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
"모모 씨, 요즘 예뻐지네. 무슨 좋은 일 있어?"
어제오늘 얼굴 좋아졌단 얘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 그제 이벤트 특가로 나온 피부관리를 받고 오긴 했는데 (호 옹~) 다르긴 다른가?
간만의 칭찬으로 기분이 좋았지만, 오래지 않아 칭찬 하나도 곧이곧대로 누리지 못하는 내 못난 성격은 승천한 기분을 다시금 바닥으로 잡아 끌어내렸다. 지금 내 피부는 단 한 번의 피부관리로도 좋아 보일 정도로 노화와 정면승부 중이고, 내 얄팍한 텅장은 칭찬 일색을 보이는 효과적인 피부관리에도 불구하고 시원하게 정기권(가장 싼 정기권조차도)도 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난 이대로 노화에게 패배당하는 것인가.
조금 이상한 이야기일 지도 모르지만, 나는 죽는 건 무섭지 않은데 나이 듦과 노화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너무 무섭다. 얼마나 무섭냐고 묻는다면, ‘더 나이 들기 전 지금이라도 죽을래’라고 저승사자가 물어본다면 오케이 할 정도?
그래서 그런지 난 서른 맞이병도, 마흔 맞이병도 크게 앓고 지나왔다.
서른 맞이병은 나이 듦에 대한 부적응으로 생긴 병이었다. 김광석 님의 ‘서른 즈음에’를 정말 좋아했었던 나로서는 내 나이 서른에는 정말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비흡연자로 뽀얀 담배연기는 못 뿜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사랑도 시간도 돌아볼 수 있는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내 나이 서른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두 살배기 아이가 있었고, 결혼 후 삼단계의 변화를 거쳐 나밖에 모르던 사랑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지밖에 모르는 남편이 있었다. 그리고 직장은 4년 차로 한참 정신없이 바쁘게 일할 때였고, 그러니 집안일도 덩달아 쌓여만 가니 퇴근은 좋아도 집에 가기 싫은, 아마도 산후우울증으로 시작된 우울증도 앓고 있지 않았나 싶은 하루하루였다.
마흔 맞이 병은 노화가 가져온 병이었다. 2008년에 아이 낳고 발병한 희귀성난치병은 계속 다른 증상들을 가져와 정말 안 아픈 데가 없었는데, 마흔이 되자 더 떨어질 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면역력이 더 격하게 떨어졌다. 감기라도 한 번 걸리면 진짜 된통 아팠고, 체력도 급저하 상태였다. 그 와중에 회사에서는 14년 차로 진급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라 후배한테 밀리지 않기 위해선 죽기 살기로 일에 매진해야 했던 시기지만, 남편 놈은 여전히 지밖에 몰라 집안일이나 육아는 고스란히 나의 몫. 얼마 전 사춘기를 크게 맞은 아이가 이때의 내게 한 말은 ‘일 중독자’였다. 엄마는 엄마가 필요했던 자기를 아빠한테 던져놓고 회사에 가 있거나, 집에 있어도 늘 바빴던 그런 나쁜 엄마였다고 울면서 말하는 데,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미안한 반면 뭔가 되게 분했다. 아픈 몸 이끌고 동동거리고 살아온 나의 시간이 그렇게까지밖에 표현될 수 없음이 나를 정말 폭삭 늙게 만드는 기분이었다.
물론 서른 맞이병과 마흔 맞이병 그리고 아이의 사춘기를 온몸으로 겪으며 몸과 맘이 와장창 늙어버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늙는 것을 나이 드는 것에 대해서 왜 이렇게까지 무서워하지는 지, 나님 너무 웃긴 녀석인가 싶어 조금 더 이유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나의 이상한 성격 때문일 수도 있겠다. 나의 MPTI는 궁서체 대문자 I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문자 I 답게 사람들 눈에 띄는 것도 싫지만 뭔 심보인지 그림자 같은 존재인 것도 싫은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젊고 예쁜 사람을 기억하며 그다음은 젊지는 않더라도 예쁜 사람을 기억한다. 그러니 나이 들고 예쁘지도 않은 나는 그림자만 될 위기에 놓이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사람들이 안 그래도 (물론 그러면 안 되지만) 노인들을 귀찮게 생각하는 추세인데 나는 그림자 취급까지 받아 못생기고 성격도 나쁜 할머니가 될까 봐 무섭다.
아니면 앞으로 올 날 보다 지금이 젤 젊고 건강할 때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그럼 그러니 '카르페디엠'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지금을 잘 살면 되지 않냐고 말하겠지만, 이미 내 몸은 전신이 골골 종합병원으로 지금도 진짜 이 몸뚱이로 살아야 하니 살고 있는데, 나이 듦이란 노환이 절친처럼 찾아오는 그런 것이니, 더 아플 일밖에 남지 않은 나이 듦은 정말 사양하고 싶어 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는 나이 듦 또는 못생겨짐에 예민해지는데 그래서 오래간만에 받은 예뻐졌단 칭찬이 매우 반갑지만 또한 서글퍼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