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PM, 블론드
에너지가 가장 넘치고 일을 잘할 수 있는 시기에 아주 좋은 환경에서 최대한 효과와 효율을 낼 수 있는 조직에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솔직한 사람들을 좋아해요. 거짓말 안 하는 사람들. 그래서 솔직하게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이 거짓말해서 착하게 보이는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대한 생각을 잘 안 해요. 과거가 좋았다 나빴다 생각을 잘 안 하고 그냥 다음에 뭐 하지에 대한 생각을 주로 하는 게 좋아요. 계속 새로운 거나 좋은 것들 많은데 그런 걸 누릴 시간에 과거에 익숙했던 걸 다시 하는 거잖아요.
아이티백 새로운 손님 블론드님 모셨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7년 차 PM으로 일하고 있는 블론드라고 합니다. 지금 세 번째 직장에 다니고 있어요. 첫 번째 회사인 카카오를 4~5년 정도 다니다가 토스에서 2년 정도 근무했고 최근에 당근에 입사해서 일을 시작하고 있고요. 제가 카카오에서 콘텐츠나 커뮤니티 플랫폼을 주로 해서 그때 재미를 느끼고 일을 하고 있다가 카카오에서는 성장이 더딘 것 같아가지고 성장을 크게 할 수 있는 유명한 회사가 어딜까 하다가 토스로 이직을 했어요. 토스에서는 홈탭이나 콘텐츠 제품들을 맡았었는데 되게 많이 배우고 즐거웠지만 하는 일들이 비슷하고 거기서도 약간의 성장이 정체된다는 느낌이 있어서 과거에 커뮤니티나 콘텐츠 플랫폼이 되게 재밌었으니 그걸 또 애자일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로 다시 찾아가게 돼서 지금은 당근에서 모임 서비스 담당하고 있는 PM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렸는데 이름 얘기하고 눈치 싹 보더니 바로 회사를 줄줄이 얘기하네요. 역시 우리 블론드님 준비된 인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아이티백에서 차 한잔 해요라고 얘기할 때는 토스 다니고 있었는데 지금은 당근으로 옮긴 이후가 됐네요.
네, 제가 지금 당근으로 이직한 지 딱 2주 차예요.
원하면 이직이 그렇게 바로바로 되나요? 멋지네.
제가 이번에 느꼈을 때는 토스에 다녔던 이력이 토스랑 비슷한 규모나 업력이 비슷한 회사들에서는 반기는 이력이다라는 생각을 좀 했어요. 그래서 토스에서 빡세게 일한 경험이 이직할 때 좋은 약간 거름이 된 것 같아요.
지금 누구나 원하는 딱 그런 연차, 알아서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그런 연차여서 더 그럴 것 같아요. IT업계는 어쩌다가 오게 되었어요?
제가 경영학과를 나왔는데 경영학과에서는 세부 전공이 이것저것 많아요. 그중에서 저는 광고 산업에 관심이 많았고 경영학과에 입학을 했는데 자연스럽게 세부 전공 중 하나인 마케팅에 관심이 많아가지고 모임 등을 많이 했었어요. 마케팅 공모전이나 IT 기획 공모전 같은 거에 많이 참여를 하게 되더라고요. 상도 많이 타고 참여도 많이 해서 그런 이력들을 바탕으로 취업을 할 때도 마케팅이나 IT 기획 쪽으로 지원을 했었고 그중 붙은 회사가 카카오라는 회사였어요. 요즘은 모르겠는데 카카오가 당시 저 때는 신입으로 기획자를 잘 안 뽑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운이 좋게 카카오에서 기획자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이것저것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서는 경영 전공해서 마케팅 주로 하다가 서비스 기획자로 입사해서 지금은 PM으로 직무도 조금씩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각각의 차이를 얘기해 줄 수 있을까요?
기획자와 PM의 차이를 말씀드리면 제가 카카오에서 기획자로 일했을 때는 주로 하는 일이 상세 기획안 그리고 정책을 만들고 그거를 상위에 보고하고 이런 일들을 주로 했었요. 토스에서 PM으로 직무 전환을 한 이후에는 실질적으로 이 서비스를 성장시키려면 뭘 해야 되는지 그걸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걸 어떻게 실행해야 되는지 좀 더 초점이 맞춰졌었던 것 같아요. 구체적인 업무를 말씀드리면 토스에서 PM으로 일 할 때는 상세 기획안은 안 그렸었고 대부분은 문서로 갈음을 했어요. 문서로 모델링을 한다거나 서비스에 주요한 지표를 제가 직접 설정한다거나 이렇게 설정한 지표들을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액션 아이템들을 보통은 숫자나 스프레드 시트나 노션 같은 문서 위주로 작성을 했었고 그것들을 메이커들을 설득시키는 토대로 만들면 디자이너분들이 상세 기획안 없이 UI를 그린다거나 이런 식으로 카카오랑 토스에서 있었을 때 좀 차이점이었던 것 같아요.
회사마다 PM의 일하는 방법도 다른 것 같은데 토스에서 PM이랑 당근에서의 PM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당근이랑 토스는 PM의 업무가 비슷한 것 같아요. 당근은 회사 소개할 때도 카카오랑 토스의 중간에 있는 회사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래서 약간 카카오스러움도 있고 토스스러움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카카오에서 했던 각종 상위 보고서 그러니까 경영진들을 설득하기 위한 문서 작업도 꽤 있는 것 같고 토스에서는 모든 것들이 되게 엄청 빨리 지나가서 문서 작업이나 이런 걸 많이 안 했었는데 당근은 그런 것들이 되게 잘 돼 있어요. 히스토리 정리나 문서 정리가 잘 돼 있어서 문서화하는 업무가 조금 더 치우쳐져 있다. 그 외에는 거의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블론드님이 카카오 다니던 시절에 처음 알았잖아요. 토스로 이직했을 때 블론드님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했거든요. 실제로 블론드님도 두 회사를 경험했을 때 내가 굉장히 달라졌다고 느끼는지 궁금해요.
맞아요. 많이 달라졌어요. 원래 그런 씨앗이 있었겠지만 성격적인 측면에서도 토스 와서 좀 달라진 부분이 있었는데 하나가 눈치 보는 게 좀 많이 줄었어요. 그러니까 대표도 항상 그 문화를 강조하는 게 눈치 보지 말라라는 말을 되게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 길이면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에도 맞다고 그냥 자신 있게 얘기를 해라라는 말을 되게 많이 했었는데 그런 것들이 토스 와서 더 많이 개발된 성격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원래 눈치를 봤어요? 아니면 카카오에서 더 눈치를 봤나요?
카카오에서는 눈치를 좀 봤던 게 제 위에 사수분도 계시고 기획 내에 있는 파트장님도 계시고 팀장님도 계시고 하이라키가 많아요. 기획자들 사이에서도 윗사람들이 있을 때는 되게 말을 조심해야지라는 생각을 항상 깔고 있었는데 토스는 그냥 PM 직무만 딱 하나 있고 위에 상위 결정자들 그러니까 상사가 없어요. 그런 조직이다 보니까 제 얘기를 마음껏 해도 이상한 분위기가 아니어가지고 그런 부분이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토스는 몇 년 차 때 가신 거예요?
제가 카카오를 한 4년 5개월인가 다니고 이직을 했었으니까 5년 차 때 이직을 한 거였어요. 그래서 토스를 만 2년 정도를 다녔고 최근에 당근으로 옮긴거죠.
토스에서는 사수나 윗사람이 갑자기 사라진 거잖아요. 처음에 당황하지 않으셨는지 적응기가 좀 궁금해요.
저는 토스에서 첫 팀이 네이버나 카카오에서 오신 분들이 쥐어잡고 있는 팀이었어 가지고 토스에서 좀 이상한 팀으로 소문이 났었어요. 팀에 리더가 있고 팀의 리더들이 PM을 거느리고 있고 이런 팀이어서 토스의 다른 팀들과는 전혀 다른 팀이었죠. 처음에는 이상하다는 걸 못 느꼈었는데 저도 그 환경에 있다 보니까 위에 사람들이 하는 말이 좀 이상한 것 같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거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솔직하게 얘기하고 피드백하고 이런 문화를 보니까 안 맞더라고요. 그래가지고 계속 항의도 하고 피드백도 하다가 떨어져 나와서 팀을 옮겼어요. 다행히 다른 팀에서 저를 불렀어요. 토스에 있었던 2년 동안에는 점점 상사와 멀어지는 조직 이동을 하게 되면서 마지막에는 제가 그냥 사일로에 PM으로 한 명 있으면서 온전히 모든 결정들을 다 하는 그런 조직으로까지 갔었는데 저는 그게 훨씬 잘 맞고 편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토스하면 들리는 소문은 토양어선이니 이러면서 일을 빡세게 한다고 하잖아요. 어떤 사람한테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한데 블론드님한테 토스는 어떤 회사예요?
토양어선은 뉘앙스가 부정적인 언어가 있는 것 같잖아요. 저도 처음에 그걸 두려워하고 입사를 했었는데 처음에는 진짜 힘들었지만 그 환경이 잘 맞기 시작한 부터는 저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일을 많이 하는 분위기고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되면 되게 으쌰으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 같이 10시, 12시에 퇴근을 해도 그게 이상하지 않고 다 같이 좀 즐거울 수 있는 그런 문화라서 바깥에서 보면 토양어선일 수 있죠. 그래도 그 토양어선 위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즐겁게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거잖아요. 돈도 많이 벌고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거기에 맞는 성향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블론드님은 성향이 딱 맞나요?
전 잘 맞았던 편인 것 같아요. 저는 실제로 제 인생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게 유한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저는 돈을 많이 벌고 파이어 하고 싶다는 생각도 일부 갖고 있기 때문에 제가 일할 수 있다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간보다 더 짧아요. 저는 에너지가 가장 넘치고 일을 잘할 수 있는 시기에 아주 좋은 환경에서 최대한 효과와 효율을 낼 수 있는 조직에 있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제 생각과 의미에서는 토스는 되게 좋은 회사였던 것 같아요.
팀원들끼리 싸울 때 너무 부정적인 자극이어서 힘들다는 얘기해 주셨어요. 토스 경험이 좀 더 길고 당근은 짧긴 하지만 어디가 더 많이 싸워요?
당근은 싸울 것 같은 분위기는 전혀 아니에요. 문화 온보딩 같은 거 해 주셨을 때도 팀원들 간에 갈등이 있어도 비난하지 않고 왜 그랬을까를 생각한다거나 그런 쪽으로 좀 더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근데 토스는 문화적으로도 그런 걸 지향하지 않고 그냥 충돌해서 해결 해라라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다이렉트로 피드백하라는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팀원끼리 싸울 때 부정적인 자극을 받는다고 했잖아요. 그런 괴로운 상황을 어떻게 버텨요?
저는 사실 잘 못 버텼고 그 힘듦이 거의 한계까지 갔었다가 퇴사를 하면서 그게 해소 된 편이었어요. 그때는 각자의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나 이건 내 역할인데 저쪽이 그걸 잡고 있거나 그럴 때 좀 있었던 갈등이었어요. 저는 그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로만 ‘니 말은 이게 맞고 저게 틀리다. 네 말은 이게 틀리고 저게 틀리다’ 이런 식으로 가운데서만 중재를 하려고 했었던 거예요. 근데 제가 이번에 느꼈던 건 그게 별로 좋은 태도나 선택은 아니었다라는 생각을 했고 다음 스텝이나 의사결정을 할 때 가장 효율적인 조직 구성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누군가 한 명의 편을 드는 게 맞다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물론 모든 상황에 적용되진 않겠지만 제가 베스트하다고 생각했던 갈등 중재는 제가 그냥 딱 가운데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베스트는 아니었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가운데 있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했다는 게 너무 놀라워요.
진짜요? 저는 그냥 사실 갈등은 자기네들끼리 풀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제가 이렇게 중재하는 사실 역할은 별로 없었거든요.
싸울 일이 없었어요? 아니면 싸우고 싶었지만 참은건가요?
제가 PM으로 있었을 땐 싸울 일이 없죠. 왜냐하면 PM은 그 일 자체가 누군가를 설득하고 말 안 들으면 잘 듣게도 하는 것 자체가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저랑 같이 일하는 메이커 분들이랑은 싸움이라기보다는 중재나 설득을 하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대신 저랑 같은 직군이나 상사나 이런 사람들한테는 싸움이라고 표현하기 좀 애매한데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바로 그냥 얘기하고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라든가 아니면 그냥 팀 나가서 나 여기 가고 싶다 직접적으로 얘기를 하는 편이었어요.
블론드님 카카오에 있을 때 꽉 막히고 나 너무 답답해하는 표정이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실제로 너무 답답해서 이직했어요. 제가 카카오에서 이직하기 전 한 3개월은 침대에 있는데도 눈물이 나는 거예요. 너무 답답하고 짜증이 나고, 내가 인생에서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시기가 유한한데 일이 없고 정해진 일만 해야 되고 하기 싫은데 해야 되는 일을 하는 그 상황이 너무 답답했거든요. 근데 카카오에서는 해결책이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제가 카카오 다닐 때도 처음에는 딴 팀에 있다가 이동을 해서 그 팀에 갔었던 건데 또 다른 팀에 이동해도 동일한 상황이 반복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 가지고 확실하게 여기선 안 되겠다 하고 이직을 한 거예요.
토스는 작은 규모의 조직으로 빠른 속도로 계속 실험하면서 뭔가를 찾아가잖아요. 훌륭한 인재들이 많겠지만 블론드님이 함께 일하는 분 중에 좋은 동료였어 이런 분 있어요?
제가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좀 애매하지만 저는 남들에 대해서 가치 판단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서 제가 사전 인터뷰에도 그걸 공란으로 놔뒀거든요. 저는 좋다 나쁘다로 누군가를 별로 기억하지 않는 편인 것 같고 대신 그냥 뭐 나빴다, 안 맞다 하는 거는 직장에서 만난 사이니까 일 못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 관점에서만 그 사람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는 건데 물론 제 관점이라는 걸 모두 다 알겠지만 꼭 그렇게 좋다 나쁘다로 선 그어서 얘기할 필요는 없다. 그냥 저랑 좀 맞는 사람 있고 맞는 사람은 그것도 그렇게 구체적으로 또 말하기도 좀 애매하긴 해요. 그냥 누구나 보편적으로 직장에서는 열정적으로 일을 잘하는 사람이 저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저도 일을 할 때 그런 사람들이랑 좋았던 것 같아요. 대신 직장에서 나쁜 사람은 일 못하고 좀 소극적이고 일을 안 하려고 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직장인 블론드님은 되게 선명하게 느껴지는데 인간 블론드님은 어떤 사람들이랑 어울릴 때 즐거우신가요?
저는 솔직한 사람들을 좋아해요. 거짓말 안 하는 사람들. 그래서 솔직하게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이 거짓말해서 착하게 보이는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뭐랄까 좀 거짓말하고 좀 연기하는 듯한 사람들을 안 좋아하고 못 나고 좀 건방지고 아무튼 그래도 그냥 솔직한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요즘 시간과 돈을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게 취미라고 하셨는데 수영, 드럼, 보컬을 메인 취미로 하시는 건가요?
요즘 테니스도 배워가지고 하나 더 추가됐어요. 이것도 사실 토스 막바지에 스트레스가 너무 쌓여가지고 해소를 좀 해야겠는데 하다가 늘리게 된 거예요. 수영은 옛날부터 하긴 했었고 늘리게 된 게 드럼, 보컬, 테니스 이런 거였는데 배우는 시간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니까 크게 시간이 쓰이지 않고 대신에 연습을 많이 못하긴 하죠. 그래서 일요일에는 저거 배우러 가고 다른 요일에는 이거 배우러 가고 주말에는 그거 하나 더 연습하러 가고.. 제가 호기심이나 흥미가 금방금방 바뀌고 오래 지속이 안 되는 스타일이어서 눈앞에 재밌는 게 보이면 바로 해야 되고 약간 그런 성격인 것 같아요.
새로운 시도할 때 고민 별로 안 하고 그냥 하나요? 어떤 때는 생각해 보고 할 걸 후회될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저는 후회를 잘 안 해요. 과거에 대한 생각을 잘 안 해요. 과거가 좋았다 나빴다 생각을 잘 안 하고 그냥 다음에 뭐 하지에 대한 생각을 주로 하는 게 좋아요. 자연스럽게 성향상 그런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후회를 잘 안 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래도 좋았던 기억은 생각을 하시죠?
그런 생각도 안 해요. 다른 사람들은 사진 찍고 이러면 옛날 추억 회상하고 이런다잖아요? 일단 저는 사진을 잘 안 찍고 찍은 사진도 잘 안 봐요. 과거를 돌아보는 걸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가 스스로 약간 경계하는 게 어렸을 때 듣던 노래를 오랜만에 듣고 너무 행복해하고 이러면 스스로 자제시켜요. 과거 기억과 과거에 좋았던 거에 너무 매몰되면 약간 도태된 느낌이 들어요. 계속 새로운 거나 좋은 것들 많은데 그런 걸 누릴 시간에 과거에 익숙했던 걸 다시 하는 거잖아요. 그런 걸 하는 게 약간 경계되더라고요.
평소에 자주 생각하는 건 뭐예요? 앞으로 뭘 해야 될지 뭘 해야 될지?
그게 좀 강한 것 같아요. 제가 친구들이랑 이런 얘기를 가끔 했었을 때 남들보다 두드러지게 다른 점이 이런 거였어요. 친구들은 과거나 우리 이런 거 좋았지? 이런 얘기를 할 때 되게 행복해하고 좋아하는데 물론 저도 좋거든요. 근데 그 얘기가 길어지는 걸 안 좋아요. 그래서 앞으로 뭘 할지 앞으로 너는 뭘 하고 싶고 목표가 뭔지 이런 걸 얘기하는 걸 더 좋아하고 그런 편이에요.
10년 후 나의 멋진 하루가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누워서 유튜브를 보는 모습이라고 적어주셨는데 일하는 시간이 유한하니까 10년 뒤에는 일을 안 하는 걸 가정한 건가요?
일을 안 한다기보다는 일을 선택하고 싶다. 그러니까 보통 생계를 위해서 일한다고 하잖아요. 근데 저는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재미를 위해서 일을 하고 싶고 재미를 위해서 일한다면 지금 일을 꼭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근데 그때도 재미있으면 지금 일을 해도 되고 그런 느낌이에요.
10년 후에 근심 걱정 없이 있고 싶다고 했으니까 지금은 근심 걱정이 있는 건가 오히려 저는 그게 궁금했거든요.
지금은 어쨌든 일을 그만두면 생계라는 근심 걱정을 해야 되거든요. 근데 그 때쯤에는 저는 노후를 다 준비를 하고 그냥 생계라는 근심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산다 그게 목표예요. 일을 안 한다기보다는 진짜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산다. 하기 싫은 일은 안 한다.
파이어족이 되고 싶다는 얘기했었잖아요. 여전히 그 꿈이 유효한가요?
제가 만으로 지금 30살인데 딱 10년만 더 빡세게 일한다라는 단기 목표가 있고 그 이후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가 되게 강하게 맨날 머릿속에서 돌고 있고 그걸 파이어족이라고 말하기는 좀 애매한 부분이 있긴 하다. 근데 어쨌든 목표는 일을 선택한다. 선택하면서 살 수 있게 한다가 목표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돈을 많이 모으고 많이 불려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근에도 아파트를 샀어요. 부동산도 많이 보고 부동산 사기 전에는 주식도 계속 했었고 근데 그런 것 치고는 진짜 재테크나 이런 거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처럼 공부를 빡세게 하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제 돈을 모아서 인플레이션에 맡길 수 있는 자산에다가 묶어놓는 게 맞다는 생각은 해가지고 일단 지금 첫 시작이 부동산이었고 계속 사들여야죠. 이번에 사고 나니 두 번째 집을 사고 싶더라고요.
고민하더니 결국은 샀네요.
토스 다닐 때 좀 아쉬웠던 점이 뭐였냐면 토스 다니면 일밖에 못해요. 아파트 매물을 본다든지 주식을 본다든지 물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봐도 되지만 에너지가 거기 잘 쏟아지기가 쉽지가 않아서 그게 좀 아쉬운 부분이어서 이번에 이직하면서 한 달을 쉬었거든요. 그래서 그때 마음의 짐으로 미뤄왔던 아파트 사기를 하자 해가지고 한 1~2주 임장하고 바로 그냥 샀어요.
일하면서 뿌듯하고 도전적이었던 경험이 토스앱 홈탭 하단에 콘텐츠 지면 실험했을 때 라고 하셨어요.
그때가 제가 여태 했던 일 중에서 규모나 컨셉트적으로 제일 큰 실험이었어요. 물론 전체 사용자한테 나가지 않았고 10%한테만 테스트를 좀 했었었는데 그게 저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제 콘텐츠를 넣은 이후로 상단에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버튼들이 있었는데 거기에 클릭률이 떨어지는 거예요. 이 실험을 지속할 때 내가 나만 잘해야 되는 게 아니라 남들한테까지 피해를 안 줘야 돼가지고 거기서 일어나는 갈등을 막 되게 힘들어했었거든요. 그리고 전 임직원들이나 맨날 보는 홈탭 하단에 이것저것 실험을 하고 이러는 게 좀 부담스럽기도 했었고 그리고 그게 성과가 별로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거기서 오는 부담감도 있었었죠. 그런 의미에서 저의 일 중에서 제일 컸던 도전적인 실험이었다.
부정적인 자극은 내가 의도한 대로 지표가 안 오를 때라고 작성해 주신 거 같은 맥락일 것 같아요. 혹시 이럴 때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 이런 게 있으세요?
없어요. 그냥 그건 성과가 잘 나와야 돼요. 무조건 그냥 결과가 잘 나오면 해결돼요. 그거에 대해서 뭔가 극복하거나 하는 거는 솔직히 없어요. 사실 제가 그 당시에 스트레스 받아서 취미를 늘리고 막 이랬다고 했는데 사실 취미가 스트레스 해소가 되지 않아요. 근데 그냥 스트레스가 있는 상황을 잠깐 전환시켜줘요. 그런 의미에서 좀 했던 거지. 그냥 그때 뭔가 어려운 일이나 그런 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냥 결과가 잘 나와야죠. 그래서 결과가 잘 나오게 일을 하는 게 중요하죠. 근데 사실 결과가 내가 노력해서만 잘 나오는 건 또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게 되게 애매한 것 같아요.
토스 가고 싶은데 가도 될까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 사람들에게 이거는 각오해라라던가 이러면 와도 좋아 이런 팁이 있는지 궁금해요.
피드백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닫혀 있지 않은 사람들이 좋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토스에는 되게 세게 피드백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거에 대해서 방어적이거나 그거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대응을 하는 순간 상대방도 힘들고 본인도 힘들거든요. 그래서 열린 태도로 수용적인 태도가 있으면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도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고 그리고 일은 실제로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금요일은 조금 일을 덜하는 편인데 월화수목은 사실 거의 모든 직원들이 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퇴근하는 편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일은 많이 하긴 한다.
출근은 몇 시예요 그럼?
출근도 늦어요. 오전 11시에 하기도 하고 저는 실제로 그런 적은 많았어요. 아침에는 재택하고 오후에만 나가서 일하고 심지어 밤에는 수영하고 드럼 치고 해야 되니까 저녁 먹고 취미 생활하고 다시 돌아와서 일하고 심지어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같이 일하다가 새벽 12시에 나가서 술 마시고 이러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하루가 되게 길어요.
블론드님이 얘기한 열린 마음, 열린 사고는 예를 들면 어떤 의미예요?
피드백을 하면 정말 직접적으로 얘기를 하는 분들도 계세요. 너는 이런 태도나 이런 역량이나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안 그랬으면 좋겠고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얘기를 해 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안 좋은 얘기니까 사실 되게 그거에 대해서 방어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잖아요. 근데 그렇기보다는 거기서 수용할 수 있는 피드백들도 분명히 있거든요. 그거를 개선하려고 하는 태도나 노력이 좋은 거 같아요.
토론을 많이 하는 문화라고 이해해도 될까요?
토론을 하진 않아요. 저는 상대방이 하는 나에 대한 평가가 내가 내리는 자기에 대한 평가보다 정확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거에 대해서 반박하는 거 자체가 상대방이 그렇게 얘기했으면 사실 어떤 건 맞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떤 제 모습을 봤는데 그 모습이 보통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가기 마련인데 딱 꼬집어서 너는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그럼 저는 그게 보통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직접적인 이야기를 수용하는 자세 이런 게 열린 자세라는 의미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상대방에게 피드백을 줬을 때 저는 상대방의 의도를 의심하진 않아요. 저 사람이 나를 싫어서 저렇게 얘기했다가 아니라 피드백을 준 거면 진짜 피드백을 그냥 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 사람이 저런 피드백을 줬으면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것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그럴 수 있는데 그거를 너무 오래 담기보다는 실제로 피드백 준 거니까 그냥 받아들이고 내가 개선할 수 있는 거면 개선하는 게 좋죠. 토스는 좋은 점이라면 모든 회사 중에서 제일 좋은데 나쁜 점도 나쁜 것들 중에서 제일 안 좋은 것 같다라고 생각 하거든요. 토스는 다른 회사들보다 되게 직설적이고 수평적인 것 같아요. 그리고 모든 거에 다 열려 있다는 점에서 제일 1등적으로 좋은 회사인데 힘듦, 감정적으로 성과가 안 나왔을 때 오는 나에 대한 프레셔 이런 거는 다른 회사들보다 더 심해요. 그래서 그게 되게 힘들면 퇴사도 할 수 있고 그럴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토스를 고려하고 있다면 당장 지원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토스 완전 추천이에요. 인생에서 한 번은 일해보면 좋을 것 같다.
블론드님 오늘 우리 차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 나눈 거 어땠어요?
제가 말이 되게 빠른 편인데 그게 잘 들어갔는지 약간 걱정이 된다 하나가 있고 각 회사의 나쁘고 좋은 점을 세게 얘기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하고보니까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 괜찮은 것 같아요. 토스 좋은 회사고 당근도 좋은 회사인 것 같으니 지원할 생각이 있으시면 지원해 보시고 카카오는 지원하지 마세요.
블론드님 나와주셔서 감사하고 이야기 나눠서 즐거웠어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CREDIT
글 오잉
인터뷰 뚜까, 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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