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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elmen May 08. 2017

나의 글(1)

나는 강박적으로 쓴다. 여러 글을 많이 쓴다기보다 하나의 글을 자주 쓴다. 무슨 말이냐면 써놓고 생각날 때마다 고치고 쓰기를 습관적으로 반복한다는 거다. 글을 어딘가에 내보이기 전까지 이미 여러번 다듬는데, 이미 내놓은 글도 다시 읽을 때마다 어색함이 느껴지는 어미나 조사 등을 계속해서 바꾼다. 병인 것 같다. 아니 아마도 잘 보이고 싶은 병이다.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하지만 아마도 평생 글쓰는 일에서 벗어나진 못할 것 같다. 문제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뭔지 아직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과문도 써봤고 보도자료도 써봤고 기사도 써봤고 여행기도 써봤고 인터뷰도 써봤지만 그 중 내가 정말 쓰고 싶었던 글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인터뷰는 내가 간절히 원해서 한 것이었으나 그게 정말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이었는지, 혹은 쓰고 싶었던대로 썼던건지는 확실치 않다. 소설학교에도 다녀봤으나 그것 역시 적성이 아니라며 과정 중간에 때려쳤고, 지역 계간지를 만들자며 몇몇 청년과 모임도 결성해보았으나 매번 논의가 산으로 가다 시작도 전에 끝났다.


글 쓰는 사람은 태생이 '관종(관심종자)'이다. 이들은 글을 들고 독자 앞에 나선다.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쓴다. '나는 이것을 알고 있고 이렇게 생각하고 느꼈고 깨달았다'고 얘기한다. 자신을 드러낸다. 이것이 나라고 외치는 것이 글쓰기다. 관심받기를 싫어한다면 왜 글을 쓰는가. 정치인과 언론인의 글은 말할 것도 없고, 문인과 과학자, 철학자, 연예인 할 것 없이 글을 쓰는 이유는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 비겁하다. 관심 끌기에 성공하지 못할까 봐 스스로 방어선을 치고 참호 안에 머리를 처박는 격이다.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글로써 무엇인가를 움직이고 변화시키고 이루고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적어도 나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투명 인간으로 살기 싫어서다. <강원국|글 쓰는 사람은 태생이 '관종'이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찾는 일은 언제 끝날까? 어쨌든 내가 쓰는 글은 직업적으로나 취미로나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다. 그럼 어떻게 쓰려는가. 잘 쓰고 싶다. 내가 뭘 잘 쓰는지는 모르겠으나 뭐든 잘 쓰는 사람은 매우 많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알고 있었지만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 더 잘 알게 됐다. 내가 쓰고 싶었던 내용인데 이미 굉장히 잘 쓴 글을 찾고는 배가 아파 입을 잘근잘근 씹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왜 쓰는가, 무엇을 쓰려는가, 정리해 보면 ... "내 얘길 쓰고 싶다. 내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해 어떤 시간 안에 붙잡아두고 싶다. 그리고 그걸 누군가가 읽고 자신의 이야기인냥 공감해주었으면 좋겠다" ... 정도인 듯. 이렇게 두서없이 쓴 글 조차 차라리 아무도 읽지 않았으면 하고 언뜻 드는 마음을 제발 누구라도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금세 덮치는 것이다.

결국 난 관심받고 싶은 것 같다. 쓰다 보면, 어쨌든 쓰고 보면 덜 외롭다. 그래서 쓴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이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이다. 혹은 지금은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훗날 독자가 될 수도 있는 누군가에게 하는 행위이다. 너무 민감하고 개인적이고 흐릿해서 평소에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를. 가끔은 큰 소리로 말해 보려 노력해 보기도 하지만, 입안에서만 우물거리던 그것을, 다른 이의 귀에 닿지 못했던 그 말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적어서 보여 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글쓰기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침묵으로 말을 걸고, 그 이야기는 고독한 독서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고 울려 퍼진다. 그건 글쓰기를 통해 공유되는 고독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눈앞의 인간관계보다는 깊은 어딘가에서 홀로 지내는 것 아닐까? 그것이 둘만으로 구성된 관계일지라도. 말이 실패한 것을 글이, 아주 길고 섬세하게 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리베카 솔닛|멀고도 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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