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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elmen Mar 29. 2017

한달 인간 발달사

하루가 다르게, 한 주가 다르게 케이디는 성장하고 있다. 처음으로 뭔가를 움켜잡고, 처음으로 미소 짓고, 처음으로 웃음을 터뜨린다. 케이디를 담당하는 소아과 의사는 정기적으로 차트에 딸아이의 성장을 기록하고, 시간 경과에 따라 챙겨야 하는 사항들을 확인한다. 케이디의 주위에는 새로운 기운이 환하게 빛난다. 케이디가 내 무릎에 앉아 형편없는 내 노래 솜씨에도 좋아하면서 미소를 지을 때면, 온 집안이 환해지는 기분이다. 시간은 이제 나에게 양날의 검과도 같다. 지난번에 병세가 악화되어 심하게 축난 몸 상태는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암이 재발하게 될 테고, 그러다 결국 죽음에 이를 것이다. 죽음은 예상보다 느리게 올지도 모르지만, 원하는 것보다는 분명 빠르게 닥쳐올 것이다. 하지만 절대 미래를 빼앗기지 않을 한 가지가 있다. 우리 딸 케이디. 나는 케이디가 내 얼굴을 기억할 정도까지는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목숨은 사라지겠지만 글은 그렇지 않다. 케이디에게 편지를 남길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대체 뭐라고 써야 할까? 케이디가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지어준 별명이 딸아이 마음에 들지도 알 수 없다. 미래가 창창한 이 아이는 기적이 벌어지지 않는 한 과거만 남아 있는 나와 아주 짧은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이다. 이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이다. 그 메시지는 간단하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폴 칼라니티|숨결이 바람 될 때 234p>


최근 한달 여간의 이현이 발달사항을 틈틈이 적었다. 이달 초 3박 4일 떨어져 있었던 뒤론, 내내 물고 빨며 붙어 있었는데, 그 시간 동안 아이는 또 엄청나게 꽉 영글었다. 옮겨 적은 것을 다시 보니, 아주 미세한 것 같으면서도 지나고 보면 놀랍도록 큰 변화라는게 실감이 난다.


아이가 170일 동안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감정을 생각하면 1000일은 말로 설명 못할 행복이겠구나 싶다. 그 배에 자식을 태웠던 부모들은 그것을 뺏기고 잃은 거구나 싶어서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크기의 슬픔을 지레 짐작하며 울었다. 아이가 자라는 시간은 하루와 하루가 더해지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곱하고 곱하여 쌓이는 것 같다. 그러니 그 천일은 나의 5배 6배가 아니라 족히 10만 배쯤 되는 기쁨의 나날들이었으리라.


이제 곧, 매일매일 1분1초마다의 변화를 눈치채는 일상은 가질 수 없겠지. 너무 아쉽다. 그렇지만 애달픈 만큼 엄만 널 더 사랑할거야. 듬뿍듬뿍 사랑을 담아 눈 마주칠 때마다 내 마음을 다 표현할거야.

그거 아니? 나 이런 사랑은 정말 처음이야. 처음 느껴보는 기쁨을 알게 해줘서 고마워.


*생후 120일 변화

-폭풍 뒤집기

-발 가지고 놀기

-상호간 스킨십 가능(엄마 아빠 얼굴 만지기)

-소리내서 웃기

-낯가림 폭발


*생후 130일 변화

-원하는게 분명해짐(뭔지 정확히는 모르겠음;)

-떼쓰기가 늘어남

-뭐든 손으로 잡기

-뒤집고 버티는 시간 늘어남


*생후 140일 변화

-손으로 원하는 것을 정확히 잡고 움직임

-손아귀 힘이 세짐

-모든 것을 잡아당김

-양손쓰기가 가능해짐

-말이 늘어남

-누워서 잠이 들기 시작(밤잠 낮잠 모두)


*생후 150일 변화

-손뼉치는 듯한 동작을 자주함(모든 움직임이 한층 액티브해짐)

-손과 머리를 동시에 써서 물건을 낚아챔

-사물의 용도를 정확히 인지함(공갈젖꼭지를 손으로 주워서 입에 가져간다거나, 떨어진 젖꼭지에 입을 갖다댄다거나)

-입맛을 다시고 혀를 낼름거리는 일이 많아짐

-감정표현이 다채로워지고 말이 더 많아짐(옹알이가 좀 더 말의 형태에 가까워짐)

-말하기 x 떼쓰기 콤보 스킬 획득


*생후 160일 변화

-되집기 성공

-연속 통잠 행진 중(평균 21:00-6:30)

-뭐든 혀를 내밀어 맛보기(먹을거엔 반사 입마중)

-제 발성이 신기한듯 공룡소리(?) 내기

-특정 손동작 자주(엄지를 얼굴이나 땅에 붙여서 좌우로 돌리기)

-범보의자에 앉혔을 때 고개를 떨구지 않고 세우기 시작. 지탱하는 것 없이 앉아서 버티기 5초 가능


오늘부터 170일 카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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