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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Mar 16. 2018

결정된 것과 불확실한 것 구분하기

과거의 기준으로만 미래를 예측한다면 그 결과는 계속 수정해야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미국의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가 1977년 출판한 책의 제목이다. BBC에서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TV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작성한 원고에 내용을 추가하여 책으로 출간했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이 책에서 현대를 ‘사회를 주도하는 지도원리가 사라진 불확실한 시대’라고 규정했다. 과거에는 시대마다 확신을 주는 지도원리가 있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마르크스의 ‘ 자본주의 붕괴론’이 판단의 근거가 되었던 시기가 있었고 그 뒤에는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이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는 지도원리였다. 현대는 확신에 찬 경제학자도, 자본가도, 사회주의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진리라고 여겨왔던 많은 것들과 합리성과 이성에 근거한 담론 체계도 의심스럽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시대다.


이미 40년 전부터 현대 사회의 특성을 ‘불확실성’이라고 규정했다.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표현은 경제나 사회 등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의 영역으로 확장되어 다국적 기업, 세계적인 거대도시, 핵문제, 빈곤문제 등을 다룰 때 사용한다.


인구의 변화나 자원의 고갈, 심각한 교통체증, 환경문제는 이미 결정된 것이다. 하지만 인구 구조가 변한다는 사실만으로 생산연령 인구의 변화까지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미래를 예측할 때 이미 결정된 것과 불확실한 것에 대한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이미 결정된 것은 어떤 노력을 해도 바꿀 수 없다. 인구의 변화나 자원의 고갈, 심각한 교통체증, 환경문제는 이미 결정된 것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도 이미 결정된 요소다. 이미 결정된 요소는 미래에 일어날 사건에 좌우되지 않는다.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요소는 무엇일까? 1970년대에 미래학자들은 1990년대에 석유 매장량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구물리학자 킹 허버트는 1966년과 1970년 사이에 미국의 석유 생산량을 추정하기 위해 피크오일 모델을 고안했다. 피크오일 모델이 나올 당시에 피크오일 시점은 1970년 전후였으며 그 이후에는 석유 매장량이 계속 줄어들어서 35년 후에는 석유자원이 고갈된다고 했다. 피크오일 시점에 세계는 두 번의 오일쇼크를 겪었다. 1950년대에 예측한 2010년 이후의 미래는 석유자원이 고갈된 시대였다. 하지만 이 모델은 불확실성을 간과했기 때문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BP에서 1951년부터 발표한 전 세계 에너지 시장 전반에 대한 자료에는 전 세계 석유 확인 매장량은 1조 7000억 배럴이며 예상 소비 기간은 약 49년으로 분석되어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하루 동안 소비하는 석유는 9,501만 배럴로 앞으로 49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 BP는 최근 30년 동안 석유 확인 매장량이 연평균 2.5퍼센트씩 늘었다고 분석했다. 매년 석유 확인 매장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석유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내겠지만 사람들은 에너지 소비패턴을 바꾸고 있으며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를 개발하고 있다. 이런 변화로 인해서 1956년에 고안한 피크오일 모델은 계속 수정되고 있다.


인구통계도 마찬가지다. 10년 후에 우리나라의 10대 인구가 어느 정도 변화할 것인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미 태어났기 때문이다. 고령화 저출산으로 인해서 인구 구조가 변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구가 변한다는 사실만으로 생산연령 인구의 변화까지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일을 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이민자도 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언제까지 일을 할 것인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과거에 정해놓은 기준으로만 미래를 예측한다면 그 결과는 틀린 예측으로 판명되거나 계속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정경수 엮고 씀, 《생활밀착형 미래지식 100》 (큰그림, 2016), 173~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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