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이 떠오를 때를 기다리지 말라.” - 척 클로스
‘영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에디슨이다.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노력하면 천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말은 에디슨을 인터뷰를 했던 기자가 오역한 것으로 밝혀졌다. 에디슨은 인터뷰에서 “1퍼센트의 영감이 없다면 99퍼센트의 노력은 소용이 없다.”라는 뜻으로 이야기했는데 기자는 ‘99퍼센트의 노력’에 초점을 맞춰서 기사를 썼다.
에디슨은 영감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지만 기사를 본 사람들은 99퍼센트의 노력이 천재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전구를 발명한 것은 에디슨이 맞지만 전구에 대한 영감, 즉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에디슨이 아니라 에디슨의 ‘기획자 동맹(mastermind alliance)’이다. 기획자 동맹은 6주마다 1개씩 작은 발명품을 내놓았다. 주요 발명품은 6개월마다 1개씩 내놓았다. 그렇게 해서 6년 정도 지난 후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발명품을 만들었다.
믹 유클레야, 로버트 L. 로버 지음, 김화곤 옮김,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가》, (사공, 2012), 351쪽
에디슨은 스쳐 지나가는 영감을 잡기 위해서 떠오르는 생각을 노트에 기록했다. 더 많은 사람들의 기발한 생각을 모으면 영감도 늘어날 것이라고 믿은 에디슨은 기획자 동맹을 만들었다. 누구나 기발한 생각을 하지만 빠르게 스쳐 지나가서 그 생각이 좋았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영감은 떠올랐다고 느끼기도 전에 금방 사라진다. 아마도 에디슨은 영감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영감이 떠오른 순간에 그 영감을 붙잡기 위해서 언제나 메모할 준비를 하라는 조언을 남겼다.
세스 고딘은 스쳐가는 생각을 하루살이의 목숨에 비유했다. 특히 좋은 생각은 찾아왔다가 금방 사라지고 조금만 지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일주일, 한 달 후에는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출판기획자 경력을 가진 세스 고딘은 영감이 떠오르면 영감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로막지 않는다. 그는 샤워할 때, 운전할 때, 어떤 순간이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아이디어가 떠오른 시간과 장소까지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스쳐가는 생각을 다시 기억나게 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쳐가는 생각을 글로 기록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영감을 받으면 다른 어떤 일보다 영감을 붙잡기 위해 집중한다. 영감을 붙잡는 일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어떻게든 결과를 만든다. 세스 고딘은 영감을 붙잡는 유일한 해법은 영감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견뎌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말한 유일한 해법은 영감이 떠오른 일을 당장 시작해서 끝내는 것이다.
영감이 떠올랐다가 스쳐 지나가듯 사라지는 이유는 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식과 상관없이 갑자기 생각이 나거나 아이디어가 번쩍 떠오른다면 그것이 바로 영감이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서 의식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는 안타깝지만 놀랄만한 아이디어가 아닌 경우가 많다.
발상의 원천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 어딘가에 있다. 무의식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는 의식 영역으로 잠깐 나왔다가 사라진다. 그래서 좋은 생각은 스쳐 지나간다고 말한다.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잠깐 넘어온 생각을 붙잡으려면 아이디어가 계속 떠오를 수 있게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세스 고딘이 아이디어가 떠오른 장소와 시간까지 기억한 것도 의식적으로 세상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혹시 아이디어가 기억에서 사라지려고 하면 장소와 시간을 기억해내서 사라지는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하려고 그랬을 것이다. 에디슨과 세스 고딘은 스쳐가듯 떠오른 영감을 붙잡기 위해 습관적으로 메모하고 영감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나중으로 미루고 영감에 집중했다.
이와 다른 방법으로 영감을 붙잡는 사람도 있다. 사람 얼굴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기법을 개발한 화가 척 클로스는 “영감이 떠오를 때를 기다리지 말라.”라고 했다. 좋은 아이디어는 모두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서 작품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하는 작가들이 많은데, 척 클로스의 말대로라면 작품을 만들지 않아서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기획자는 기발한 생각을 붙잡기 위해서 반드시 메모를 해야 한다. 작업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도 맞는 말이다.
기획서 작성에 익숙하지 않은 직장인은 어떻게 하면 기획서를 잘 쓸 수 있냐고 묻는다. 나는 척 클로스의 생각에 동의한다. 일단 기획서를 쓰기 시작하면 아이디어가 나온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일단 가제목을 쓴다. 그런 다음 생각나는 문장과 키워드를 적는다. 생각나는 것을 쓰면 좋은 생각, 그저 그런 생각, 어쨌든 생각이 떠오른다.
출처
정경수 지음, 《아이디어 기획서 최소원칙》, (큰그림, 2019), 24~27쪽
참고문헌
믹 유클레야, 로버트 L. 로버 지음, 김화곤 옮김,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가》, (사공, 2012), 3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