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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이티백

유저 가까이 있는 사람이 결국 이겨요.

11년차 B2B SaaS PO, 네오

by 아이티백
제품이 나오기까지 유저 인터뷰를 엄청 많이 하고 팀에게도 좋은 인사이트들이 공유되면서 제품도 잘 되고 이랬었어요. 내가 경력이 없던 기획을 많이 안 해봤던 C-레벨이나 대표가 뭐라고 하던 다른 개발자나 사업 개발자가 뭐라고 하던 유저가 하는 얘기를 제일 가까이에서 듣는 사람이 결국에는 이기게 돼 있다.
생각보다 많은 순간들에서 상황 자체를 스스로 가정해 놓고 그로 인해서 다시금 제 현실의 선택을 바꾸는 경우들이 되게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불안함이나 걱정이 있을 때 '저게 그냥 기름통이라고 생각을 하자' 결국 빈통일 수도 있는데 불안을 내 스스로 만들지 말자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제품을 만들면서도 A랑 B를 해야 되는 상황이 있으면 제일 먼저 생각하는 건 '둘 다 할 수 있는가?' 그리고 둘 다 할 수 있는 상황이면 허용된 리소스 안에서 최소한으로 해보고 그 뒤에 방향을 보면서 한쪽으로 몬다던가.

아이티백 네오님 오셨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토스 플레이스에서 PO로 일하고 있고요. IT 업계에서 이제 10년을 넘어서 11년 차가 되고 있는 네오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네오님은 어떻게 하다가 IT 업계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저는 생물학 전공을 했고 원래는 인지과학, 진화심리 이런 쪽으로 대학원을 가려고 하다가 군대 제대하고 잠깐 스타트업에서 인턴 했던 게 계기가 돼서 그 이후로 어떻게 하다 보니까 계속 이쪽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생물학을 전공했는데 스타트업에서 어떤 종류의 인턴을 하신 거예요?

전공과는 전혀 무관했고 그냥 군대 제대하고 비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때가 2015년이었는데 그때 당시에 스타트업들이 한두 개씩 막 사람들 뽑고 이런 식이었어서 지금 아니면은 이런 데서 일을 못 해보겠다 싶어가지고 그냥 보이는 공고에 집어넣어서 했고 서비스 기획 이런 걸 해보고 싶었는데 제가 갔던 회사가 서비스 기획은 경력만 뽑더라고요. 그래서 해본 적도 없는 전략 기획 인턴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제가 그 회사에 4년 있었는데 전략 인턴 1호로 들어가서 끝까지 저 혼자 전략을 하다 나왔거든요. 사수도 없이 그렇게 이쪽 업계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회사는 무슨 생각으로 전략 기획을 인턴으로 뽑았을까요?

2025년 스타트업 씬에서는 상상하기가 어렵기는 한데 그때만 하더라도 동아리 같은 느낌의 창업들이 많았었고 그리고 아무래도 스타트업 자체에 들어오는 인력 풀 자체가 없다 보니까 거기서 사람 뽑는다고 하면은 월급 적게 줘야 되니까 일단 무조건 인턴으로 뽑아야 되고 그리고 그 상황에서 사실 경력자를 뽑기에는 여유가 안 되니 필요한 포지션을 그냥 다 인턴으로 뽑았던 거죠. 약간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략 기획이라고는 하지만 제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 순간 중에 하나가 입사하고 이틀 동안 그냥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었고 3일째 되는 날 약 봉투 오른쪽에 1,000장 왼쪽에 1,000장 메고 약국에 약 봉투를 돌리러 다녔어요. 3명이서 했는데 지역을 나눠야 되니까 결국 혼자 가는 거죠.

아무리 스타트업 경험하러 왔지만 전략으로 들어갔는데 이런 거 하라고 했을 때 나 도망가야 되나 이런 생각은 안했어요?

정말 진지하게 3일 끝나고 4일째 되는 날 온몸에 알이 베겼는데 아침에 출근 안 하려고 했었어요. 진심으로. 근데 그때 출근을 안 했으면 지금까지 이쪽 업계에 있지도 않았을거예요. 그래도 일주일은 해봐야지 하고서는 갔는데 다행히 한 이틀 뒤에 안 시키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로는 또 다른 일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 회사를 어떻게 4년이나 다녔어요?

워낙 작은 회사이기도 했었지만 그때 당시에 보통 인턴들이 3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니까 3개월 동안 하고서는 전 당연히 그 뒤를 그리고 시작한 게 아니었다 보니까 다시 학교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근데 그때쯤에 고민이 됐던 게 3개월 동안 돌아보면 그렇게 일을 많이 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때 당시에 제가 받았던 느낌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훨씬 더 밀도 있는 경험들을 하는 것 같아서 내가 언제까지는 될지 몰라도 조금 더 해봐야지 했던 게 그냥 계약서 쓰고 또 학교 다니면서 회사를 다니게 해 준다길래 졸업도 하고 이러면서 그렇게 그냥 자리를 잡았던 것 같아요.

네오님도 좀 더 해봐야지 스스로도 생각했지만 회사에서도 그냥 보내기 아까운 인재여서 추가 제안을 하면서 잡은 거 아닐까요?

그랬을 수도 있죠. 워낙 초기 회사다 보니까 인력도 부족하고 3개월, 6개월 교육해 놓은 게 아깝기도 하잖아요. 초기에 들어갔던 회사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경영진들과도 친해지고 워낙 회사가 빨리 크고 있는 단계였어서 저에게 권한도 많이 주어지고 그러다 보니까 20대 중반 나이에 큰 기업들 부장님들, 전무님들이랑 미팅하고 이런 것들이 저에게도 성장의 에너지가 됐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애가 쫄래쫄래 다니면서 뭔가를 해오고 있으니까 그런 것도 되게 좋게 봤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네오님이 그 나이 때도 애처럼 쫄래쫄래 다니진 않았을 것 같거든요. 프로의 냄새가 20대부터 나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건 아닐까요?

그렇죠. 제가 의도치 않았지만 대학교 때도 동아리 회장 같은 거 하고 발표하고 이런 걸 되게 좋아했는데 그런 게 어떻게 맞물리다 보니까 저는 IR이나 재무 이런 것도 모르는데 그냥 우리는 이렇게 할 거다 이러면서 사실 지금 돌아보면 되게 허무맹랑한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글로벌 제약사 전무님 앞에 가가지고 ‘왜 우리가 너네랑 일을 해야 되는데?’ 오히려 모르니까 할 수 있는 말이죠. 그 전무님 아직도 저랑 형 동생으로 지내는데 그때 얘기를 계속해요. 내가 그때 얼마나 황당했는지, 플러스 근데 이게 스타트업들의 에너지이기 때문에 사실 생각해 보면은 제약회사들 입장에서도 우리가 이들에게 그렇게 또 도움이 될 수 없는 거니까 그게 또 틀린 말은 또 아니고 이러니까 그런 패기들을 되게 좋아하셨던 것 같고 어떻게 보면 몰라서 더 공격적으로 할 수 있었다 보니까 또 그걸 되게 좋게 보는 곳들이랑 딜이 다 잘 되고 이런 일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인턴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4년이나 일을 하고 그다음에는 이직을 해야 되겠다 생각해서 이직한 거예요?

학교에 있는 것보다 지금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내 삶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해서 1년, 2년 이렇게 있었는데 나중에 4년 정도 되다 보니까 회사도 운이 좋게 상장도 하고 그러면서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뷰가 좀 더 넓어진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퇴사 6개월, 1년 정도 전부터는 창업 생각을 계속했었고 회사를 퇴사하고 나서 창업을 하려고 이런저런 노력들을 많이 했었어요. 제가 결정적으로 포기하고 다시 회사로 들어갔던 이유가 제가 4년 동안 했던 일이 사업 개발이랑 전략 이런 일이었다 보니까 장표 만들고 남들 만나서 설득하고 이런 것들은 할 줄 알겠는데 그럼 해봐 했을 때 실제로 제품을 못 만들겠는 거예요. 개발도 잘 모르고 그런 동료들도 주변에 없고 이러다 보니까 실제로 IT 시장에서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역량이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해서 그래서 그 뒤로는 내가 창업을 하려면 제품 경험이 있어야겠다 싶어서 제품을 할 수 있는 회사로 찾아가게 됐어요. 제 주변에 그때 당시에 제가 동원할 수 있는 인맥 안에서 제일 제품을 잘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대학 선배 중에 토스 디자이너로 계셨던 형이 있는데 마침 그 형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한다고 해서 나 거기 좀 껴달라 해가지고 그 회사로 가면서 이직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그때부터 처음으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을 하게 됐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분석적이고 냉철한 면이 좀 있었나요? 원래 성향이 좀 그래요?

아니요. 어떻게 보면 후행적으로 생각을 해서 이렇게 정리돼서 얘기를 드리는 거지 사실 그 순간순간에는 엄청 고민이 많은 것 같거든요. 진짜 제대로 판단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근데 어떻게 보면은 그때 당시는 고민을 되게 많이 하는데 나중에 됐을 때 제 선택에 대한 의미 부여를 스스로 잘하는 것 같아요. 그때는 이런 것들로 이런 선택을 해서 지금의 이런 것들을 얻게 됐어 구나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고 실제로는 지금도 사실 마찬가지지만 많은 고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절대 냉철하지 않아요.

보통 사람들은 고민의 수준이 ‘어떡하지’ 거기에서 머물 때가 훨씬 더 많잖아요. 근데 이렇게 하면 이럴 수 있고 저렇게 하면 저럴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면 이 중에 나는 어떤 걸 선택하는 게 좋을까? 이것도 또 다른 종류의 고민 방식일 텐데 네오님은 그런 종류의 고민 방식을 선택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

고민도 고민인데 오히려 조금 더 실행을 빨리 하는 데 좀 더 습관이 들어져 있는 것 같고 첫 번째 회사 다닐 때에도 창업해야겠다는 생각 들고 나서 친한 사람들이랑 주말에 만나서 사업자 내고 이랬거든요. 그래서 사실 찍어 먹어 봤는데 안 되는 거죠. 그러면서 약간 현실적인 자각을 하고 나서 내가 뭐가 부족한지를 보이니까 거기서 할 수 있는 두 가지 선택이 그냥 거기서 담궈보거나 아니면 내가 일보 후퇴해서 다른 방식을 찾아보는 건데 어떻게 보면은 오히려 저는 작게 해보고 약간 속된 말로 각이 안 나오면 빨리 후행에서 다른 방식을 찾아보는 것 같아요. 좋게 표현하면 말씀 주셨던 것처럼 분석하고 이렇게 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거는 어떻게 보면 창업 씬에서 봤을 때는 오히려 용기가 없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스스로는 갖고 있어요.


네오님 말씀을 들으니까 조금 더 이해가 됐어요. 실행은 그냥 빠르게 해본다. 근데 실행을 바로 먼저 해보는 게 군대에서 가르쳐 주나요?
전혀 그런 건 아니고 참고로 저 군대에서 디자인 했거든요.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저는 첫 번째 직장 10명 안 되는 스타트업에서 경험했던 것들도 좀 있는 것 같고 그리고 성격이 급한 것 같아요. 그런 것도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고민해 봤자 답이 안 나오면 빨리 뭔가를 해보고 그다음에 그거 가지고 뭔가 생각을 한다던가 뭐 그런 것 같습니다.

A랑 B랑 고민이 둘 중에 하나로 가야 될 때 고민이 될 때는 빠르게 둘 다 해보는 게 선택지이신 거예요?

그쵸. 돌이킬 수 있는 선택지가 있으면 빨리 해 본다던가 그런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지금 제품을 만들면서도 꼭 A랑 B를 해야 되는 상황이 있으면 일단 제일 먼저 생각하는 건 둘 다 할 수 있는가, 그리고 둘 다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허용된 리소스 안에서 최소한으로 해보고 그 뒤에 방향을 보면서 뭔가 한쪽으로 몬다던가.


두 번째 회사에서 직접 제품하시게 됐는데 훨씬 더 나한테 맞다 이렇게 느껴졌나요?
그 회사의 구성원들이 제품 좀 한다는 사람들, 유명한 회사들에서 오신 분들로 좀 이렇게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제가 PM으로 갔는데 약간 텃새와 무시하는 제가 생전 처음 겪어보는 경험이라서 ‘얘가 제품을 해 본 것도 아닌데, 쟤는 BD다’ 이러면서 그걸 듣는 데서 막 하시는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압박 속에서도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는 건 제가 글로벌 제품을 했었거든요. 제품을 많이 아시는 분들은 제품을 많이 다뤘던 방식으로만 제품을 만드셨었던 것 같고 저는 또 잘 모르니까 유저를 만나러 그냥 해외로 그 현지로 갔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들이 보지 못하는 인사이트들도 많이 보게 되고 그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인사이트로 다른 방향으로 제품을 만들었을 때 실제 훨씬 더 반응이 좋다든가 아니면은 아무래도 현지 직원들도 있다 보니까 현지 직원들의 협력하는 관계 속에서도 슬랙으로만 보는 사람과 같이 앉아서 밥 먹는 사람과의 협업의 차이도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나중에 돌아보면 훨씬 더 저한테는 좋은 자극이 됐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개발자들, 디자이너들 그리고 다른 분들과 이런 식으로 협업을 하는구나 이런 것도 많이 배웠던 것 같고 또 재밌었던 건 제가 사업 개발과 전략을 하던 사람에서 그 대칭점에 있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되다 보니까 확실히 이 두 관점이 많이 다르다는 것들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제품 입장에서는 스케줄도 고려해야 되고 리소스도 없고 기존에 있었던 운영 리소스도 고려를 해야 되고 되게 생각할 게 많은데 사업하는 관점에서는 ‘해줘’ 이래버리니까 그런 부분에서 내가 예전에 저렇게 일을 했었구나 하는 것도 많이 보게 되고 그러면서 PM/PO로써 트레이닝이 많이 됐던 회사였던 것 같아요.

들으시는 분들한테도 도움이 될 것 같은 부분은 사업 전략이라든지 BD나 PO/PM은 첫 허들이 되게 높다고 느끼잖아요.

주니어를 뽑는 경우들이 많이 없으니까 저도 가끔 주니어 분들을 만나는 순간들이 되면 ‘PO는 어떻게 돼요? PM은 어떻게 돼요?’ 이렇게 많이 물어보시는데 근데 확실히 제가 요즘에 면접을 보는 입장에서 보더라도 주니어 PO/PM들의 경력과 상황이나 이런 걸로 봤을 때 채용으로 하기에는 되게 또 애매한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뚫고 인터뷰를 보거나 합격이 되시는 분들을 놓고 봤을 때 사실 자기가 처한 상황과 회사의 상황이든 비즈니스의 상황이든 간에 결국 그 안에서 얼마나 주도적으로 깊게 들어가서 고민을 했는지에 따라서 이 사람의 그릇이 결정되는 거지 내가 이 회사를 다녔다 저 회사를 다녔다고 해서 그게 달라지는 것 같지는 않아요.

내가 제품에 대한 경험이 없으니까 해외로 날아가겠다라는 결정을 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거든요. 그런 생각을 한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이것도 어떻게 보면 나중에 돌아보고 나서 그때는 해외로 갔던 게 잘 했던 것 같다라고 말씀을 드리지만 그때 당시로 보면 그 방법밖에 없었어요. 실제로 뭔가 저한테 맡겨진 제품이 다른 사람이 운영하다가 받은 건데 이슈가 터지고 하는데 제대로 알 수가 없으니까 일단 가가지고 만나고 그리고 실제 유저 인터뷰 같은 것들도 대부분 글로벌 서비스를 그냥 온라인으로 하거나 이러잖아요. 그런 것도 최대한 그냥 만나서 하는 게 훨씬 더 고객을 이해하기가 좋고 그래야 조금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니까 좀 더 잘하려고 하는 욕심들이 겹치면서 그렇게 해외로 나갔던 것 같고 그리고 제품 만드시는 분들이 대부분 공감하시겠지만 고객 만나서 얘기를 들을 때가 제일 재미있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내가 그 얘기를 듣고 만든 제품을 다시 그 사람한테 딜리버리 했을 때 오는 그런 쾌감들이 있으니까 그때 그런 외부의 스트레스로 인해서 그렇게 선택을 했지만 돌아보면 되게 좋은 습관이나 관점을 얻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냉철한 판단을 통해서 한 건 아닌 것 같아요.

네오님한테 여쭤보고 싶었던 건 이런 맥락이었어요. 사실은 북미, 일본 이런 데면 ‘이용자 만나고 오겠습니다’라고 저라도 그럴 것 같아요. 근데 인도라면 좀 염려가 있어요.

개인적인 맥락이 있는데 저는 그 회사에 들어가기 전부터 21살 때부터 인도 여행을 혼자 갔었어요. 인도 배낭 여행을 여러 번 갔던 상황이었는데 그 회사에 들어가서 보니까 제가 여행하면서 본 데는 저기 땅끝마을 해남, 진도, 밀양 이런 외곽 도시 이런 데들이라서 실제 로컬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같은 것들을 저는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실제 그 사람들이 일하는 건 약간 이런 거잖아요. 그러니까 구글이 한국 들어왔을 때 역삼에 오피스 내는 것처럼 실제로 한국이 인도에 가더라도 인도의 판교 같은 데 오피스 만들어 놓고 유저 인터뷰도 그쪽에서만 하거든요. 그러면은 사실 판교로 우리나라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인도 같이 큰 나라에서 그 동네에서만 전체 인도를 판단하고 있는 게 제 입장에서는 여행을 했었던 그런 걸로 봤을 때 인도 같이 큰 나라에서는 너무너무 일부분만 보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던 거죠. 그래서 저는 여행 가는 느낌으로 시골 마을까지 가가지고 아줌마, 아저씨들 인터뷰하고 그런 마음으로 접근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 회사 갈 때 인도에서 하는 서비스라는 거 알고 가셨잖아요. 그러면 내가 인도 배낭 여행 많이 다녀봤으니까 조금 더 친숙하기도 하고 회사에서도 그 점을 어필해서 가거나 이랬다고 봐도 될까요?

오히려 저는 인도가 좋으니까 재밌겠다 하고 간 거는 있는데 그리고 글로벌 제품이기도 하고 근데 회사에서는 인도 여행을 가봤다고 막 그렇게.. 근데 인도 여행을 가본 사람도 이렇게까지 현장으로 가 가지고 이렇게 할 거라는 기대를 못 했겠죠. 근데 제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니까 되게 좋아하시긴 하더라고요.

처음 배낭 여행을 갔을 때 굉장히 좋은 기운을 받아서 계속 인도로 가신 거예요?

저는 21살 때 창업까지는 아니고 학회 이런 거를 시도를 했다가 한 번 망한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학교를 1년 휴학을 했었는데 제가 무슨 회장 같은 걸 하면서 4~5개월 고군분투를 하다 망하고 이제 알바나 해야겠다 하고 돈을 모으다가 식상한 데 가기 싫어서 갔던 게 인도였어요. 그때 21살이었는데 한창 마음이 힘들 때 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삶의 어떤 나름의 깨달음들을 많이 얻어온 것 같아요. 인도 가면은 정말 극악조건이 다 모여 있거든요. 덥고 시끄럽고 냄새나고 더럽고 별 악조건들이 많은데 한 2주 정도 되기 전까지는 계속 욕만 하는 제 자신을 발견을 하다가 3주가 넘어가서부터는 욕을 하고 있는 제가 이상해지는 그런 순간에 도달하거든요. 그러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라는 게 사실은 되게 좁은 세상에서 살고 있었구나라는 걸 많이 느끼게 되고 인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봤을 때 내가 맞다고 정의한 게 저 사람들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구나 하는 것들을 많이 보고 한국에 돌아오면서 그 뒤로 개인적으로는 삶의 에티튜드가 많이 달라졌거든요. 그래서 저는 완전 생 인도를 보고 왔다 보니까 회사에서 인도 제품 한다고 하는데 제대로 보지도 않고 이렇게 하는 걸 보면서 개인적인 답답함도 있었어요.

다른 동료들이 네오님한테 '제품도 몰라'라고 할 때 속으로 '인도도 모르는 것들이' 이런 마음 들지 않았어요?

맞아요. 그런 것도 있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조금 더 통쾌했던 순간은 제가 그런 맥락 안에서 더 자꾸 유저를 만나고 하면서 그때 제가 대출 쪽으로 했었는데 그래도 괜찮은 제품이 나왔거든요. 그리고 그 제품이 나오기까지 로컬 유저 인터뷰를 엄청 많이 하면서 그게 실제로 팀에게도 좋은 인사이트들이 많이 공유되면서 제품도 잘 되고 이랬었어요. 그래서 그게 결국에는 팀 리더들이나 대표들한테도 많이 공감대가 형성이 되고 숫자로도 괜찮아지고 하면서 그때 느꼈던 게 결국에는 ‘C-레벨이 뭐라고 하던 대표가 뭐라고 하던 주변 개발자나 사업 개발자가 뭐라고 하던 유저가 하는 얘기를 제일 가까이에서 듣는 사람이 결국에는 이기게 돼 있다.’ 그러니까 내가 경력이 없던 기획을 많이 안 해봤던 그리고 유저를 제일 많이 가까이에서 만나면 그러면 좋은 제품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했던 거를 약간 몸소 체험했었던 순간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후에도 인도 여행 자주 가세요?
그때 딱 코로나 때였는데 출장으로 인도를 많이 가면서 개인적으로는 주말에 근처로 여행도 다니고 했는데 이상하게 그 이후로는 길게 쉴 날이 많이 없다 보니까 인도를 갈 일이 많지는 않았어요. 근데 여전히 저는 좀 길게 휴가가 생기면 인도는 꼭 다시 가고 싶어요. 갈 때마다 늘 뭔가 그 나이와 시기에 맞는 뭔가 얻어오는 것들이 있는 것 같거든요.


제가 좀 가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게 인도 어필 몇 가지 해 주실 게 있나요?
인도는 일단 여행 얘기하기 전에 시장 관점에서도 우리나라 내수나 이런 부분들이 안 좋다 보니까 창업을 글로벌로 보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인도 시장 타겟 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저는 그게 생각보다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게 정말 빨리 크고 있고 그러니까 시장 관점에서도 너무나도 좋은 환경이고 영어도 되고 그리고 생각보다 중국 규제가 심해서 중국 제품들이 많이 못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물론 문화 차이는 크지만 생각보다 우리나라 제품력으로 들어가서 뭔가 해보기 나쁘지 않다. 그래서 시장 관점에서도 좋고 여행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가 도시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그냥 다 원숭이들이잖아요. 우리가 이 문명 사회에서 도시 갖춰 놓고 살다 보니까 이게 되게 당연하게 느껴지는데 인도 같은 데 가보면 진짜 인간이라는 동물이 본연의 모습이 어떻구나를 되게 적나라하게 볼 수가 있고 그러면 제 삶에 대해 돌아보게 돼요. 내가 지금 삶 속에서 고민하는 게 얼마나 작은 고민들이었던가.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정답이 진짜 정답이 아닐 수도 있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근데 우리 한국 사람들이 여행하는 되게 많은 국가들이라는 게 대부분 다 선진국들이고 아니면 돈 쓰러 동남아 가는 걸 텐데 인도는 느낌이 아예 다르거든요. 그래서 그런 관점을 줄 수 있는 여행지로서는 너무너무 추천을 합니다. 근데 분명히 3주 미만으로 가시면 욕하고 다시는 안 가실 거고요. 가실 거면 한 최소한 한 달 정도는 그래도 한번 도전해 보실 만은 하다 추천드립니다.

3주에서 4주로 넘어가는 그 일주일, 그게 뭔가를 주는 건가요?

그렇다기보다 3주 동안 견디는 내 자신이 그 뒤에 오는 자극들을 더 초연하게 받아들여줄 수 있는 제 자신을 만드는 거죠. 3주 안에는 되게 다 싫고 이렇게 느껴지다가 그게 지나고 나면 쟤 또 그러겠지 이렇게 받아들이게 돼요. 기차 8시간 연착되겠지, 2시간이면 일찍 왔네 이런 식이 돼버리는 느낌이랄까

실제로 그 안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런 물질적인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 이런 관점으로 살아가는 걸까요?

그런 느낌이라기보다 기준 자체가 다른 것 같거든요. 기차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제가 가만히 기차 칸에 앉아서 제 짐을 제 옆에다가 놨는데 어떤 구루 같은 아저씨가 와서 제가 이렇게 눈으로 뻔히 보고 있는 앞에서 그 가방을 천천히 그냥 가지고 가요. 되게 황당하잖아요. 근데 ‘야 이거 내 거야’ 이러면 ‘이게 언제부터 너 거였냐?’고 물어봐요. 근데 이게 사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거든요. 제가 돈을 주고 사기는 했지만 이게 언제부터 제 거였는지는 누구도 정의할 수 없어요. 그냥 내가 잠깐 보관하고 있는 것뿐인 거죠. 근데 그분들이 느끼기에는 이거를 그분들이 실제로 그렇게 믿는 거예요. 그러니까 소유의 개념이 뭔데 너가 이걸 나한테 줘서 행복하면 너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한데 주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이런 얘기들. 근데 이게 그때 당시에는 기분이 나쁠 수 있는데 이 상황이 스쳐 지나가고 나면 남는 생각들이 있어요. 그리고 인도에선 거지들도 되게 철학적으로 구걸 해요. 그래서 너 지금 ‘펜 같은 걸 너한테 줄 텐데 너 이거 1만 원에 사줘’ 이러면 ‘이게 무슨 만 원이야?’ 그러면 그럼 ‘너 얼마 갖고 있는데? 너가 지금 갖고 있는 돈을 나에게 나눠주면 나도 행복하고 너도 행복할텐데 우리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너는 왜 선택하지 않는 거야. 이런 식으로 구걸도 철학적으로 합니다. 물론 악의를 가진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죠. 기본적인 세상을 바라보는 뷰 자체가 되게 다르고 최근에 인도가 중국 인구를 넘었잖아요. 사회적으로 개인이 갖고 있는 정서적 공간이 굉장히 좁다는 느낌을 받아요. 거기서 지내다 보면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데 경쟁이 심하다 보니까 그런 데에서 오는 본질적인 차이들이 있거든요. 그런 걸 보면서 내가 한국에서 보고 자랐던 것들이 틀렸다는 건 아닌데 이게 얼마나 다를 수 있구나 그런 것들을 많이 느끼게 되는 곳인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으신 것 같은데 약간 타고난 성향이에요? 아니면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일까요?
제가 인도 여행을 여러 번 갔다 보니까 제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인도 여행이 준 세 가지 큰 깨달음 중에 하나가 있는데요. 제가 처음에 21살 때 여행 갔을 때 엄청 파워 제이(J)에 엄청 예민한 성격이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도 못 믿고 며칠에서 며칠 이동해야 되고 이렇게 했었었는데 한 3주 정도 됐을 때 아는 대학 선배가 거기서 인턴을 하고 있어서 셋이서 묵었어요. 근데 다음 날에 기차표를 사러 가야 되는데 다들 자고 있어서 저 혼자 간 거예요. 거기는 외국인들은 기차 역에 가서 끊었어야 되거든요. 그래서 기차역에서 갔는데 여권을 보여달라는데 제가 여권을 안 갖고 온 거예요. 그래서 안 되겠다 하고 다음 날에 형들이랑 같이 가서 했는데 저희가 원래 계획했던 뭄바이에서 아그라로 가려고 했던 기차가 하필 다 나간 거예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황금 사원 있는 도시로 가보고 싶었는데 갈까 하고서는 그 계획을 다 바꿨거든요. 다 바꿨다기보다 그냥 경로를 바꾼 거죠. 그리고 나서 여행을 다 잘하고 한국에서 돌아오는데 제가 지도를 갖고 갔어서 제가 어디로 갔는지 선을 그어서 펼쳐보면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걸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 순간이 생각나는 거예요. 여권을 안 가져갔던 그날이. 근데 그날 제가 만약에 여권을 가져갔으면 계획대로 됐겠죠. 근데 그 뒤에 원래 원했던 대로 갔을 텐데 근데 그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뒤에 펼쳐졌던 여러 기억들과 만났던 사람들이 저는 너무 행복했었던 것 같거든요. 근데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는 거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사실 내가 그 여권을 가져갔었던 순간은 저는 평생 다시 살아볼 수 없거든요. 그 가능성을 전혀 모르는데 비교 불가능한 대상에 자꾸 내가 연연하면서 그렇게 살면은 평생을 제가 그냥 후회하게 되는 건데 그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뒤에 있었던 여러 일들이 만났던 사람 그 기억들이 너무나도 나에겐 행복한 추억이었고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나는 너무 즐거운 여행이었어라고 의미 부여를 제 스스로 할 수 있으니까 그 뒤로부터는 뭔가 잘 안 됐다고 하더라도 더 좋은 무언가가 있겠지 또 그로 인해서 더 얻었던 게 있겠지 하면서 새로운 거를 도전할 때 혹은 뭐 할 때도 어떻게든 되겠지 이런 느낌으로 접근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가 첫 해외 여행이었어요?
처음 해외여행이었고 처음으로 제가 돈 벌어서 간 여행이었고 진짜 완전 배낭 하나 메고 갔던 여행이었습니다.

나머지 2개, 3개도 들으면 안 돼요?

인도 쪽으로 가도 되나요? 두 번째는 군대 가기 전에 입대 이틀인가 3일 전에 귀국하는 일정으로 인도를 갔어요. 인도 여행하면서 조드푸르라는 도시에서 푸쉬카르라는 도시로 첫 차를 타서 시점에서 종점까지 가는 로컬 버스를 탔어요. 그 버스를 아침 6시에 타서 가는데 제가 기사님 바로 뒷자리에 앉았는데 기사님과 제 사이에 큰 타이어가 하나 놓여져 있었거든요. 그 타이어 앞에 제가 바로 앉아가지고 좁지 않게 가려고 창문에 기대서 쭉 졸면서 가고 있었는데 한 2시간쯤 갔을 때 깨니까 로컬 버스라서 사람이 바글바글한 거예요. 어떤 아저씨가 타더니 기름통 2개를 타이어 위에다가 얹어놓고 기사님 옆에 앉아가지고 가는 거예요. 근데 이게 덜컹덜컹거리니까 기름통이 덩실덩실거리잖아요. 특히나 바닥도 아니고 타이어 위에 걸쳐져 있으니까 그래서 그게 딱 들어오자마자부터 엄청 신경이 쓰이는 거예요. 계속 가는데 막 덜컹덜컹거리고 저 기름통을 보면서 제 머릿속으로 생각이 하나 스친 거죠. 왜 저 아저씨는 기름통을 여기다 넣는 거야? 기름통 저거 쏟아지면 어떡하지? 쏟아져서 내 발에 흐르면 어떡하지? 내가 다치면 어떡하지? 그러면서 그럼 내 입대 일정에 영향을 미치면 어떡하지? 이게 그냥 순식간에 이렇게 싹 지나간 거예요. 그러면서 이 고민이 머리를 딱 지나가니까 갑자기 저 아저씨가 미워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아니 왜 이거를 이렇게 불안한 데다가 놔가지고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거야. 저 아저씨는 내가 이런 고민을 하는지도 모르고 너무 태평하게 지금 친구들이랑 가고 짜증이 나는 거예요. 한 10여 분 지나서 근데 이게 기름통이 맞나? 좀 비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생각이 좀 가다가 결국에 갑자기 어느 정류장에서 그 아저씨가 그걸 들고 쑥 내리더라고요. 근데 이게 어딘가 벽에 딱 부딪혔는데 빈통이었던 거예요. 원효대사의 해골물 같은 느낌이긴 한데 그 불안함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결국 내 스스로 만들어내는 게 훨씬 더 크겠구나 그러면서 제가 그때 당시에 딱 이제 군대 가기 전이었었다 보니까 저는 군대의 2년이 너무 블랙박스 같은 느낌이었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되게 많았는데 내가 없을 수도 있는 불안감을 스스로 만들어내서 결국 내 스스로 고통을 자처하고 있는 거구나. 실제로는 겪어보면은 기름통이 아닐 수도 있고 블랙박스가 아닐 수도 있고 무슨 문제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그때 가서 대처하면 될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순간들에서 제가 그 상황 자체를 스스로 가정해 놓고 그로 인해서 다시금 제 현실의 선택을 바꾸는 경우들이 되게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그때 그 기름통 걸 보면서도 불안함이나 걱정이 있을 때 저게 그냥 기름통이라고 생각을 하자 그냥 결국 빈통일 수도 있는데 그 불안을 내 스스로 만들지 말자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럼 세 번째도 마저 들어 볼게요.

근데 시간이 괜찮은 거죠? 마지막은 제가 세 번째 인도를 좀 길게 갔던 게 첫 번째 회사를 끝내고 나서 세 달 정도 동안 세계 일주를 했거든요. 이건 인도만의 얘기는 아니긴 한데 제가 늘 여행이라는 거를 스스로에게 부여했던 건 삶에서의 어떤 일탈 혹은 해방 같은 느낌으로 여행을 바라봤었었던 것 같아서 퇴사하고 나서 기약 없이 여행을 하게 됐었던 것 같은데 지구를 한 방향으로만 돌았는데 그 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정말 그냥 찍고 가야 돼요. 바로 그냥 페루 갔으면 뭐 보고 바로 이동, 이런 일정이어 가지고 진짜 그 전체 일정을 그냥 짐 풀고 밥 먹고 자고 일어나서 또 어디 갔다가 또 짐 풀고 이거 계속 하고 있는 걸 보면서 거기서 들었던 생각이 나는 일탈하려고 여행을 왔는데 여행이 일상이 된 거예요. 근데 여행이 일상이 되면 느껴지는 게 일상이 여행 같아 보여요. 출근하고 싶은 거예요. 회사에서 팀원들이랑 밥 먹고 일하고 했던 게 너무 그리운거야. 진짜 여행 가는 느낌처럼 그래서 그 두 달 넘어서 그렇게 여행을 하고 있으니까 쉽게 표현하면 여행 가도 뭐 별거 없다. 근데 또 다시 생각해 보면 내가 일상이라고 정의해 놓은 공간도 어떤 환경에서 바라보면은 그게 또 여행처럼 느껴질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평소에 내가 일하고 이런 환경 자체를 사실 어떻게 내가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그 환경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거니까 자꾸 도망가는 여행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리고 내가 사는 공간 안에서 약간은 여행처럼 그거를 바라보는 것도 실제로는 내가 어떤 현상이나 어떤 상황을 마주할 때 분명히 스스로에게는 되게 다른 의미처럼 다가갈 수 있겠다 이런 것들을 배웠던 게 마지막 깨달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거 3개를 연달아 얘기한 적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다시 IT 얘기로 돌아가 볼게요. 두 번째 회사에서 세 번째 회사로는 어떤 이유로 이직하신거예요?

그때는 대출 쪽으로 했다 보니까 코로나 때 인도 시장이 정말 모라토리움이라고 그냥 개인 대출도 다 유예를 시켜줬거든요. 그러니까 연체율이 98% 막 이래요. 그러니까 제품을 제대로 운영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서 그때 당시에 PM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켜하면 켜고 꺼하면 끄고 이것밖에 할 수가 없어서 너무 힘들어하고 있었던 상황인데 그때 당시에 다른 회사에서 초기 제품을 맡아줄 PO를 구한다고 해가지고 제가 다 만들어진 제품을 운영하는 거에는 재미를 못 느끼고 불확실성을 돌파하는 데 좀 더 재미를 느끼다 보니까 그러면 한번 가볼까 해서 세 번째 C사로 움직였고 C사도 사실 코로나 시기라서 적극적으로 몰두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기는 했는데 그래도 C사에서도 배운 것도 많고 재미있게 일했던 것 같습니다.

네오님은 IT이긴 하지만 기계 안에서만 움직이는 IT는 크게 관심이 없으신 것 같아요.

맞아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B2C 서비스를 하는 것들도 재미있기는 한데 제가 이걸 의도했던 건 아닌데 제가 어떻게 하다 보니까 하드웨어랑 B2B 사스 쪽으로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정말 의도치는 않았지만 운명처럼 그런지 몰라도 더 성장하는 비즈니스들이라고 혹은 IT 서비스들 성장의 여력이 남아 있는 서비스들이라고 보면은 개인적으로는 글로벌도 큰 시장 중에 하나고 또 오프라인이 그중에 하나라는 생각은 여전히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에 이렇게 제품 잘 만드시는 분들이 글로벌하거나 아니면 오프라인 쪽을 좀 더 뚫어서 기존에 못 바꿔놨던 것들을 좀 더 바꿔봤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B2C 온라인 제품들이라는 게 어느 정도는 땅따먹기가 끝난 것 같거든요. 거기서 대승적 무언가를 바꾸기도 어려운 것도 있는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오프라인 쪽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는 것 같고 지금 있는 회사에서도 사실 B2C 제품들에 비해서 B2B 오프라인이 레거시가 너무 많아요. 그리고 정말 사장님들이 어떻게 이런 제품을 썼나 싶을 정도로 사장님이 유저로서 취급받지 못했던 환경이다 보니까 그래서 제품적으로 재미있는 시도들도 많은 것 같고 또 재밌는 거는 B2C는 고객만 만족시키고 트래픽만 모으면 적절한 수익 모델로 담아서 스케일을 하는 공식들이 어느 정도는 있었던 것 같은데 B2B 오프라인이라는 거는 단순히 제품만 잘 만들면 되는 게 아니라 제품을 딜리버리 하기 위한 여러 파트너들, 특히 세일즈 파트너들이 들어가야 되고 그 세일즈 파트너들이 우리 거를 팔아주기 위해 어떤 고민들을 해야 되고 그들을 움직이기 위한 동기 부여는 어떻게 만들어야 되고 고민해야 될 레이어가 2개, 3개는 더 늘어나다 보니까 그만큼 어렵기는 하지만 또 되게 챌린징한 것 같아서 재밌는 것 같습니다. 또 진짜 변화다운 변화를 만드는 제품을 한다는 것 같아서 의미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일할 때 듣고 싶은 말이 네오님이 하자고 하는 일은 할게요 이런 얘기 듣고 싶다고 하셨는데 많이 들으셨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되게 신뢰받고 믿을 수 있는 PO 혹은 나중에는 대표가 될 수 있으면 좋겠고 동료들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하지만, 제가 선택했던 제품들이나 제가 하고 싶었던 제품들이 늘 불확실성이 높고 느린 제품이다 보니까 뭔가를 하자고 했을 때 ‘이거 네오님이 하자고 해서 했는데 잘 된 것 같아요’를 보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그 과정에서 실패도 너무 많이 하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까 아직 가야 될 길이 먼 목표인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늘 그렇게 되기 위해서 정말 잘 만든 제품 만들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네오님하고 같이 일해 본 적은 없지만 네오님이 프로젝트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본 경험은 있는데 본인이 하고 싶은 방향대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고 싶어 하는 의지와 함께하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그런 마음이 그 두 개가 서로 다른 마음일 것 같은데 그게 묘하게 한 사람 안에 들어 있네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과찬이십니다.

그래서 일하면서 만난 좋은 상사 후배 동료는 문제 해결과 관계 해결을 모두 잘하는 사람이라고 적어주셨는데 그런 걸 지향하는 것 같아요.

네, 확실히 늘 고민하는 부분이지만 PO나 PM들이 사실 본질적으로 해야 되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들이잖아요. 그 과정에서 결국 PO든 PM이든 기획자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많지 않고 팀들이 같이 잘해야 되는데 팀이 같이 하고 싶게끔 만드는 과정들을 잘하는 분들이 멋있어 보이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이 들고 그런 것 같습니다. 근데 제가 잘하고 있는지는 칭찬은 해 주셨지만 늘 되게 반성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오잉] 저도 프로젝트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게 너무 어려운 일이거든요.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내 의견을 안 따라주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하자는 대로 하면 난 너무 줏대도 없고 의견도 계속 바뀌니까 서비스가 결국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어지는데 네오님은 묘하게 본인이 원하는 방향대로 가는 거 같은데 다른 사람들의 얘기도 들어주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무슨 트릭을 쓰는 거지? 저게 어떤 재주지? 이런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비법이 뭔가요?

글쎄요. 그때 당시 비사이드에서 했던 것들이 초기 MVP였었다 보니까 실제로 제가 하고 싶은 방향대로 하는 거는 맞기는 했지만 그게 아이템을 정했다기보다는 그걸 추려나가는 방법론적인 방식들을 직감이 아니라 좀 더 데이터 드리븐하게 했으면 좋겠다라던가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맞다고 생각하더도 숫자가 아니면 과감하게 버리고 다른 거 하자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한 공감대를 조금 더 만들었던 것 같고 그런 것들이 사실 논리적이긴 하잖아요. 마케팅 돌려봤는데 이게 제일 낮아요. 이거 합시다라는 게 개인의 입장으로서도 성공하는 제품 만들기 위해서는 맞는 거니까 그리고 실제 내가 창업한다고 생각했을 때도 내 직감보다는 실제로 시장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는 게 맞아요. 그래서 아마 조금 더 공감을 잘 해 주셨지 않았을까 싶기는 합니다.
[찌니] 일단 네오님이 논리적으로 얘기를 하는데 보통 논리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이 좀 재수 없을 수도 있는데 네오님은 예의바르고 이렇게 친절하게 얘기해 주니까 뭔가 설득이 되는 듯하면서도 기분도 좋아지면서 내가 얘기한 건가? 이런 착각하게 만드는 그런 재주가 있어요.

일하면서 도전적이고 어려웠던 경험인 '사장님 100명 만나기'도 너무 궁금해요.

사장님 제품이 다른 사스들에 비해서 훨씬 더 어려운 게 제가 안 쓰는 제품이고 사장님 제품이라는 게 PC나 아이폰에서 OS 쓰는 것처럼 계속 쓰는 제품이거든요. 그러니까 하루 종일 보는 제품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정말 일반적인 사스랑은 접근법이 많이 다르다는 걸 많이 느껴요. 예를 들어 우리가 그냥 B2C 서비스들은 특정 목적을 갖고 쓰는 경우들이 많으니까 SNS를 제외하고는 이런 사장님 제품이라는 건 보통은 매장 운영과 관련된 거니까 장사하는 시간 내내 계속 그걸 보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 제품을 개발을 해야 되는데 또 제가 안 쓰는 제품이에요. 그래서 사실 만들기가 너무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사장님 제품 만들면서는 그때 인도에서의 배움도 있었긴 했지만 훨씬 더 사장님들한테 가까이 가서 만나려고 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제가 전 회사 지금 회사 합치면 못해도 한 3~400명은 만난 것 같아요. 대면 만난 것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겠지만 근데 만날 때마다 늘 느끼는 건 정말 저희가 아이폰 갤럭시 만들어 놔도 쓰는 방식 다 다르잖아요. 그런 것처럼 쓰는 방법 다 다르고 그리고 누구는 버튼 여기 있었으면 좋겠는데 누구는 저기 있었으면 좋겠고 결국 그러면은 PO 입장에서는 뭐부터 만들 건지 어디서부터 해결할 건지 그리고 이게 단순 투정인지 실제 니즈인지 같은 것들도 구분해야 되는 것들이 많으니까 그걸 판단하려면 제가 쓰는 제품이면 나름의 어떤 직관이 생길 텐데 제가 장사를 안 하니까 그런 것들을 사장님 많이 만나봐야 되고 실제로 지금 회사에서는 카페를 직접 차렸어요.


위치 좀 알려주세요.

역삼동에 있는데 카페를 회사에서 같이 해보자고 해서 제가 그걸 맡아서 했는데 부동산 알아보는 것부터 인테리어 업체 알아보고 사장님 채용하고 매달 정산도 아직까지 하고 있어 원두 주문 가격 얼마냐 메뉴 가격 어떻게 해야 되냐 이러면서 근데 그런 걸 해보다 보니까 이거는 좀 봐줘도 돼 이거는 진짜 좀 불편한 거 맞아라는 기준들이 확실히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B2B 사스라는 특수성이 있기는 했지만 유저들을 좀 더 가까이서 보는 게 확실히 제품을 이해하고 또 특히 PO로서 판단하는 데는 확실히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배움이 있었습니다.

역삼동에 있는 카페 이름 뭐예요?
심플리시티고요. 최근에 점장님이 바뀌면서 영업을 잠깐 멈췄어 가지고 매출이 많이 꺾였거든요. 혹시나 들으시는 분들이 역삼동 근처에 계시면 가시면 맛있습니다. 거기 오렌지 아메리카노 맛있습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희 토스 플레이스가 만드는 제품을 거의 가장 먼저 써볼 수 있는 매장이기도 해서 자주 방문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디카페인도 가능하네요.

저는 몰랐는데 디카페인을 만들려면 그라인더가 하나 더 있어야 된데요. 저는 몰랐어요. 그것도 한 200만원 해요. 그래서 진짜 이런 세세한 걸 알려면 해보는 방법밖에 없다.


여태까지 인도 사랑을 그렇게 얘기하셨는데 10년 후 나의 멋진 하루를 이른 아침 발리에서 서핑을 마치고 개운하게 책상에 앉아서 일을 시작하는 하루라고 적었어요. 근데 왜 인도 아니고 발리인가요?
인도는 가끔 깨달음을 얻는데 좋을 것 같고, 저도 창업 생각은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저는 앞으로 한 5년에서 10년이 진짜 IT 생태계 자체가 정말 많이 바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을 것 같아서 그런 관점으로 바라봤을 때 실제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앞으로의 한 10년을 커리어를 생각을 한다고 하면 지금까지 직장 생활하던 모드로 바라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확실히 많이 하는 것 같고 그래서 발리를 상징적으로 적어놨던 게 발리 자체가 좋은 것도 있지만 발리가 진짜 디지털 노마드로서 일하기 너무 좋은 곳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거기서 제 개인적인 만족도 하면서 플러스 실제 그게 어떤 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하는 제품을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렇게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주 쓰는 서비스에 컷백과 프리미어 프로가 있네요. 유튜브 하시나요?

저는 영상 관련해서 여전히 계속 여러 실험들은 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계속 실패하고는 있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IT 제품 자체에 대한 실험도 하지만 요즘에는 저는 조금 더 미디어로 실험하는 게 조금 더 성공 가능성이 높겠다 싶어서 그런 쪽으로도 요즘 많이 실험을 해보고는 있습니다.


오늘 인도부터 일 얘기까지 많이 했는데 하고 싶은데 못하는 얘기 있으신가요?
사실 제가 평소에 인도 얘기를 할 일이 없는데 이게 아무리 제가 했던 생각이라도 안 하다 보면 잊혀지잖아요. 근데 덕분에 리마인드를 하게 돼서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지’ 돌아보게 돼서 되게 감사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고 저는 늘 진지한 컴퍼니를 응원하다 보니까 이런 자리 불러주셔가지고 너무 감사하고 개인적으로 저도 IT 업계에 있기는 하지만 사실 이쪽 업계에 있는 분들이 고민들이나 이런 생각을 공유할 일이 많지 않은 것 같거든요. 근데 이렇게 팟캐스트 형식으로 이런 자리가 있어서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또 다음에 기회 되면 또 불러주세요.

창업하고 꼭 나와주세요.
네. 부디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CREDIT

오잉

인터뷰 뚜까, 찌니, 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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