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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Mar 23. 2018

이익이 없어도 계속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이유는?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구분이 사라진다

구텐베르크가 활자를 발명한 이후에 인쇄업자들은 새로운 작품을 많이 인쇄하기 시작했다. 성경이나 아리스토텔리스의 작품을 복제하는 인쇄업자는 사람들이 그 책을 사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책을 찍어내는 인쇄업자는 책이 팔리지 않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활자의 발명으로 인해서 인쇄업자는 책이 팔리지 않는 위험을 출판업자에게 넘기게 되었다.


활자가 발명되기 이전에 나온 책들은 변하지 않는 진리를 보여주는 내용으로 대부분 수백 년 전에 만들어졌다. 구텐베르크가 활자를 발명한 뒤에 대량 인쇄가 가능해지자 사람들은 한번 보고 버리는 선정적 소설과 단조로운 여행기, 상류층 인물을 미화한 전기 등의 책이 늘어났다.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양의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책 속에 정보들이 모두 정확한 건 아니다. 출판의 자유가 늘어날수록 책의 평균적인 질은 하락하고 있다. 요즘은 일반인들도 출판을 하기 쉬운 구조가 되다 보니 출판되는 책 중에는 일반적인 내용이 많다. 


출판은 이전에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허락하는 사람은 바로 출판업자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출판업자는 지금도 여전히 작품을 선택하고 편집하고 마케팅을 하는 등 많은 기능을 담당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개인적인 글쓰기와 공적 글쓰기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이 아니다.
이전에는 ‘기성 작가’라 해도 자신의 작품을 출판하는 일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었다.
publicity(지명도, 홍보), publicize(발표하다) , publish(출판하다) , publication(출판, 발행), publicist(홍보 담당자), publisher(출판업자). 이 단어들은 모두 뭔가를 공적인 것으로 만드는 행동을 핵심 개념으로 삼고 있다. 그런 일은 역사적으로 어렵고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클레이 셔키 지음, 이충호 옮김, 《많아지면 달라진다》, (갤리온, 2011), 68쪽


출판이 아주 어렵던 시절에는 책 한 권 내는 게 아주 진지한 행위였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책은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었고 여러 사람이 출판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수용하여 과거의 형식에서 탈피한 책들도 많이 출간되고 있다. 


전문 작가나 학자가 아니라도 저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아마추어가 콘텐츠의 생산자가 된 것이다. 과거에는 책을 쓰는 사람들은 전문가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한 가지 더 바뀐 게 있다. 과거에 책을 쓴 전문가들은 글을 쓰고 저작료를 받았다. 전통적인 미디어 세계에서는 콘텐츠를 제공한 사람에게 대가를 지불했지만 아마추어들이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지금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제공한 사람이 대가를 받는 게 아니라 플랫폼을 소유한 사람이 대가를 받는다.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들은 대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콘텐츠를 등록한 대가가 아니라 광고로 발생한 수익을 플랫폼 운영자와 분배한다.


 과거에 책을 쓴 전문가들은 글을 쓰고 저작료를 받았다. 지금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제공한 사람이 대가를 받는 게 아니라 플랫폼을 소유한 사람이 대가를 받는다.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등록한 사람들은 대가를 받지 못해도 크게 분노하지 않는다. 사진과 비디오, 글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IT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카는 ‘디지털 셰어크로핑(digital sharecropping)’이라고 했다.
셰어크로핑은 남북 전쟁 이후 미국 남부 지방의 소작 제도다. 소작농이 토지와 생산 수단을 지주에게 빌려서 농작물을 생산하여 지주와 일정 비율로 분배하는 제도다. 디지털 셰어크로핑은 플랫폼 운영자가 이익을 얻고 콘텐츠 제공자는 그 이익에서 일정 부분을 분배한다. 아마추어 콘텐츠 제공자는 이익을 얻지 못해도 계속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한다. 왜냐하면 아마추어 콘텐츠 제공자는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동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는 전문가와 비교해서 하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아마추어는 대가와 상관없이 즐겁게 일한다. 아마추어가 만드는 콘텐츠는 전문가가 만드는 콘텐츠와 다르다. 과거에는 전문가의 콘텐츠가 아마추어의 콘텐츠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아마추어가 만들고 대가 없이 공유한 콘텐츠가 더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높게 평가된다. 미래에는 아마추어들이 특별한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고 공유하게 되고 아마추어가 만든 콘텐츠를 더 가치 있게 평가할 것이다.



참고문헌

클레이 셔키 지음, 이충호 옮김, 《많아지면 달라진다》, (갤리온, 2011), 68쪽

정경수 엮고 씀, 《생활밀착형 미래지식 100》, (큰그림, 2017), 67~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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