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건강을 지키려면 돈이 필요한데..?
1형 당뇨 진단을 받고나서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계속 일할 수 있을까?'였다. 당시 평범한 직장인으로 월-금, 하루 8시간씩 (가끔은 30분-1시간 30분 야근) 일하고 있었는데, 1형 당뇨 때문에 몸무게도 10kg 가량 줄어들고 컨디션도 매우 안 좋은 상태였다. 거기에다가 1형 당뇨에 걸렸고 계속 인슐린도 맞고 운동도 하고 건강하게 먹고 살아야 한다니,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병을 잘 관리하려면, 잘 먹으려면, 잘 자려면 돈이 필요했다. 특히 1형 당뇨병은 약만 먹으면서 관리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소모품 비용이 들어간다. 7일~15일에 한번씩 교체하는 연속 혈당 측정기, 3일에 한번 교체하는 인슐린 펌프 소모품,.. 몇 년에 한번 사는 것이기는 하지만 성인은 인슐린 펌프를 구매하려면 몇 백만원이 든다. 그리고 더 큰 병에 걸릴까, 합병증에 걸릴까 걱정되서 보험도 더 들었다. 그랬더니 한달에 보험비만 몇십만원을 내야 했다. (내고 있다.. / 그러면서도 유병자 보험이라서 혜택은 훨씬 적다ㅠㅠ)
건강하게 살려면 관리를 잘해야 한다 -> 관리를 잘 하기 위해서는 퇴사를 해야 할 것 같다 -> 그런데 의료기기, 의약품, 식비, 쾌적한 생활을 위한 돈이 든다 -> 회사에 다니면 운동하고 건강하게 먹고 잘 쉴 시간이 없어서 건강을 해칠 것 같다.... 라는 생각의 반복이라서 걱정스럽고 고통스러웠다.
당시에 9to 6로 평일에 일하는 건 힘들 것 같다는생각에 다른 진로를 찾고자 퇴사를 했고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다시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하루 8시간 근무 + 1시간 점심 시간 + 출퇴근 2~3시간 + 기본적인 준비(씻고 아침, 점심 식사 등) 2시간을 제외하고 나면 개인 시간은 현저히 적다. 이 시간을 쪼개서 운동도 하고 건강하게 먹고 살기는 참 어렵다.
이런 고민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요즘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조한진희) > 책을 읽고 있는데 공감되는 구절이 넘 많다!!
요즘 생각이 많다.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그 변화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사회가 이렇게 바뀌면 좋겠다. (ChatGPT의 도움을 받아 씀)
1. 건강 기준의 재정의와 다양성 존중
“정상적인 몸”만이 일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해요.
� 건강이란 단일한 상태가 아니라, 다양한 조건 속에서도 기능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하는 개념이어야 해요.
의료적 진단이 곧 '비정상'을 뜻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조건에 따라 ‘기능할 수 있는 상태’로 존중되어야 해요.
2. 유연하고 포용적인 노동 환경
� 탄력 근무제, 재택 근무, 시간제 선택제도 등 다양한 노동 형태가 제도적으로 확산되어야 해요.
병원 진료, 식사, 운동 등의 루틴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일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는 거예요.
� 근로시간 = 성실성이라는 낡은 기준이 아니라, 성과와 기여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해요.
3. 의료비와 보조기기 비용에 대한 공공 지원 강화
1형 당뇨처럼 소모품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은 � 의료기기, 소모품, 식이 조절 등에 지속적인 비용이 들어요.
국가 혹은 사회가 이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해요.
4. 차별 없는 고용 문화 조성
질병을 이유로 채용에서 탈락하거나, 이직에 불이익을 받는 일은 사라져야 해요.
� ‘건강 상태를 밝히는 게 두려운 사회’는 병을 숨기게 만들고, 오히려 관리조차 어렵게 만들어요.
5.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책 설계
정책 결정과정에 만성질환자, 장애인, 정신건강 당사자의 참여를 제도화해야 해요.
"아픈 사람이 필요한 게 뭔지, 그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자"는 생각이 당연해져야 해요.
6. 사회적 연대와 인식 개선
당사자와 시민이 함께 사회적 메시지를 낼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해요.
� "아픈 몸도 일할 수 있다"는 믿음은 개인의 용기만으로는 어렵고,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해요.
✨정리하면
사회는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몸과 조건을 가진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제도, 문화, 노동의 방식까지 모두 조금씩 바뀌어야 해요.
이렇게 되도록 정치에 참여하거나, 목소리를 내고 싶다!!
얼마 전 율아 어린이와 아버지의 걷기 시위 소식을 접했을 때, 나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https://www.hani.co.kr/arti/hanihealth/medical/1200918.html
그런데 망설였다. 내가 아프다는 것을 드러내는 순간, 혹시 취업, 이직, 직장 생활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결국 나서지 못했다.ㅠㅠ
오히려 나는 하루 8시간의 기본 노동 외에, 야근이나 회식을 하고도 다음 날 너끈히 일어나 종일 일할 수 있는 건강을 요구하는 사회가 이상해 보인다. 그런 건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거나 불안해하는 것이 정말 자연스러운 일일까?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조한진희 - 밀리의 서재
어쨌거나 우리는 사실상 아플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살아간다. 그런데도 높은 건강 기준을 요구받는 것을 당연시하거나, 질병이 없는 완벽한 무균질의 몸이 가능하다고 상정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을 자신의 게으름과 관리 부족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질문을 한가득 안은 채 송년회 자리를 일어섰다.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조한진희 - 밀리의 서재
건강하다는 것이 사회 활동에 무리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면, 혈액이나 세포 수치만으로 정의될 수 없을 것이다. 건강하다는 것은 생물학적 실체뿐 아니라 사회적 조건을 포함해 다시 합의되고 정의되어야 하지 않을까?
계단 옆에 휠체어용 경사로가 설치됨으로써 사회적 의식에 변화가 일어났던 것을 떠올려보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삶이 어쩔 수 없는 불운이거나, 활동에 제약받는 것이 필연이 아니라는 사회적 깨달음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즉, 다른 조건을 필요로 하는 특성으로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건강 또한 사회적 조건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고 수용될 수 있으리라 본다.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조한진희 - 밀리의 서재
우리는 선천적으로 약한 몸을 가지고 태어났든 중증 질환으로 취약한 몸이 되었든, 각자 다른 몸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사회가 구성해놓은 이른바 ‘표준 건강’이 자신의 건강 상태여야 한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조한진희 - 밀리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