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아 Apr 24. 2019

AI 스타트업 마케터가 개발자 웹툰을 그리는 이유

'마케팅 때문이죠!' : 짧은 답변에 숨은 긴 이유를 정리합니다

윤아님! 요즘 주위에서 '개발자 웹툰' 잘 보고 있대요~
근데 그걸 왜 그리나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저는 3년차 콘텐츠 마케터입니다. 우리 옴니어스에 합류한 지 이제 8개월 지났고, 올해 1월부터 <개발자 나라의 문과생> 이라는 회사툰(a.k.a 개발자 웹툰)을 그리고 있어요. 오늘은 그 회사툰 페이스북 페이지가 '좋아요' 1000명을 기록한 날입니다. 1000, 세상에, 천 명이라니! 돈 내고 광고 한 번 집행한 적 없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우리 이야기를 지켜봐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마케터로서 뿌듯하기도 하고요.



  <개발자 나라의 문과생>은 제 업무시간에 짬을 내어 그리는 마케팅 콘텐츠입니다. 잠깐, 오해는 말아주세요! 웹툰 속 모든 에피소드는 회사에서 벌어진 실제 이야기입니다. 과장된 재미를 위해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회사 홍보용으로 핵노잼 에피소드를 짜깁기하는 일은 여태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웹툰 독자분들께서 '이거 광고네ㅉㅉ' 하실 일 없이 재밌게 봐주시는 게 목표이기도 하고요. 마케팅 콘텐츠라는 표현은 '이 웹툰을 왜 그리는지'에 대한 제 이야기를 풀기 위해 꺼냈을 뿐입니다.


  마케팅은 타깃이 명확해야 합니다. 저 같은 콘텐츠 마케터라면 누구나 '이런 타깃에게 이러저러한 메시지를 전하려면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지?' 생각하며 일할 텐데요. 제가 그리는 개발자 웹툰의 주 타깃은 우리 회사 개발자분들, 더 나아가 개발자 분들과 함께 일하는 모든 팀원분들입니다. 물론 그다음은 다른 회사 개발자분들과 그분들의 동료분들이 재밌게 봐주시는 것이고요. 우리 회사 내부 팀원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건 제가 입사할 때부터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습니다.



   

  작년 여름, 새 일자리를 찾아 헤매던 시절 재영님(옴니어스 CEO)을 만났습니다. 처음엔 "절 왜 보자고 하지?" 싶었어요. 그도 그럴 게 옴니어스는 AI 기술로 B2B 서비스를 하는 곳이랬거든요. 저는 AI는커녕 미적분도 배운 적 없는 문과 출신 마케터인 데다 B2C 서비스 마케팅을 주구장창 맡아 왔는걸요. 브랜디드 콘텐츠도 이것저것 만들긴 했지만 업계가 전혀 달랐고요. 저야 그때 '짧은 호흡의 재치 있는 페이스북 광고도 좋지만 긴 호흡의 내용 실한 글을 많이 쓰고 싶어!' 생각하던 시기였으니 기회가 주어진 건 감사했지만... 아무래도 이상하더라고요. 근데 면접 자리에서 재영님이 꺼낸 말은 더 이상했어요.


  "저희 팀에 윤아님이 합류하시게 되면 1호 마케터가 되시는 거예요. 프로덕트 마케팅을 위한 콘텐츠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아직 외부에 공개된 적 없는 저희 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콘텐츠가 필요해요. 우리 팀원 분들 다들 열심히 하시는데 실력까지 갖춘 좋은 분들이거든요. 함께하시게 된다면 우리 회사에서 좋은 팀원들이 멋진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콘텐츠로 알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몇 달 전 이야기라 기억은 희미하지만 '팀원들이 정말 좋다'는 이야기를 할 때 재영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는 게 좋더라고요. AI에 대해 제가 아는 게 없어서 걱정이라고 하니까 '지금 당장 아무것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 나도 이만큼이라도 알게 되는 데 몇 년 걸렸다, 여기 오면 알려주겠다 천천히 같이 공부해 보면 재밌을 거다' 라며 저를 꼬셨고... 네, 그렇게 저는 옴니어스의 유일무이 마케터가 되었습니다.




  여느 스타트업처럼 다양한 일들이 시시각각 벌어지는 옴니어스지만 재영님이 면접 때 거짓말을 하거나 뻥튀기해 말한 건 없었어요. 정말로 좋은 팀원들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열일하고 있었고, 리모트 근무 같은 좋은 제도들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자리 잡아 있었습니다. '어머! 이건 알려야 돼!' 하는 마음으로 블로그, 브런치,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고 이런저런 콘텐츠를 만들어 채널마다 날랐죠. 프로덕트 마케팅 콘텐츠도 만들고, 팀 소개 콘텐츠도 만들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그렇게 콘낳괴 콘낳괴 콘텐츠가 낳은 괴물이 되어가고...?!


  개중에선 기대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콘텐츠도 있었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했는데도 미미한 반응이었던 콘텐츠도 있었습니다. 재영님 준철님(CTO) 포함, 리서치팀 모든 분들께서 AI가 뭔지 친절하게 알려주신 덕에 <문과생이 털어보는 AI 이야기> 시리즈를 쓴 게 제일 기억에 남는데요. 재밌게 쓴다고 썼는데 생각만큼 흥하진 않아 '음, 아예 어려운 내용 없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콘텐츠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까?' 하고 시도한 게 웹툰이었네요.


  앞으로 옴니어스에선 다양한 프로덕트가 출시될 겁니다. 바빠지면 지금처럼 일주일에 몇 개씩 웹툰이 올라가는 건 어려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흐지부지 그만두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더 재밌는 시도도 많이 해보고 싶고, 좋은 팀원들이 더 많이 웃는 것도 보고 싶어요. 다양한 타깃을 위한 콘텐츠를 계속 만들겠지만, 가장 중요한 타깃을 놓치면 안 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요!


개발자 유머도 더 연마해야겠어요 호호호! :)


매거진의 이전글 망하는 콘텐츠 전조증상, 제작 때 미리 알고 예방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