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기로에서

어른이 되고 싶었던 아이

by 감찌

어릴 적 나는

물약을 먹으며 알약을 동경했다.


알약을 삼키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그래서 일부러 아프고 싶었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털어넣고,

감기에, 배탈에, 몸을 망가뜨렸다.


결국 처음 알약을 삼켰던 날,

나는 조금 울었고,

그러곤 생각했다.

“이제 나도 어른이구나.”


몰랐다.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는 걸.


지금 나는,

침대맡에 놓인 약통을 열고

매일같이 수십 알의 정신과 약을 삼킨다.


생존을 위해.

도망치지 않기 위해.

미쳐버리지 않기 위해.


이제 와서 생각한다.

나는 정말 어른이 된 걸까.

아니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아픈 아이일 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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