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을 쪼르르 따르고 보니
벌써 한 병이 비워졌다.
술을 싫어하는데,
그래서 10년이 넘도록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오늘은 벌써 술이 끝나버렸다.
술이란 건 쓰다.
쓴 게 싫어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
헌데 오늘은 왠지 술이 달다.
술은
사람의 감정인가 보다.
번뇌가 자리 잡은 사람에게
더없이 달콤한 유혹이다.
술은
내면의 진실인가 보다.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유일한 하소연의 통로다.
술 한잔을 쪼르르 따르고 보니
벌써 한 병이 비워졌다.
앞으로도 술은 싫어할 테지만,
또다시 십 년이 넘게 술을 마시지 않을 테지만,
오늘 하루는 취기로 넘겨버리련다.
술이란 건 쓰다.
누군가는 인생과도 같아서 쓴 것이라 하고
누군가는 인생과도 같아서 단 것이라 한다.
술은
나인가 보다.
지칠 때 더욱 달콤한 유혹이 된다.
술은
너인가 보다.
힘들수록 각인되어 그리움을 노래한다.
언제 다시 채우게 될지 모를 술잔을 비우며
눈물인지 삶인지 모를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