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식전달자 정경수 Jul 11. 2017

혁신은 회사 복도에서 나온다

커뮤니케이션의 양면성, 재택근무 vs. 정수기 효과

원격근무라는 개념이 처음 사용된 것은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전인 1973년이다. 원격근무는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미래연구센터의 잭 닐스(Jack Nilles)가 보험회사의 원격근무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이후에 앨빈 토플러가 1980년에 출판된 《제3의 물결》에서 미래사회가 정보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을 한다는 의미의 재택근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독일 연방정부에서는 국가경쟁력 강화와 행정효율과 능률 향상, 행정조직의 탄력적 운영을 목표로 원격근무자를 고용하고 자유계약 형태의 재택근무를 실행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주는 특전처럼 생각하면서 집에서 편한 차림으로 일했다. 초기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집에서 근무했지만 그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일부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매일 재택근무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고 재택근무 제도를 전사적으로 확대했다. 


재택근무를 확대한 업종 가운데 하나는 콜센터다. 콜센터 상담원들은 동료와 대화할 필요도 없고 전화로 상담이 가능하다면 집이든 어디든 상관없이 일할 수 있다. 재택근무가 여러 업종으로 확대되면서 재택근무를 선택하는 직원이 늘어났다. 사무실 문을 닫고 직원들에게 인터넷 요금과 사무용품 비용만 지불하는 회사도 있다. 직원들은 출퇴근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출퇴근에 소비하는 시간에 더 생산적인 일을 하게 돼서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인력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부족해진 일손을 보충하기 위해서 재택근무 제도를 확대해서 도입하고 있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미즈호은행 등 일본의 3대 메가뱅크는 모두 재택근무를 활용하기로 했다. 일본의 은행권에서는 2016년에 재택근무를 시험적으로 실시하여 육아와 간병을 하면서 업무를 할 수 있는 근무 방법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은행권은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서 악화된 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근무시간 외 수당을 절감할 수 있는 재택근무가 경비를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존 설리반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혁신을 원하면 교류가 필요하고 생산성을 원하면 재택근무도 좋다.”
생산성은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때 올라간다. 재택근무는 협업하면서 나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포기했다고도 할 수 있다. 아이디어와 혁신이 필요하다면 얼굴을 보면서 일해야 한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먼 거리에서도 직원들끼리의 협력이 수월해지면서 정수기 효과는 그 빛을 잃어갈 것임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정보통신 기술혁명이 계속 이어지면서 재택근무를 가로막던 장벽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직원들은 정수기 앞에서 그동안 뜸했던 동료를 우연히 만나기도 하고, 다른 동료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기도 하며, 어젯밤에 있었던 스포츠 경기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렇듯 직원들은 사무실 책상이나 회의실에서는 엄두도 못 낼 대화를 정수기 주변에서 나눈다. 정수기는 사내에서 중요한 사교 기능을 맡고 있다.

벤 웨이버 지음, 배충효 옮김, 《구글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가》, (북카라반, 2015), 159~160쪽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아이디어를 교류할 때 나온다.

생산성은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때 올라간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재택근무는 협업하면서 나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포기했다고도 할 수 있다. 아이디어와 혁신이 필요한 곳에서는 직원들이 얼굴을 보면서 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현상을 증명하는 것이 ‘워터쿨러 효과(Water Cooler Effect) ’다. 우리말로는 ‘정수기 효과’라고 한다. 사무실에서 음료를 마실 공간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를 하게 돼서 의사소통이 활발해지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직원들이 음료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온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사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야후의 CEO 마리사 메이어는 전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폐지한다는 공지를 보내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는 다시 혁신 기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끼리 얼굴을 보고 토론을 하고 같이 식사를 해야 한다. 혁신은 회사 복도에서 나온다.”



참고문헌

벤 웨이버 지음, 배충효 옮김, 《구글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가》, (북카라반, 2015), 159~160쪽

정경수 엮고 씀, 《생활밀착형 미래지식 100》, (큰그림, 2017), 42~43쪽

매거진의 이전글 디지털뱅크의 성공은 고객 관계 형성에 달려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