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회사에서 아이를 가져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3개월을 썼어요. 그런데 복직 후 인사평가 때 불이익을 받았죠. 회사는 저를 위해 많은 부분을 배려했지만 사실은 정당한 권리와 혜택을 누린 것뿐이잖아요. 법적으로 육아휴직이 보장돼도 사실상 경력단절을 피할 수 없는 것이 대다수 부모의 현실이에요. 반면 지금 회사에서는 많은 지원을 받으며 제도적 보호의 중요성을 실감했어요. 영·유아를 둔 가정은 아이 한명당 매달 보육료 15만원을 받고 육아휴직 동안 정부 지원금 외에 회사가 통상임금의 20%를 지급해요. 무엇보다 아이가 아플 때 유급 간호휴가를 쓸 수 있는 점이 좋아요. 저도 두번 사용한 경험이 있어요. 맞벌이부모에게 더 필요한 것은 ‘시간 복지’예요. 정부뿐 아니라 기업의 재량이 필요한 부분이지만요. 예컨대 근로기준법상 ‘육아 연차휴가’를 의무화하는 제도 등이 있으면 좋겠어요.
남편은 거의 모든 가사를 도맡아해요. 아이를 위해 이유식을 만들고 집안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줘서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맞벌이기에 당연한 일이죠. 저는 아이를 보려고 매일 100㎞를 운전하는 생활을 지난 1년3개월 동안 했어요. 실제 육아노동의 시간 총량을 따지면 제가 더 많은 부담을 졌다고 봐요. 남편에게 육아휴직을 권유하니 인사 불이익이 걱정돼 힘들다는 대답을 들었어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고 이미 겪었잖아요. 저와 남편은 같은 대학 같은 과를 나와 경력도 연봉도 비슷한데 우리 둘 중 한사람이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오면 단지 엄마라는 이유로 제가 일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요.
어쩌다 보니 서로 힘든 경험만 얘기했지만 아이 낳은 것을 후회한 적은 없어요. 저는 엄마이기도 하지만 그건 제 인생의 일부일 뿐이고 그 사실은 무엇과도 맞바꾸고 싶지 않아요. 아이를 낳은 삶, 낳지 않는 삶 둘 다 선택의 문제고 각자 존중받을 가치가 있어요. 노키즈존 문제는 꼭 말하고 싶어요. 공공장소의 문제행동은 어린이가 아닌 성인이라도 똑같이 제재받아야 하는데 아이를 동반한 부모의 선택권을 배제하는 것은 우리사회가 앓는 혐오문화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요.
1. 이전 회사에서 나를 배려해줬다는 말을 하진 않았다.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호의를 받았지만 제도적 배려는 아니었다. 복직 후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공백을 최소화하려고 했고, 법정의무제도인 출산휴가를 포함하면 1년 만근을 한 셈인데도 아예 평가에서 제외됐다. 회사의 논리를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나 역시 회사를 납득시킬 수 없었다. 합의 불발. 두고 온 5개월짜리 아이 생각에 사장 앞에서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러나 홧김에 그만둘 수는 없었다. 카페를 하던 엄마가 나를 대신해 이미 일을 그만둔 상황이었고, 나는 생활비를 약속한 터였다. 위로금을 받고 2년 전과 동일한 액수가 적힌 연봉 계약서에 싸인했다. 그나마 이런 협상 여지가 있는 회사의 분위기에 감사해야 하는 처지였다. 구구절절 사연을 다 말할 순 없고... 다만 직업인으로의 여성이 아이를 갖고 낳는 것만으로 같은 경력이나 연차의 남성과 비교해 승진, 급여 등에서 사회적 격차가 발생하는 현실, 때문에 육아휴직 마저도 사실상의 경력단절 기간이나 다름없단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2. 같은 임금노동자인 부부가 돌봄노동을 분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요구는 다르다는 게 요지였다. 왜 그런거 있잖나. 아빠가 밥하면 대단하고 고마운 거고, 엄마는 당연한 거고. 이 밀레니얼 시대에.
3. 얼마 전 가고 싶던 전시장이 노키즈존이어서 발길을 돌린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한 어떤 안내 문구도 미리 찾아볼 순 없었다. 기호의 다양성? 어려운 문제다. 다만 우리 사회의 관용도가 높아지길 바란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부터 모든 약자의 대상에게 배타적이 되진 않는지 생각하려고 늘 노력한다.
4. 내 인생의 일부가 엄마라는 말은 의미가 좀 다르게 전달됐다. 나는 엄마이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엄마니까 그게 내 인생이고 그 사실을 어떤 것과도 맞바꾸고 싶지 않다고 했다. 브런치에도 이전에 적어둔 말이고, 이건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진짜다.
5. 한 경제 주간지의 연중기획 <혼돈의 2030, 길을 찾아라>의 7번째 기획 시리즈 ‘결혼·출산마저 포기한 2030’에 인터뷰이로 참여했다. 마지막 꼭지 기사다. 나서고 싶어 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모자라는 지면 분량 만큼 할 말이 넘쳐나 아쉬운 인터뷰. 이런 말들이 모아져 아이 기르고 더불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보탬이 된다면 백 마디도 더하겠다. 그러나 예상한대로 반응은 “헬조선에서 애랑 잘 살아봐라”거나 “지들이 낳아놓고 징징 좀 대지마”라거나. ㅋㅋ 정말 다 같이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쫌! ~~
6. 통계와 분석이 집약된 앞선 기사들이 훨씬 읽을 만 하다. ^^; 그 중 발췌해 옮겨두고 싶은 내용.
서유럽은 2차 세계대전 후 GDP의 2~3%를 가족정책에 투입하고 있다.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로 여겨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GDP의 1%에도 못미친다. 보육 선진모델로 꼽히는 프랑스와 스웨덴은 아동을 국가와 함께 길러야 할 대상으로 여겨 보편적 복지가 이뤄진다. 이들 보육정책에는 이러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 있다.
[결혼 포기한 2030] '헬조선행 특급열차' 누가 타나요?
[결혼 포기한 2030] 육아휴직? 덜 받을 각오 됐다면…
[결혼 포기한 2030] 보육정책, ‘선별’ 넘어 ‘보편적 복지’로
[결혼 포기한 2030] 육아전쟁 부모들 ‘한달 저축 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