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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Nov 08. 2017

주거지-도심의 거리, 출퇴근 시간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

장거리 통근으로 얻는 이득이 없는데도 통근시간을 줄이려고 하지 않는 이유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삶이 각자 기준에 따라 다르듯, 행복의 정의도 사람마다 다르다.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행복의 정의는 없다. 사람들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여러 가지 결정을 한다. 거주지의 결정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도시에 산다. 도심의 낡고 좁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있고 교외지역의 넓고 새로 지은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도 있다. 도시는 사람들이 교류하는 방식과 삶의 속도를 바꿔놓았다.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보다 이동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그래서 복잡하고 집값이 비싼 도시를 떠나 교외지역으로 이사하는 사람이 많다.


주거지와 도심의 거리, 매일 이동하는 거리는 사람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통근시간이 길수록 이웃주민과 친해질 확률은 낮다. 이웃주민뿐만 아니라 친구와 만나는 횟수도 줄어든다. 도시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친구와 한 번 만나는 비용은 증가한다. 멀리 떨어진 친구와 만나려면 더 많은 휘발유를 써야 하고 더 오랜 시간을 길에서 낭비해야 한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친구들과 자주 만나기도 어렵고 친하게 지내는 건 더 어렵다.


미국 갤럽과 건강단체 헬스웨이가 조사한 행복지수(Well-Being Index)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행복과 여가시간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다. 가족, 친구, 이웃과 어울리는 주민이 많은 지역일수록 행복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고, 스트레스와 걱정이 많다고 답한 비율이 낮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특별할 게 없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교 시간이다. 사교 시간이 길수록 행복 곡선은 상승했다.


여가시간은 자녀교육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자녀들을 교육시키려고 교외지역으로 이사하지만 통근시간이 길어진 부모가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자녀의 인생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나타난다. 아이들이 부모와 밀착할 때 느끼는 마음의 평온이 부족한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식사하는 아이들과 비교해서 학교 성적도 좋지 않고 정서적인 문제도 더 많이 겪는다. 

장거리 통근의 고통을 상쇄할 만큼의 생활수준 향상, 주거의 쾌적함이 없어도 장거리 통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것을 ‘통근 패러독스’라고 한다.
많은 미국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자녀를 키우고자, 긴 통근시간을 감수하고 교외지역으로 이사한다. 불행히도 도심과 멀리 떨어진 한적한 교외지역은 한때 미국인들이 믿었던 것만큼 아이들을 키우기에 이상적인 장소가 못된다. 교외지역의 환경은 아이들을 방황하게 한다. 그뿐 아니라 교외지역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가 부유할지라도, 도심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사회적·정서적 문제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니야 루터 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 교수는 미국 북동부의 부유한 교외지역에 사는 청소년들을 연구한 결과, 각종 공공서비스를 이용하고 부모에게 보살핌을 받는 청소년일지라도 이들은 도심에서 갖가지 환경적·사회적 문제에 노출된 채로 자란 청소년들보다 훨씬 불안하고 우울한 정서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찰스 몽고메리 지음, 윤태경 옮김,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미디어윌, 2014), 98쪽


통근 시간이 길어진 교외의 거주환경은 부모들의 생활만족도를 떨어트리고 자녀에게도 나쁜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통근자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교외지역에서 사는 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교외지역은 도시보다 큰 집을 싸게 구할 수 있다. 더 넓고 좋은 집이 장거리 통근의 고통을 상쇄한다고 믿기 때문에 장거리 통근을 선택하는 것이다.


장거리 통근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장거리 통근의 고통을 상쇄할 만큼의 생활수준 향상, 주거의 쾌적함이 없어도 장거리 통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것을 ‘통근 패러독스’라고 한다. 장거리 통근으로 얻는 이득이 없는데도, 생활만족도가 떨어지는데도 통근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유는 긴 통근 시간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 교수는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라는 책에서 “더 큰 집에 살게 된 기쁨에 적응하는 것이 장거리 통근하는 불편에 적응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라고 했다. 

무분별한 도시화로 문제가 발생하자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교외지역으로 도시를 확장하는 정책을 행복한 도시, 지속 가능한 도시(sustainable city)를 만드는 정책으로 바꾸고 있다. 지속 가능한 도시는 과거의 도시보다 건강하고 삶의 질이 높고, 사람들을 가깝게 하는 특징이 있다. 지속 가능한 도시는 효율적인 교통수단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보상하고 이웃과 관계를 회복하여 생활만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며 발전해 나가고 있다.




참고문헌

찰스 몽고메리 지음, 윤태경 옮김,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미디어윌, 2014), 98쪽
정경수 지음, 
《생활밀착형 미래지식 100》, (큰그림, 2017), 118~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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