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덱(카드)을 섞어 쓰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리더 중에 하나이다. 그럼에도 가끔 더블덱 배열을 꺼내야 할 때가 있다. 본인의 생각과 타인의 시선이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을 때. 얼마나 큰 간격의 차이가 있는 것인지 질문자 본인조차 느끼지 못할 때가 바로 그때이다.
아주 오래간만에 꺼내본 더블덱 배열 속에서 업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 일지를 생각해 보았다.
업이란 것은 참 다양하다. 직업도 업이고 사업도 업이다. 업이란 것은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삶의 무게이기도 하며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이번 질문자의 업은 직업이었다. 자신의 업 속에서 위치를 잡기 힘들어하는 고민하는 젊은 인생이었으나 업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몇 개월 후 자신의 업을 포기하고 싶어 질 시기가 올 것임을, 그리고 그런 시기를 잘 헤쳐나가야 할 것임을 이야기해 주었던 젊은 청년의 재방문이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업의 상사가 기대하는 것이 더 크다고 제시된 상황. 본인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보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고민스러운 상황이었다. 왜 자신을 이 팀에 데리고 왔으며, 데리고 온 후의 반응들은 왜 그런 것인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젊은 청춘은 당황하고 있었다.
업은 무엇을 요구하는 것일까? 사람을 잘 따르는 싹싹함이 필요한 것인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날카로움을 요구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쿨함을 요구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정답은 무엇일까?
업.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이 것은 사실 모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때로는 싹싹한 신입사원을, 때로는 과감한 패기를, 그리고 때로는 과오를 인정하는 용기를 요구하고 있다. 아직은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이에게 다소 벅차고 복잡한 다중생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질문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성인이 되고 나면 자신의 업에 책임이라는 것이 부여되기 마련이다. 이 책임을 짊어질 수 있는 때부터 우리는 성인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청소년을 지나 청년이 되고부터 성인이라는 타이틀이 생기는 것은 결국 자신의 업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때로는 벅차기도 하고 때로는 지치기도 할 것이다. 힘들 때가 기쁠 때보다 더 많아지는 시기가 바로 업을 감당해야 하는 시기다.
리더로서 그 업을 책임져야 한다는 소리를 전해주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때로는 능력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업이라는 것의 특징을 너무도 깊게 느껴버린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 나가야 할 방향을 알려줘야 하는 것도 리더의 책임이다. 질문자의 업도 업이지만 리더라는 자리를 업으로 삼은 사람의 책임도 업이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업때문에 때론 지치고 때론 힘들고 또 때론 괴로운 사람이 있는가? 리더의 업을 지고 타인과 공감하는 사람의 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렇다.
업은 당신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고 그중 가장 크게 요구하는 것은 바로 책임이라는 것이다.
당신의 업은 당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하늘에서 주어진 사명 같은 것이 아니라 당신의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선택의 결과를 책임질 수 있기에 당신은 성인인 것이고, 업이 요구하는 것은 당신 선택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시선은 모습은 모두 다르지만 모두가 짊어져야 할 '업'이라는 것에 대한 고찰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