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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Jun 12. 2019

장작불과 아이디어 그리고 의지력

“영감은 작업하기 전이 아니라 작업하는 중에 생겨난다.”

어제는 대전대학교에서 기획력 향상 실무 교육을 했습니다.

이번 주까지 처리할 일이 많아서 대전 구경은 하나도 못하고 교육 끝나고 바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골목식당 프로그램에 나온 청년구단도 차 타고 쓱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대전대학교 스쳐가듯 둘러봤는데 건물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역시나 건축가 승효상 님이 지었다고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와 드라마 촬영도 여러 번 했다고 합니다.



남아공 출신 컨설턴트 트레마인 뒤프리즈는 사고에 관한 연구와 이론을 쉽게 풀어서 몇 권의 책을 썼다. 남아공 출신, 큰 키의 블론디 헤어의 여성으로, 영화배우 샤를리즈 테론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경영자들에게 문제 해결과 의사결정 코칭을 하는 트레마인 뒤프리즈는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는 과정을 장작에 불을 붙이는 데 비유해서 설명했다. 그녀가 세계 유수의 기업 경영자들에게 코칭을 하는 이유가 이런 비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장작불을 피우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통나무를 던져놓고 불을 붙이면 바로 통나무에 불이 붙지 않는다. (기름을 뿌리거나 가스 토치를 이용하는 건 반칙이다.) 캠핑장에서 기름을 뿌리고 가스 토치로 불을 붙이는 걸 생각하고 뭐가 어렵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어서 괄호 안에 조건을 넣었다. 장작에 쉽게 불을 붙이는 기름과 가스토치, 인생에도 이런 도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에는 그런 도구들을 사용할 수 없다.   


각설하고, 장작불을 피우는 얘기로 돌아와서,  

큰 장작에 불을 붙이려면 먼저 바람이 통하도록 장작 사이에 적당한 공간을 두어 쌓고 불이 쉽게 붙는 잔가지를 장작 사이에 끼운다. 잔가지에 불을 붙이고 불이 잘 붙도록 부채질하면 잔가지의 불은 서서 히 큰 장작으로 옮겨붙는다.


창의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생각해내기 위해서 종이에 이것저것 써보는 메모는 잔가지에 불을 붙이는 과정이다. 생각나는 대로 종이에 계속 쓰면 잔가지에 붙은 불은 아주 천천히 큰 장으로 옮겨 붙는다.  

여기서 잔가지의 불꽃이 영감이다. 불꽃이 통나무에 잘 옮겨 붙게 하려면, 영감을 아이디어로 만들려면 메모한 내용을 옮겨 적으며 인수 분해하듯 공통분모를 뽑아내야 한다. 머릿속에 생각을 종이에 쓰면서 차근차근 아이디어를 만들면, 잔가지의 불이 굵은 통나무에 옮겨 붙는 것처럼, 아이디어의 큰 줄기가 완성된다.


러시아 화가 레핀은 ‘영감은 각고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했다. 영감은 아이디어를 찾는 지루한 과정에서 새로운 형상과 개념, 생각이 갑자기 나타나는 심리상태다. 아무런 노력도 안 하는 데 갑자기 번쩍하고 영감이 떠오르는 일은 없다.

마틴 셀리그만 외 지음, 유진상 옮김, 《심리학의 즐거움2》, (휘닉스, 2008), 283쪽


영감은 의식과 무의식, 잠재의식 사이에서 갑자기 나온다.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이 찾아오지 않는다.


영감은 의식과 무의식, 잠재의식 사이에서 갑자기 나온다.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이 찾아오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거슬러 올라가면 영감이 떠오른 시작점을 찾을 수 있다. 기쁜 소식은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을 제어할 수는 없지만 노력하면 깊은 생각,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깊은 생각, 많은 아이디어를 내려면 발상법을 이용하면 된다. 발상법은 오스본의 체크리스트, 형태 분석법, 마인드맵, 5W1H, 5M 발상법 등이 있다.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된 방법론이므로 믿고 실행해도 좋다.   


의지력도 장작에 불을 붙이는 데 비유해서 설명한다.  

장작에 불을 붙일 때 불쏘시개에 불을 붙이고 잔가지에 옮겨 붙게 한다. 잔가지들이 타기 시작하면 그때 큰 장작을 올려놓고 부채질을 한다. 불쏘시개에 불을 붙이고 바로 큰 장작을 올리면 불은 꺼진다. 잔가지에 불이 충분히 옮겨 붙지 않았을 때 큰 장작을 올려도 불은 꺼진다.


장작에 불을 붙이는 것을 의지력에 비유해서 설명하면 이렇다.

의지력을 계량해서 나타낼 수는 없지만, 현재 내가 가진 의지력 100이면 의지력 100으로 불을 붙일 수 있는 땔감을 올려야 한다. 작심삼일, 며칠 못 가서 계획을 흐지부지하는 사람들은 의지력을 탓한다.

의지력이 약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의지력이 100인데 의지력 500으로 태울 수 있는 땔감을 올리기 때문이다.

불쏘시기에 불이 붙기도 전에 큰 장작을 올리는 것과 같다. 의지력이 약한 사람도 일생일대에 위기에 처하면 갑자기 1,000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1,000까지 타오른 불꽃은 너무 순간적이어서 장작에 불을 붙일 수 없다. 여기서 장작은 ‘목표’다. 불쏘시개, 잔가지, 큰 장작에 불을 옮겨 붙이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이다.

처음부터 너무 거창한 목표를 이루려고 모든 걸 불태우면, 의지력은 금방 소진된다. 의지력은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내지만 그 힘을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속근(速筋, 짧은 시간에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근육)이다. 의지력은 한순간 높은 출력을 내지만 오래 지속하지는 못한다. 의지력과 지구력을 동시에 발현하기는 어렵다.

 

미네소타대학의 캐슬린 보스 교수는 2009년 건강 의료 매체 <프리벤션>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의지력은 자동차에 채워둔 기름과 같다. 구미가 당기는 것에 저항할 때마다 의지력의 일부를 사용하게 되어 있다. 더 세게 저항할수록 의지력을 담은 기름통은 점점 줄어들고, 결국 기름은 완전히 떨어진다.”
사람들은 한정된 자원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의지력이 그러한 자원이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 그래서 의지력이 무한정 공급되는 것처럼 행동한다. 의지력을 음식이나 잠처럼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게 관리해야 할 자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정작 의지력이 필요한 순간에 의지력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기도 한다.

게리 켈러·제이 파파산 지음, 구세희 옮김, 《원씽 The One Thing》, (비즈니스북스, 2013), 89쪽


의지력이 스마트폰의 남은 배터리 양처럼 표시되면 좋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서 자기가 얼마나 의지력을 썼고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다. 반가운 소식은 의지력은 훈련을 통해서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을 지휘한 고든 리디는 촛불에 손을 갖다 대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의지력을 키웠다고 한다. 이것보다 실행하기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매일매일 하기 싫다고 느끼는 일을 한 가지씩 하는 것”이다.

‘싫어하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기’처럼 하기 너무 하기 싫은 일을 매일 실천하면 싫어하는 일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도록 하는 뇌 부위에 물리적인 변화를 일어난다. 하기 싫은 일도 계속하면 습관이 되고 동시에 의지력도 키워준다.



출처

정경수 지음, 《아이디어 기획서 최소원칙》, (큰그림, 2019), 29~31쪽

참고문헌

마틴 셀리그만 외 지음, 유진상 옮김, 《심리학의 즐거움2》, (휘닉스, 2008), 283쪽

게리 켈러·제이 파파산 지음, 구세희 옮김, 《원씽 The One Thing》, (비즈니스북스, 2013),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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