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사 인사 담당자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나는 중견기업에서 10년 조금 넘게 인사 담당자로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의 회사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변화하던 시기에 나의 커리어도 큰 변화를 함께 맞이하고 있었다.
입사한 지 3년이 조금 되지 않은 아직 사원이었던 시절.
나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대학생 시절부터 졸업 후 진로에 대한 명확한 목표나 방향성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준비된 무언가가 전혀 없었다.
다행히 운이 좋게도 고향 지역의 한 중소기업 인사총무팀에 입사를 하여 인사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지만 그냥 선배 직원 분들이 시키는 일을 '그저 수행했을 뿐'이었다.
당장 누군가가 당신의 Main Job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나는 선뜻 말을 하기 어려웠다.
중견기업이 되는 과정에서 회사 경영진에 대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회사의 대표를 포함한 주요 임원들이 교체되었으며, 내가 속한 인사총무팀의 팀장도 다른 팀의 팀장으로 발령이 났다.
발령 사유는 단순한 조직 개편에 따른 팀장 재 배치였지만 '인사 전문가'를 원하는 새로운 경영진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기 시작했다.
나도 불안했다.
중소기업에서 HRD (인적자원개발)은 대게 직원 교육 훈련을 의미한다.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예 해당 직무가 존재하지 않는 회사들도 있으며, 법정 의무교육만을 관리하는 경우도 많다. 형편이 조금 더 나은 회사는 교육 행위에 대한 단순 행정 업무 (교육 훈련 비용 처리, 교육 출장 근태 관리 등)를 수행하기도 한다.
당시 내가 속한 회사는 교육에 대한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정도였다.
경영진이 바뀌고 얼마 뒤에 경영진과 각 조직의 팀장 간의 조직 운영 미팅이 진행되었다. 각 팀의 현안과 과제 그리고 조직 운영에 대한 사항들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당시 사원 직급이었던 나는 그 미팅에 참석하지는 못하였지만 대략 전해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직원 역량 개발에 대한 전략이나 목적을 가지고 교육을 보내는 것이오?"
"직원들이 교육 훈련을 다녀와도 뭐 달라지는 게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새로운 대표의 질문에 우리 팀장은 선뜻 답을 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기존 팀장이 다른 팀으로 이동하고 갑자기 팀장이 되었던 것도 원인 중 하나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 회사는 그런 직원 역량 개발에 대한 고민보다는 당장 채용이나 평가 보상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직원 역량 개발에 대한 전략이나 목적이 존재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답을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