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의 상상력'을 조금 읽고

by 단단이

'난치의 상상력'(안희제)를 읽기 시작했다!



읽기 전에 쓰는 글

나도 몇년 전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1형 당뇨병을 진단받았다.

대부분 주류에 속해 살아오다가 이렇게 소수에 속하게 된 게 처음이었다.

낙인, 편견, 생명의 위협(건강 상), 관리하려면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한 것, 직장생활을 잘할수 있을지/ 연애-결혼-임신-출산은 할 수 있을지... 평생해보지 않은 고민들이 따라왔다.

질병과 장애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의료 제도, 사회, 복지 제도와 정책들, 장애 법 (장애 인정), 의료 기기, 제약 회사, 보험 제도와 너무 밀접하게 살게 돼서 그런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사회, 정치에도 더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심지어는 그래서 정치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도 있다...

전에는 장애에 관심이 있기는 했지만 나와는 사실 선을 긋고 있었다. 여러 장애인들을 만나고 자원활동을 하고.. 겉으로는 평등하고 동등하게 대하는 것처럼 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갑자기 자가면역질환과 함께 평생!! 살게 되면서 새로운 시각,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고, 보다 깊고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된 것 같다.....

내 병 뿐 아니라 다른 병들, 그리고 다른 소외된 사람들에게도 더 관심이 생겼다.

이렇게 질병, 장애를 경험하는 당사자가 사회학/인류학.. 뭐 그런 시각을 담아서 쓴 책들은 정말 공감하면서 읽게 됐다.

'증명과 변명' 책에서 안희제님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전작들은 질병에 대해 쓴 책들도 많고 자가면역질환 당사자(정확히 뭐라 부를지도 고민이다. 용어를..) 라고 하시고 문화인류학 공부 중이라고 하셔서 이 책도 정말 기대된다.

읽으며 쓰는 글

안 아프면 좋겠다는 말, 얼른 나으라는 말은 아픔을 불행이나 피해로만 전제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나을 수 있는 질병 만이 담겨있다. 나의 병은 난치 질환이다. 낫지 않아서 계속 관리하며 살아야 하고 얘기해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희귀 질환이기도 하다. (난치의 상상력, 안희제)

첫 장부터 너무 공감이 됐다. 나도 자가면역질환이라서 평생을 관리하면서 살아야 하고 낫지 않는 병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빨리 나으라고, 젊으니까 얼른 나을 거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런 말이 좋은 마음에서 나온 걸 알지만, 그런 말이 너무 끔찍하게 싫었던 적도 많다.

물론 비교하는 게 말이 안되기는 하지만, 또 모든 병이 나름의 어려움이 있고 각자마다 다른 어려움이 있다는 걸 잘 알지만, 어린 마음에 차라리 암에 걸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건 완치가 있으니까. 이렇게 평생을 살아야 하진 않으니까.

또 그저 불행으로만 여겨진다는 말도 공감됐다. 아픈 게 내 잘못이 아닌데, 건강한 습관으로 살아왔고 유전도 아닌데 병에 걸렸는데... 불행이나 운이 없거나, 불쌍한 존재로 보이는 게 정말 싫다.

나에게 질병은 불행이자 걸림돌이었고, 통증은 일상이었다. (중략)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질병을 그 자체로 불행이나 피해로 여기지 않으려 노력한다. 만약 질병과 통증이 그저 불행이라면 나의 삶은 2014년 7월의 진단 이후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아픈 사람인 나의 일상은 정말 불행뿐인가? 그렇지 않다. 나의 삶은 복잡하다. 나는 단지 피해자라고만 하기에 세상으로부터 많은 걸 받았고, 편하게만 산다고 하기에는 많이 불편한 일상을 보낸다
(난치의 상상력, 안희제)

나도 내가 경험하는 ('겪는'이라고 하면 너무 부정적인 의미가 큰 거 같아서 '경험하는'으로 썼다) 질병에 대해 이런 복합적인 마음이다. 없었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이미 있고 앞으로 평생 같이 살아가야 하는데 단순히 끔찍하고 불행과 고통으로만 여기고 싶지 않다. 그러면 평생 불행하고 고통스럽다는 것처럼 보이고 그렇게 될 거 같으니까

나는 이 책을 통해 아픈 사람 한 명의 이야기와 더불어, 아픈 사람으로서 갖게 된 태도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고 싶었다. 특히 낫지 않는 사람으로서 세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고 싶었다. '난치의 상상력'은 그런 의미이다. 아픈 사람들, 특히 나처럼 증상이 많이 줄어들어서 아프다고 하기엔 너무 건강한데, 건강하다고 하기에는 너무 아픈 사람들은...

(난치의 상상력, 안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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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완전 내 이야기.

자가면역질환 중에 그런 특성을 가진 것들이 많은가.. 싶기도 하고.

아프다고 하기에는 당장 아프거나 하지 않을 때도 있어서.

그렇다고 해서 안 아픈 건 아니고 몇개월에 한번씩 대학병원에 정기검진을 가고, 매일 매일 어떨 때는 매순간 신경쓰고 관리하고, 언제 갑자기 아주 크게(생명의 위협까지..ㅠㅠ) 아프게 될지 모르고...

나의 곁에서 아픔을 나누고 서로를 지탱한 아픈 사람들이 이곳에서 위안과 힘을, 무엇보다도 언어라는 무기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책을 계기로 더욱 많은 아픈 사람의 목소리가 세상에 나와서, 건강한 몸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건강 중심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난치의 균열을 내길 바란다. (난치의 상상력, 안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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