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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May 12. 2017

섞어서 연습하면 더 깊게 각인된다

과학적 공부 최소원칙

3일 동안 수학만 공부하고 그다음 날은 국사와 암기과목, 주말에는 영어를 끝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온종일 한 과목만 공부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한 우물을 파라’는 속담처럼 한 과목에 집중하는 건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온종일 한 과목만 파고들면 공부 효율이 떨어집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학생이 있습니다. 이런 학생은 공부하는 방법, 효율이 높은 공부 방법을 알고 있는 겁니다.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공부도 효율적으로 해야 합니다. 어떤 일이든지 같은 일을 반복하면 효율이 떨어집니다. 공부도 예외는 아닙니다.




인지과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인 ‘인터리빙(Interleaving)’은 공부하는 동안 여러 가지 활동을 섞어서 해보는 것이다. 운동 트레이너들은 지구력 운동과 근력 운동을 번갈아가면서 진행한다. 지구력 운동을 하면서 근력 운동에 사용한 근육이 회복할 시간을 주고 근력 운동을 하면서 지구력 운동을 하면서 사용한 근육이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이런 운동 방식은 반복적으로 과도한 운동을 하면 특정한 근육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트레이너들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터득한 것이다. 음악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방식도 비슷하다. 음계와 이론을 함께 가르치고 음악 작품까지 한꺼번에 가르친다. 이론을 배우고 음계를 배운 다음 음악 작품을 가르치지 않는다. 


언어학습 전문가 로버트 비요크는 잘 알려지지 않은 12명의 풍경화가가 그린 그림을 6개씩 고른 다음 72명의 학생들에게 컴퓨터 화면으로 그림을 살펴보도록 했다. 절반의 학생에게는 한 작가의 작품 6개의 작품을 섞어서 보여준 다음 작품 아래 작가의 이름이 적힌 작품을 다시 3초 동안 보여주었다. 그런 다음 또 다른 작가의 작품을 같은 방법으로 보여주었다.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은 같은 수의 미술 작품을 같은 시간 동안 공부했고 작가의 이름이 적혀있는 그림을 3초씩 보여주었다. 이들에게는 작가별로 작품을 보여주지 않고 뒤섞인 상태로 보여주었다. 학생들은 12명의 화가가 그린 작품을 6개씩 공부했다. 두 그룹 중 어느 그룹이 화가들의 스타일을 더 잘 구별했을까? 작품과 화가를 맞힌 비율이 작품을 섞어서 본 학생들은 65퍼센트 정도였고 화가별로 그림을 본 학생들은 50퍼센트 정도였다. 추가로 실험한 결과도 비슷했다.     

베네틱트 캐리 지음, 송정화 옮김, <<공부의 비밀>>, (문학동네, 2016), 214~216쪽


연구팀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인터리빙을 일반적인 학습 법칙으로 만들었다. 인터리빙 학습은 피아노 연주, 농구, 스케이트보드처럼 몸으로 배우는 것과 수학, 역사, 생물학 등을 공부할 때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과 복습보다 더 효과적인 학습법은 없다. 외국어를 배울 때, 역사에서 연도를 외울 때, 공식을 외울 때 몰아서 한 번에 외우는 것보다 조금씩 나눠서, 섞어서 외우면 더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

몰아서 한 번에 외우는 것보다 조금씩 나눠서, 섞어서 외우면 더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

많은 음악가들은 한 시간 동안 공부한다면 20분은 음계를 공부하고 20분은 새로운 곡을 공부하고 20분은 익숙한 곡을 공부하는 식으로 인터리빙 공부법을 적용하고 있다. 인터리빙은 수학을 공부할 때 효과적이다. 수학 시험에는 다양한 문제가 섞여 나오기 때문에 공부할 때도 여러 가지 문제를 섞어서 풀어보는 게 유리하다. 문제를 섞어서 풀다 보면 문제 유형을 빨리 파악할 수 있고 문제를 풀기 위한 공식이나 해법을 생각해내는 속도도 빨라진다.  


시간을 정해놓고 과목을 바꿔서 공부하는 학습법은 포모도로 기법과 함께 활용하면 공부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 집중력이 부족한 사람은 20분 또는 30분마다 공부하는 과목과 범위를 바꾸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성적이 부진한 과목과 성적이 좋은 과목을 섞어서 공부하는 것도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수학과 과학 과목 사이에 역사, 외국어 과목을 넣어서 공부 계획표를 만들면, 공부한 내용이 머릿속에서 섞이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어떤 공부를 하든 마찬가지다.


수학능력시험은 여러 과목의 지식을 동원해서 문제를 풀 수 있게 출제 경향이 바뀌고 있다. 수학만 공부한다면 함수, 수열,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단원을 번갈아서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섞어서 풀어보는 게 유리하다. 여러 단원의 문제를 섞어서 풀면 다양한 유형에 빨리 적응할 수 있고 공식이나 해법을 생각해내는 속도도 빨라진다.


인터리빙은 우리 뇌를 예상 밖의 상황에 빠르게 대비할 수 있도록 단련시킨다. 공부할 때 다양한 문제를 섞어서 풀면 시험 볼 때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 나와도 덜 당황하게 된다. 섞어서 공부하는 방법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



참고문헌

베네틱트 캐리 지음, 송정화 옮김, 《공부의 비밀》, (문학동네, 2016), 214~216쪽


출처

정경수 지음, 《과학적 공부 최소원칙》, (큰그림, 2020), 3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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