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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Feb 12. 2020

전통적인 일정관리는 아직도 효과가 있다

100년 전에 만든 시간관리 방법론, 여전히 통한다.

한 달쯤 전에 ‘애자일’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애자일은 몇 년 전부터 기업에서 적용하는 방법론으로 경영, 조직관리, 일 방법 분야에 두루 적용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강연자는 시간관리, 경영, 업무방식 개선, 효율 등의 키워드와 애자일을 연결해서 설명했습니다.

애자일 개념을 대강 알고 있던 터라 좀 더 깊이 있는 사례를 들으려고 신청했는데

애자일 방법론을 적용해서 성과를 얻은 대기업 사례, 매체에 공개된 정보설명해서 기대만큼 내용이 충실한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듣기에 유난히 거슬리는 내용은 생산성 부문이었습니다.

고효율, 생산성 증진, 저비용 고성과 등은 제가 관심 있게 보는 주제라서 집중해서 들었는데,

애자일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방법론을 실제 업무에 적용해서 성과를 얻은 과정보다

‘테일러리즘’을 대척점에 두고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한 시대를 휘어잡은 테일러리즘을 폄하(?)하는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강연을 마칠 무렵 질문을 받는데, 한 IT기업 사업 본부장이 이런 질문은 했습니다.

애자일, 테일러리즘 모두 장점이 있는데, 각각의 장점을 잘 활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창업 초기에는 상품 또는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합니다. 이 시기에는 테일러리즘이 필요하고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애자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생기업에서 테일러리즘과 애자일의 장점을 각각 활용할 수 있는 사례를 창업 단계별로 구분해서 조언해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강연자가 테일러리즘을 폄하한 데 거슬린 건 저뿐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무엇에 관해서 설명하거나 필요성을 납득시킬 때, 강조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고수의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하수의 방법입니다.

고수의 방법은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 예를 들면 조건, 환경 등을 파악해서 필요한 것을 설명 또는 설득하는 것입니다. 하수의 방법은 자기 생각과 다른 것들의 단점을 부각하면서 주장하는 바 또는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 것 외에 다른 것의 단점을 부각해서 내 것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시간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있다. 프레더릭 테일러와 하이럼 스미스다. 프레더릭 테일러는 1881년 최초로 지식(knowledge)을 작업 연구(work study)와 시간 연구(time study)에 적용하고 ‘일을 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프레더릭 테일러는 하루 동안 할 일, 일을 하는 과정의 표준화, 목표를 달성했을 때 높은 보수, 실적이 기준에 못 미쳤을 때 손실을 부과하는 등 과학적 관리를 완성하여 ‘과학적 관리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를 따르는 과학적 관리학파는 스톱워치를 사용해서 사람이 하는 일을 하나하나 분석하여 표준작업시간을 만들고 실제 작업에 적용했다.

이재규 지음, 《피터 드러커의 인생경영》, (명진출판사, 2007), 240쪽


테일러가 이런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여서 넉넉한 보수, 일한 만큼은 보수를 받게 하기 위해서였다.


테일러가 발견한 문제, 원인과 해결책

* 문제-원인 :
- 낮은 생산성 - 직원이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 천성적 태업, 게으름 / 조직적 태업, 작업량의 하향 평준화 - 무능한 사람이 비난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직적 태업
- 열심히 일해서 생산량이 늘어나면 시간당 급여가 줄어든다는 고정관념
- 비효율적인 관리 체제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만 손해라는 생
*테일러가 제시한 해결책
- 과학적인 관리로 공정한 작업량을 유지하고 열심히 하는 일하는 사람에게 급여를 더 주는 성과급제 시행
- 과학적 관리 방법 : 시간 관리와 동작 연구로 표준 작업방식 개발, 노동의 낭비를 막는다.


일을 하는 과정을 분석하고 여기에 지식을 적용해서 생산성을 증가시키자 예상했던 대로 제조업 노동자도 자본가와 마찬가지로 산업혁명의 수혜자가 될 수 있었다. 과학적 관리를 통해서 추측에 의한 작업 대신 시스템과 정보를 작업에 적용해서 보다 효율적인 체제를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열심히 일하기(working harder)에서 현명하게 일하기(working smarter)로 바뀌었다.

1900년대 노동집약형 산업 구조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더 많이 생산하는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가 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학적 관리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기계 부속처럼 만든다는 평가를 받으며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일방식의 변화, 시대 변화, 가치의 변화에 테일러리즘이 따라가지 못한 것은 맞다. 하지만 전통적인 시간 관리,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는 여전히 효과가 있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의 실제》에서 프레드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를 "서구 사상에 기여한 지속적인 공헌일 뿐만 아니라 가장 강력한 것이었다."라고 했다.

테일러리즘이라고 부르는 프로세스 중심의 시스템 엔지니어링은 직무를 가장 작은 하부 요소로 나누고 각각의 직무에 대한 수행 기술서를 자세히 작성하여 직무를 지원할 시스템적인 도구를 준비한 것으로 생산 과정 효율화, 성과 향상에 분명히 효과가 있다. 이 효과는 아직도 유효하다.

아브라함 메슬로우와 칼 로저스가 인간을 중심으로 한 인본주의 현상학적 이론을 산업에 적용하면서 테일러리즘은 쇠퇴했다. 중요한 것은 테일러리즘이 나쁘고 나중에 나온 인본주의, 전사적 품질관리,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시대에 따라 가치관이 바뀌면서 산업에 적용하는 방법론이 계속 발전한 것일 뿐이다.  


테일러리즘부터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 애자일까지 모든 방법론은 시간 관리와 조직 개발을 위해서 고안되었고 시대에 맞게 변화하며 발전했다.


어느 하나의 방법론에 치우치지 말고 필요한 순간에 각각의 방법론이 가진 장점을 적용해서 현명하게 일하면(working smarter) 그걸로 충분하다.  



출처

정경수 지음, 《계획 세우기 최소원칙》, (큰그림, 2018), 101~102쪽

참고문헌

이재규 지음, 《피터 드러커의 인생경영》, (명진출판사, 2007),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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