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부서가 아닌 부서에서 인사 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직원의 역량 개발을 중요시한 새로운 대표의 명령 아래 직원 역량 개발의 몫은 프로젝트 형식으로 인사총무팀에서 기획팀으로 이관되었다. 역량 개발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교육 체계 도입, 운영 안정화를 이룬 다음에 다시 본래의 인사총무팀으로 반환하는 조건이 있었다.
직원 역량 개발의 중책을 맡게 된 기획팀의 팀장은 사실은 엔지니어 출신이었지만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관리직으로 배치받아 커리어를 이어가는 젊은 리더였다. 그는 업무를 가져가는 대신에 당연히 그 업무를 수행할 인력을 데려가겠다고 이야기를 하였고, 대표와 인사총무 팀장은 그 조건에 동의를 하였다.
당시 인사총무팀에서는 인사 업무를 수행하는 대리급 실무자가 내 위로 두 명이 있었다. 두 명 모두 나름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선배들이었다. 나는 가장 어린 막내 직원이었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당연히 그 두 명 중에서 한 명이 될 것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앞으로 직원 역량 개발을 담당하게 될 사람으로 지명이 된 사람은 나였다.
내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인사 다운 업무를 인사팀이 아닌 기획팀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저는 아직 인사 직무에서 무언가를 책임지고 담당해 본 경험이 없는데요? 특히나 인적자원개발 분야는 더더욱 경험이 없어요. 솔직히 두렵고 자신이 없습니다. 제 선배들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요."
"우리 회사에 그 경험을 가진 사람은 톡 까놓고 아무도 없어. 나도 처음이야. 너랑 나랑 같이 맨 땅에 헤딩해야 해. 어차피 처음부터 시작할 거 너랑 하면 더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의 교육 체계를 만들면서 회사도 발전하고, 어리바리한 직원 하나도 성장시키고 말이야."
"그리고 솔직히 나는 너의 실력보다는 태도에 확신을 갖고,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인사이동이 확정된 그날 아직도 기억하는 퇴근 후 기획팀의 팀장과의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였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받아보는 기대였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날 밤의 대화로 나는 두려움보다는 책임감을 갖고 교육 담당자라는 새로운 역할을 새로운 조직에서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