙고 보니까 본부장님도 그 얘기하시더라고요. 너는 취업이 안 될 것 같아서 약간 불쌍해서 거둬줬다. (웃음)
선생님이 꿈이었는데 왜 반골 기질이 있다고 생각했나요?
애들한테 더 나은 기회와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게 영어일 거라고 생각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이 아이들이 탁월한 네이티브가 되길 기대하기보다는 영어를 배우면 세상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으니까. 이런 접근이었어요. 연금이 잘 나와서 선생님을 한다는 식의 접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안 맞았던 것도 있고요.
본인이 왜 반골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니 할 수 있는 거를 '왜 하지?' 하고 척수반사처럼 나오는 게 종종 있어서요.
오잉: 호기심이 많은 사람과 비슷한 말로 들려요. 보통 반골이라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할 때, 싫어, 아닌데? 아닌데? (처럼 반박하는 느낌이 있죠.)
뚜까: 전통 고정관념에 반하는 강력한 주장을 하거나.
지혜: 호기심이 많다는 게 더 맞는 것 같아요. 그냥 '싫어' 보다는 '왜?' 에서 시작해요. 왜가 반복되다 보면 싫어, 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보니까 (반골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 진짜 왜가 많다”라고 느꼈던 특정 순간이 있으셨나요?
주변을 보면 그냥 하는 사람도 있는데 '왜 이렇게 그냥 하는 게 안 되지'라는 생각을 간헐적으로 한 것 같아요.
서비스 기획자로 지내온 12년의 여정을 얘기해주세요.
IT 인턴 이후로는 대기업 SI 계열사를 거쳐서 커머스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갔어요. 당시(2016년도)에는 모바일 핏한 서비스를 하는 게 서비스 기획자로서의 자부심도 있었어요. 스마트폰도 많이 쓰고, iOS 점유율은 10% 미만인 시절이죠. 이후로 모바일이랑 스타트업 기업문화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다양한 도메인을 했어요.
제품을 리딩하는 사람이 매출도 담당해야 되는 게 있다고 생각을 해서 부담이 됐던 순간도 있었어요. 당시에는 제 책임감을 실제보다 조금 더 크게 느꼈고, 그래서 더 큰 규모 회사에서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규모가 큰 회사로 옮기고부터는 핀테크 같은 금융 관련 도메인을 하게 되었어요.
돈과 무관한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과 커머스나 금융처럼 숫자가 중요한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은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요.
개인의 취향을 생각해보면 돼요. 저는 기본적으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성향이라서 정확한 성공 문법이 있는 서비스들을 조금 더 선호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그 문법을 터득하기까지, 복잡도가 높은 도메인들을 그냥 공부하듯이 대한 게 저한테는 좀 더 맞았어요.
핀테크나 금융 쪽에 열망이 있으신 분들은 도대체 어떻게 진입을 하는 건지를 많이 궁금해하세요. 그런데 어느 기획자든 수치에 대한 질문이나 도전을 받잖아요. 사용자와 직접 만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복잡성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취향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잉: 그러네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거든요. 지혜님 말씀을 듣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보다 이 서비스에 필요로 한 것을 하는 걸 선호하는 방식도 맞을 수도 있겠다는 걸 오늘 처음 깨달았어요.
지혜: 저는 오히려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들이 더 멋있었거든요. 우리 제품에 어울리는 건 이거고 내가 하고 싶은 건 이거다. 그렇게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을 설득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게 되게 대단해 보이는 거예요. 저는 복잡도가 높은 사안을 최대한 심플하게 뽑아서 진행하는 방향이 잘 맞아요. 이렇게 합시다, 라는 doing 에 집중이 되어 있는거죠. ‘무엇’을 할지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금융을 해야겠어" 라고 결정한 이유나 계기가 있나요?
문법이 없는 콘텐츠나 커뮤니티 서비스를 할 때는 시간이 제 편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너무 시시각각 변하고. 저는 쇼츠를 잘 못 보는 성격이라 힘들고.
금융 도메인은 레거시 영역이라서 시간이 제 편이에요. 제가 업계에 몸담은 시간이 길면 길수록 아는 것들이 많아지고. 저는 공부하는 방식의 도메인 학습을 좋아하니까 잘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숫자나 지표 기반으로 논리적인 설득을 하는 게 저에게는 훨씬 효율적이었고요. 초반에 기획자로 일을 할 때는 설득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라고 느꼈거든요. 연차가 별로 안 된 사람이 와서 "제 의견이 맞습니다"라고 하려면 부가적인 것들이 너무 많이 필요한 거예요. 저한테는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내 숫자와 내 분석 결과를 돌아보는 게 더 건강한 방식이었어요. 시니어 금융 소외계층을 향한 사명감도 물론 있지만. 일을 하는 나와 내 일이 조금 더 분리될 수 있는 도메인인 것 같아서 선택을 하게 된 거죠. 나와 맞지 않는 걸 타개하면서 내가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 스스로 증명할 필요가 없는. 나에게 맞는 옷을 입는 게 오히려 오래 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경직된 게 있는 영역이긴 하지만요.
그럼 금융 도메인에서 일하고 싶은 주니어는 어떤 노력을 하면 도움이 될까요?
생각보다 금융 상품이나 경제 전반의 기본에 대해서 알고 계신 분들이 적어요. 그 방면에 대한 관심이 이 사람을 이끄는 동력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 보니까, 서류로 만났을 때 호평가하게 되는 부분이 있죠.
시니어나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가치도 있다 하셨는데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요.
이거는 다들 공감하실 것 같아요. 부모 세대가 이제 모바일 환경에 어떻게 적응을 하고 거기에 적응할 수 없는 분들도 보게 되고, 기사도 왕왕 나오잖아요. 시골에서 운영하는 영업점이 없어져서 농사를 하루 쉬고 시내 버스 타고 나가서 ATM에서 겨우 돈을 뽑았다. 그 사이에 장마가 와서 모내기 하려고 했었던 게 다 엎어졌다.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사실 카톡을 쓰시는 분이면 금융 서비스도 다 쓸 수 있는데 심적인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잖아요. 이런 장벽을 해소하는 게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 조금 더 생각해야 되는 지점이라는 당위적인 마음이 있죠.
일할 때 지혜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다면요?
모른다는 말을 빨리 할 줄 아는 거요. 도메인 특성 때문에 이 도메인에 먼저 들어왔던 사람과 아닌 사람의 지식 격차가 심해요. 그리고 저는 모른다는 말을 너무 빨리, 많이, 잘 하거든요. 근데 이게 자존감이 높아 보인다는 피드백을 들었어요. 업무 환경에서 모른다는 말을 잘하는 게 제 장점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회사에서 모른다고 하는 게 민망하니까 혼자서 엄청 공부해봤는데 이제는 당연히 내가 모를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말하면 제가 아는 것도 있다는 믿음이 있는 거죠.
그리고, 제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만족스러운지도 정말 중요해요. 저랑 일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상대방이 일하면서 저 때문에 힘들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획자로서 제가 하는 말들로 인해 영향 받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힘든 것도 있죠.
주변 사람들을 힘들지 않게 하려다 본인이 힘들어지는 경우는 어떤 상황일까요?
안 좋은 습관 중에 하나인데요. 일의 총량이 100이라면, 개개인이 가져가는 양이 있고 남은 잉여는 어딘가에서 채워져야 되잖아요. 그거를 제가 채우는 편인 것 같아요. 거기에 스트레스를 크게 안 느끼려고 노력하고요.
제가 이 프로젝트를 전체를 끌고 가는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이 담당한 영역에서 고민을 한다면 그 고민이 질적으로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뭐, 제 팔자 제가 꼬는 거죠. (웃음) 책임감을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스스로 일을 좀 더 잘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뭘까요?
의지할 수 있거나 배울 점이 많은 동료가 있을 때 퍼포먼스가 좋아지는 걸 느껴요. 리스펙 할 정도의 전반적인 상황과 서로의 장점을 알고 있는 상황이 세팅이 진짜 잘 되면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특출난 개인은 팀에는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팀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게 제가 생각하는 가장 만족스러운 상황이에요.
일을 잘 못하게 만드는 요소는요?
저는 팀 중심으로 생각을 하다 보니까 팀은 팀이고, 저는 저예요, 하는 사람과 협업할 때는 어려움이 있어요. 스타일은 존중하는데, 그 방향성이 팀의 방향성과 맞지 않을 때 간극을 조율하기 위해 설득하는 방법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불필요하게 감정적인 영역까지 내려갈 때도 있고요.
디디: 제가 그런 사람으로서 다룸 당한 경험이 있어 조언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국 개인이 갖고 있는 목표는 업무적으로 갖고 있는 욕심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면 이렇게 설득하는 거죠. 네가 가진 목표가 팀이 가진 목표와 같아. 네가 이루고자 하는 방향은 길게 보면 팀 방향이랑 맞닿아 있는 거야. 그러면 갑자기 내가 여기 팀에 기여를 할수록 개인 업무 목표가 올라가는 것 같고, 그래서 팀에 융화가 되고. 제가 당한 경험이에요. (웃음) 그렇게 혼자 했던 것보다 훨씬 더 폭발적인 퍼포먼스가 나는 걸 보면, 내가 스타 플레이어가 되는 것보다 이 팀이랑 같이 하는 게 훨씬 빠르고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도 되는구나를 경험하는 거죠. 이게 반복되다보면 자연스럽게 팀에도 융화가 되고요.
기억에 남는 동료는 어떤 사람인가요?
시니어 개발자 중에 사업이나 서비스의 방향에 대해 관심 많은 분들이 계세요. 사업이나 전략처럼 원래는 기획자들만 모여서 했던 얘기를 개발자도 같이 듣고 싶다고 하셔서 공유하고 있는데, 각자 생각하고 있는 영역은 다르겠지만 그 자체로 힘이 돼요.
상사도 지치지 않는 분을 보면 너무 신기하고요. 저보다 15살 많은 상사가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기능을 생각하고. 호기심을 놓지 않고 계속 질문하는 상사들이 항상 동력이 됐어요. 끊임없이 조금씩 달라지는 상사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에요.
후배에게는 언제나 미안한 마음이 커요. 어려운 존재이기도 하고요. 상사는 무섭지 않거든요. 내가 어련히 잘하면 잘하는 대로 봐줄 사람은 봐주고 나를 이해 못 할 사람은 이해를 못 하는 거니까. 반면, 후배가 저를 안 좋게 보는 거는 저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거니까요.
일하는 지혜,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저도 동료도 더 이상 이 일을 안 하게 될 시점에는 생각이 날 때 '연락해서 밥 한 번 먹어볼까' 정도의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나중에 '그 사람 재밌었다', '지금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정도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10년 지나서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흔하지는 않으니까요.
책을 번역도 하시고 직접 쓰기도 하셨는데, 출간한 책 좀 이야기해 주실래요?
전자책 하나, 단행본 하나를 친구랑 같이 썼어요. 번역은 하나 나왔고, 올해 하나 더 나올 거 같아요. 말이 편한 사람이 있고 텍스트가 편한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말이 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을 텍스트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깊이감이 생겨요. 업무 관련된 얘기를 쓰다 보니까 제가 뭘 해 왔는지도 알겠더라고요. 친구가 옆자리 동료 책상 위에서 제 책이 있었다는 얘기를 전해주는 걸 듣고 '이 고민이 나만의 고민은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에 위안도 많이 받고요. 그래서 정전된 상태로 나를 꺼내 놓는다거나, 지지를 받는 느낌이 든다는 점에서 책을 쓰는 걸 추천해요.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스타트업 다닐 때 제품과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1년에 두 세 번씩은 강연을 다녔어요. 발표를 계기로 저희 회사에 오는 사람도 있었고요. 현장감이 주는 동기부여도 있었는데 이런 행사가 코로나 때 다 없어졌잖아요. 그때 친구가 그 힘으로 전자책을 써봐라, 써보면 너도 분명히 배우는 게 있을 거다, 라고 조언해줘서 시작하게 됐어요. 기회가 잘 닿아서 출판사랑 컨택이 되고, 책으로도 나오게 됐어요.
번역도 같은 결이에요. 저는 책을 쓰는 것보다는 번역을 훨씬 선호해요. 제 얘기를 하는 것보다 남 얘기에 집중해서 뜯어보고. 진짜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한국의 언어로 번역할 때 반드시 어그러지는 부분들이 생기거든요. 그러면 그 부분에 대해 객관화가 되는 거죠. 항상 실리콘밸리를 바라보면서 일하는 사람들의 입장으로서 현실적으로 안 되는 게 있구나. 내 번역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이격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훈련이 돼서 저는 번역을 훨씬 더 선호하는 편이에요. 이 과정이 일이나 저에 대해서 생각하는 방식 중 하나라서 흥미로운 것 같아요.
전통 혼례, 어떤 계기로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이것도 제 특유의 사고 회로인데요. 저는 드레스 입고 예쁘게 사진 찍고 이런 거에 흥미가 없었어요. 사회적 선언 효과로서 식을 올려야 한다고 결정을 했고, 그러면 식을 어떻게 할 건지를 결정을 해야 되잖아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고려한 다음에 가장 저에게 어울리는 걸 골랐어요. 그리고 몇 시간씩 걸려서 오는 사람도 있는데 손님들도 재미있게 보내고 가시면 좋잖아요.
전통혼례는 어디서 해요?
저는 전통문화의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곳에서 했어요. 공원 한복판에 가옥이 하나 있는데, 다들 연극적 자아를 가지고 여기가 우리 집이다, 라고 생각해요. 연지 곤지 찍고. 진행해주시는 분들이 프라이드가 있으셔서 절을 두 번 하는 것의 의미 같은 것들도 사전에 모두 교육 해주시고요. 결국 또 공부네요. 생각보다 엄숙하지는 않았고, 다 재밌었어요. 진짜 살아 있는 잔치에요. 닭이 아니라 목각으로 만든 기러기를 사용하고요.
도자기도 즐거움 때문에 시작했나요?
집 근처에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거 하나 고른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콘셉트를 정하고 그 콘셉트에 맞으면 일단 해본다. 안 맞으면 또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니까. 예전에 SNS에서 본 내용인데, 사람이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보다 어린 사람에게 끊임없이 배우는 게 중요하대요. 알고 보니까 선생님이 저보다 10살 정도 어리시더라고요. 제가 회사에서는 능숙한 척, 잘하는 척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도자기 할 때는 엉망진창이에요. 선생님 눈 한 번 돌리면 다 망쳐놓고. (웃음) 일상에서 운영하고 싶은 제 모습이랑 다른 모습을 운영하는 것도 저에게는 해방감이 있어요. 업무 환경과도 다르고요. 업무할 때는 모르는 내용에 대한 건 빨리 도움을 받아서 해치우는 게 중요하잖아요. 도자기는 제가 하는 게 의미가 있지 선생님이 도와주시는 건 아무것도 의미가 없으니까. 못하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저를 너무 오랜만에 만난 거예요. (선생님이 보시기에는) 얼마나 못하겠어요. 견뎌야 잘 되는 것들이 있는데 일하는 동안에는 해치우는데 급급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못 함’을 견디는 시간이 정신 건강에 정말 좋은 거 같아요.
10년 후 멋진 하루를 상상하면요?
저는 예전에 제가 했던 것들을 다시 볼 때 뿌듯함을 느껴요. 예전에 업계에 처음 지원을 하려고 하시는 분들께 멘토링을 한 적이 있었어요. 이제 이분들이 5년 차, 6년 차가 되셨는데 얼마 전에 저에게 회사 욕을 하러 오시는 거예요. 이런 것처럼, 10년 후에도 누구냐고 물어보지 않고 만나서 맛있는 거 같이 먹고. 그때도 좋았고, 지금도 나쁘지 않다. 그런 얘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제일 멋진 하루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변하지 않았으면 싶은 나의 모습은?
체력. 체력이 좋아야 사람이 주변 사람도 살피고, 취미도 많이 하니까요. 계속 이랬으면 좋겠어요. 저에게 새로운 자극을 줄 때 제가 기쁘니까, 새로운 자극을 찾으려면 제가 힘이 있어야 되잖아요. 그 힘이 계속 있으면 좋겠어요.
오잉: 체력 관리하는 노하우가 있어요?
지혜: 8시간씩은 꼭 자요. 새벽에 안 깨어 있어요.
CREDIT
글 파도
인터뷰 디디, 뚜까, 오잉, 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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