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주 한 잔

시 나부랭이#9

by 타로김쌤

술 한잔을 쪼르르 따르고 보니

벌써 한 병이 비워졌다.

술을 싫어하는데,

그래서 10년이 넘도록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오늘은 벌써 술이 끝나버렸다.


술이란 건 쓰다.

쓴 게 싫어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

헌데 오늘은 왠지 술이 달다.


술은

사람의 감정인가 보다.

번뇌가 자리 잡은 사람에게

더없이 달콤한 유혹이다.


술은

내면의 진실인가 보다.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유일한 하소연의 통로다.


술 한잔을 쪼르르 따르고 보니

벌써 한 병이 비워졌다.

앞으로도 술은 싫어할 테지만,

또다시 십 년이 넘게 술을 마시지 않을 테지만,

오늘 하루는 취기로 넘겨버리련다.


술이란 건 쓰다.

누군가는 인생과도 같아서 쓴 것이라 하고

누군가는 인생과도 같아서 단 것이라 한다.


술은

나인가 보다.

지칠 때 더욱 달콤한 유혹이 된다.


술은

너인가 보다.

힘들수록 각인되어 그리움을 노래한다.


언제 다시 채우게 될지 모를 술잔을 비우며

눈물인지 삶인지 모를

하루를 마감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삶의 물음표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