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요즘 원하는 것이 많아졌다. 갖고 싶은 것을 정확히 손으로 가리키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미간을 찌푸리거나 소리를 치면서 떼를 쓴다. 잔꾀가 늘어서 하지 말라는 것은 눈치보며 조심스레 더 한다. '엄마' '아빠'를 명확하게 발음하기 시작하더니 저 필요할 때마다 가열차게 부른다. 역할을 구분 지어 인식하는 것인지 둘에게 원하는 것이 다른 듯 군다. 아빠에겐 더 새침한 애교를 피우거나 개구진 장난을 치기도 한다.
내가 안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나를 먼저 끌어안는다. 아이는 백일 무렵부터 나와 눈맞춤하며 옹알이를 하다가 옆으로 돌아누워 잠에 들곤 했는데, 요즘은 내 목덜미에 제 손을 얹고 끌어당기면서 몸을 포갠다. 재울 땐 자장자장 노래를 불러주는데, 제 몸을 다독거리는 내 손 동작을 고대로 따라서 그 작은 손으로 내 어깨나 등을 토탁인다.
아이를 낳은 후부터 찍은 사진을 정리해 만든 앨범이 다섯 권이 됐다. 그 안에 생후 일년이라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였다. 아이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기쁨은 정말 위대한 감정이다. 자식이 인생의 전부라는 생각은 아직 들지 않지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첫 번째가 된 것은 확실하다. 이 순서가 언제 뒤집어질런지, 바뀌기는 하는지, 자식이 둘이 되면 똑같이 쪼개지는건지, 아이에 대한 사랑은 점차 갈수록 배가된다는데 유한한 시간 안에 얼마나 무한한 감동의 순간들이 펼쳐질지 등 짐작하기 어려운, 모르는 것 투성이다. 앞으로 아이와 내가 함께 커나가며 모자람 없이 느끼고 배웠으면...
1년간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줘서 고맙다, 나의 아가야.
서로 아낌없이 사랑하면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