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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 공기 Sep 20. 2022

서면 자료의 전달

조직 적응, 인정, 자존감의 원천

"지금은 좀 바쁘니까 자리에 일단 올려놔. 볼게."

"메일로 우선 보내 놔. 이따 보고 부를게."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 지 약 3개월 동안 팀장과 가장 많이 나누었던 대화이다.

팀장은 항상 바빴다. 당시 회사의 중요한 문제로 업무 자리보다는 회의실이나 사무실 밖으로 외근을 나가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였으나 팀장의 책상에 자료를 올려두고, 메일로 자료를 전송해놓고 기다리던 그 업무 방식은 내게 여러 방면으로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도움이 되었던 점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았다.




개인적인 경우지만 가장 먼저 새로운 조직에서 새로운 팀장과의 대화가 몹시 어색했던 부분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었다.


"지금 보시겠습니까?", "자리에 둘까요?", "자리에 두었습니다.", "메일로 우선 보내드렸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런 대화들을 시작으로 처음의 어색함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이후에 든 생각이지만 어쩌면 나를 위한 배려였을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다음은 제대로 된 업무 브리핑이 가능했다는 부분이다.


보고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사전 자료를 통해 먼저 내용을 숙지하고 필요한 회의 열거나 업무 지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보고를 하는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질의응답을 최소화하여 필요한 부분만을 이야기할 수 있다.


핵심만을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나와 상사 그리고 내 동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은 회사일수록 전문 분야의 일을 깊게 하기보다는 다방면의 일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역설적이게도 하는 일의 개수는 많은데, 정확히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 스스로 그런 생각을 갖게 되는 상황까지 온다면 조직과 내 동료들은 이미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거나 의심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조직 생활에서 나의 역할이 모호해진다는 것보다 심각한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구성원은 흔히 무임 승차자, 언제든지 대체가 가능한 가치가 낮은 직원으로 인식이 되기도 한다. 작은 회사일수록 더욱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면 보고와 보고를 위한 자료가 축적될수록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을 할 수 있게 되고 확인을 하면 할수록 직장인으로서의 자존감도 높아졌다. 그리고 상사 입장에서도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진행을 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상사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자료는 동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당연하다. 어떤 이는 일하는 티를 너무 낸다고 질투를 할 수도 있고, 어떤 동료에게는 경쟁심을 부추길 수도 있으며, 운이 좋다면 우연히 내 자료를 본 동료에게 좋은 조언이나 피드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동료들이 인지한다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최소한 조직의 무임 승차자는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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