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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로김쌤 Dec 20. 2020

꿈인 걸까 현실인 걸까..

공황발작, 아직 극복하지 못했어 #5

가위가 가위 인지도 몰랐다.

난 가위를 자주 눌리는 편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내가 경험하던 현상이 가위라는 것을 최근에 들어서야  알았다.

한때는 이런 증상을 신기해하기도 하고 나름 즐겨보기도 했다. 무엇인가가 짓누르고 움직이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일반적인 가위가 아니었기에 가위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마치 유체이탈처럼 내 몸이 떠오르고 떠올라서 천장까지 밀어내는듯한 느낌. 생각보다 그런 현상의 가위를 경험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가위에서 공황발작이 일어났다.

이전까지 겪었던 가위와 조금 달랐다. 가위를 눌리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 내 몸이 천장까지 떠올라 아래에서 밀어 올리는 것을 넘어서 나를 끌고 집안 여기저기를 누군가가 끌고 다녔다. 움직일 수는 없지만 거울 앞을 지날 때 힐끔 쳐다보니 누군가가 나를 끌고 다니고 있었다. 히히 거리는 웃음소리도 들렸다.

난 가위를 눌리며 처음으로 무서움이라는 것을 느꼈고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겨우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당연한 일일 테지만 그건 꿈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곧 다시 잠을 청했다. 잠에 들자마자 가위가 찾아왔다. 그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가위에서 벗어나 다시 잠을 청하니 바로 가위가 다시 찾아오다니.

이런 당황스러운 순간에 발작이 일어났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알 수 없는 공포감에 소리를 지르고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는 공황 발작 증상 그대로였다. 약을 먹어야 하는데 움직일 수가 없다. 나는 분명 소리치며 울고 있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 곁에 있던 와이프도 아들도 알아채지 못했다.

약을 먹어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약을 꺼내려 발버둥을 치다 가위에서 풀려났다. 역시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꿈이었을 뿐이니..

다시 잠을 청해도 되는 걸까?


고민을 하다 약을 먹었다. 꿈속에서의 발작이었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실에서도 끔찍하고 무서운 상황을 꿈에서까지 겪는다니.. 잠을 자는 것도 무서웠다.

다시 꿈에서 공황발작이 일어났다

이후 얼마간은 가위가 찾아오지는 않았다. 역시나 문제는 현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나와야 하는 정산이 나오질 못하고 그로 인해 부모님께 약속한 날짜에 빌린 돈을 드리지 못했다.

짜증 섞인 목소리의 어머니의 말투와 전화를 끊으며 들려오는 한 마디가 가슴에 비수로 날아와 박혔다.

돈을 쉽게 벌려고 하니..


살기 위해 참 많은 일을 한다. 한복도 만들고 쇼핑몰도 운영하고 애기들 수학 선생님도 하고 어른들 타로 강의도 하고 심지어 기업 홈페이지까지 제작하고 있다. 난 정말 돈을 쉽게 벌려고 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못한다. 누군가를 대면하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을 먹고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 내 노력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일까?

또다시 꿈을 꾸었다. 정작 통화할 때는 말하지 못했던 말들이 꿈속에서 어머니에게 쏟아져 나왔다.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이 현장 일을 나가고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으면서 일을 도와드렸다. 그때 빚쟁이가 돈을 받겠다고 찾아와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장 일은 늦어졌고, 가게 문을 닫고 들어가란 소리에 문을 닫는데 오히려 빚을 받으러 온 아저씨가 문을 닫는 것을 도와주셨다.

그때 부모님은 돈을 편하게 벌어서 아들을 빚쟁이와 하루 종일 있도록 만들었느냐고..

중학교 시절 부모님의 사업이 힘들어져서 집으로 빚쟁이가 찾아왔다. 아무도 없이 홀로 있는 집에서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어른들을 대하는 중학생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했을까?

도망치듯 더욱 시골로 이사를 가면서 또다시 빚쟁이들이 찾을까 전입 신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았던 그때.. 그때 부모님은 편히 돈 벌려고 하던 거였냐고 소리를 쳤다. 꿈이지만 너무 서러웠고, 돈 때문에 장래 희망조차 바꿔야 했던 그 시기가 너무 속상했다.

그리고 그 꿈에서 생각지도 못한 공황 발작이 일어나버렸다. 꿈에서였지만 절규하듯 쏟아내며 눈물이 흘렀고 곧 미친듯한 떨림과 공포감이 밀려왔다.

꿈속에서 일어난 두 번째 공황 발작. 현실에서는 곁에 누군가가 있어도 알 수 없는 혼자만의 공포.

그렇게 꿈에서 깨어나니 몸부림친 흔적조차 남지 않은 잠자리.


나의 공황 발작은 꿈인 것일까 현실인 것일까.. 이제 잠자는 것조차도 무서운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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