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고 해서, 불행한 것만은 아니니까

— ‘난치의 상상력’을 읽고 떠오른 1형당뇨의 일상 (1)

by 단단이

다시 이전처럼 몸에 대한 걱정 없이 살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1형당뇨는 그렇게 ‘되돌릴 수 없음’으로 내 삶에 들어왔다.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 “젊으니까 빨리 나을거야”, “회복되길 기도할게”

이런 말들은 선의와 관심, 따듯한 마음에서 나오지만 오히려 마음을 아프게 한다.


최근에 읽은 안희제 작가의 책 『난치의 상상력』에서는, 이 만성적인 질병, 난치병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만약 질병과 통증이 그저 불행이라면, 나의 삶은 2014년 7월의 진단 이후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 되어버린다.” (안희제/ 난치의 상상력)

이 문장에서 나는 멈춰 섰다. 나도 진단일을 기억하고 있다. 그날 이후의 삶은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졌지만, 내 일상은 단순히 고통이라고만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상은 간단하지는 않다.

혈당 그래프, 탄수화물 계산, 저혈당 공포, 관련해서 드는 비용들, 이런 것들로 차별받지는 않을까… 이런 것들은 내 일상에 너무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지만, 이 경험은 공감 받기는 어렵다. 설명하기도 어렵다.

사람들은 당뇨라고 하면 흔히 2형당뇨를 떠올리고, 주사기를 보면 일단 놀라며, 음식 앞에서는 “그거 먹어도 돼?”라는 말을 습관처럼 던진다.


우리의 삶은 ‘정상 vs 비정상’, ‘건강 vs 질병’으로 흑과 백이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다. 복잡성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낫지 않더라도, 삶은 계속되고, 그 안에는 분명히 웃음도 사랑도 의미도 있다.




만약 질병과 통증이 그저 불행이라면 나의 삶은 2014년 7월의 진단 이후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아픈 사람인 나의 일상은 정말 불행뿐인가? 그렇지 않다. 나의 삶은 복잡하다. 나는 단지 피해자라고만 하기에 세상으로부터 많은 걸 받았고, 편하게만 산다고 하기에는 많이 불편한 일상을 보낸다. - <난치의 상상력>, 안희제 지음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843ab57a6da9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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