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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 Aug 07. 2018

관악구 집순이는 동네 여행을 좋아합니다

#샤로수길 #짧은여행 #더운데시원하게

  관악구에 이사 온 지 이제 이 년 되었다. 그때 다니던 회사가 강남에 있었고 앞으로 다닐 회사도 높은 확률로 강남에 있을 것이기에 고른 동네였다. 하지만 이 동네의 진짜 매력은 출퇴근 시간에 있는 게 아니었다. 퇴근 후 편하게 한잔할 수 있는 바, 느긋이 책 읽기 좋은 카페, 슬그머니 구경가기 딱인 동네 서점까지. 당일치기 동네 여행에 이만큼 최적화된 동네로는 이만한 곳이 없다. 퇴직하고 한 달, 낭낭하게 내 시간을 탕진할 수 있는 백수가 되고서야 그걸 알았다. 샤로수길 따라 주욱 늘어졌거나 골목마다 구석구석 숨어있는 힙하고 핫한 가게들은 주말마다 나를 두근거리게 한다. 그리하여 오늘은 동네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아 호다닥 써 보는 내맘대로 동네여행 추천코스들.


▶ 확실하게 내놓을 수 있는 메뉴만 있다, [아망]


사진과 카페의 퀄리티는 비례하지 않습니다


  케이크가 맛있다는 동네 카페를 찾아가다 그 카페가 망한 걸 두 눈으로 확인하고 터덜터덜 돌아오는데 그 길에 '아망'이 있었다. 우리가 카페를 찾은 그 날이 오픈한 지 이틀째라고 하셨다. 사장님께 케이크는 없냐고 여쭤봤더니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확실하게 내놓을 수 있는 것들로 메뉴를 우선 구성했습니다." 하시더라. 멋져...! 사진 속 메뉴는 아이스 라떼, 스트로베리 밀크티. 둘 다 최고. 5천원이 채 되지 않는 음료가 퀄리티는 가격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얼마 전 갔을 땐 "넘넘 맛있는데 이렇게 파시면 너무 저렴한 것 아닌가요?" 여쭤봤더니 "저희는 '끼면 한다'는 생각으로 좋은 재료의 좋은 음료를 저렴하게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셨다. 멋져...!(2) 확실하게 내놓으신 메뉴판 속 음료들을 하나씩 먹어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넓진 않지만 테이블 간격이 넓어 쾌적하다. 심지어 동네 카페치고 보기 드물게 남녀구분 화장실이 내부에 있다. 게다가 깨끗!




▶ 믿고 보는 영화가 있는 동네서점, [관객의 취향]


사진 속 영화는 <사랑의 블랙홀>, 기분 좋아지는 영화였습니다


  사실 동네서점보단 강남이나 광화문 교보문고를 더 좋아한다. 넓은 서점을 돌아다니며 오늘은 어떤 책을 사다가 집에 장식해둘까 신나게 고민하는 게 삶의 낙 중 하나여서다. 하지만 관객의 취향처럼 교보문고가 줄 수 없는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는 동네서점은 대환영! 책은 많지 않아도 '관객의 취향'에서는 주인분이 선정한 좋은 영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 비교하면 작은 프로젝터 화면이지만 기껏해야 노트북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영화들을 다른 사람과 함께 널찍하게 여유롭게 볼 수 있어서 좋다. 블로그, 인스타그램에 매주 영화 상영작을 미리 업로드해 주시는데 명작이 한가득. 함께 다니는 동네여행 파티원이 영화 마니아인데 큐레이션 리스트에 감탄했었다. 이번주 금요일은 맘마미아를 상영하시던데 가보고 싶다.




▶ 구석구석 센스가 돋보이는 [지금의 세상]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블라인드 북, 이걸 풀어보고 나서 주인분의 센스를 알았습니다


  다른 곳은 두 번 이상 방문했었지만 '지금의 세상'은 지난주 주말에 잠깐 다녀온 게 전부다. 하지만 여긴 또 가보게 될 것 같아서 코스로 슬쩍 끼워넣어 본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동작구에 있지만 관악구와 매우 가까워서 우리집 기준으로 버스 한 번이면 너끈히 간다. 아트나인에서 좋은 영화 한 편 보고 슬슬 걸어와 설렁설렁 둘러보기 딱인 작은 동네서점이다. 서점 자체는 아주 작고 책도 한 권씩만 진열되어 있는데 구성이 재미있다. 책마다 주인분이 직접 쓰신 메시지가 들어 있어서 들춰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우측 사진의 블라인드 북이 신의 한 수. 진열된 책이 무난하기에 블라인드 북도 '내가 읽어본 거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신선한 책이 뿅 튀어나와 놀랐다. 제목이며 서문을 보고 '이런 책을 고르는 분이면 큐레이션을 믿을 수 있겠구나' 싶었을 정도. 독서모임이나 늦은 밤 함께 맥주 한잔씩 하는 이벤트도 진행하시는 듯하던데 언젠가 슬쩍 끼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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