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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Apr 28. 2017

정보가 많다고 이해도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

문서작성 최소원칙

“레스 이즈 모어(Less is more)”

단순함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독일의 건축가 루드비히 미스 반데어로에가 처음 썼다. 건축가나 디자이너들이 격언처럼 가슴에 새기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말로 하면 ‘적을수록 많다’는 뜻이다. 쉽게 이해되는 말은 아니다. 적을수록 많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들린다. 

루드비히 미스 반데어로에는 ‘장식이나 요소가 추가되는 것보다 간결함이나 단순함을 추구하는 것이 더 풍요롭고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뜻으로 이 말을 했다. ‘간결한 것이 더 풍요롭다’ 또는 ‘간결한 것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서작성을 비롯한 잡무, 인간관계, 하지 않아도 될 말과 행동을 버리면 정말 필요한 핵심만 남길 수 있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 더 행복한 것은 아닌 것처럼 필요한 것을 제대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모습을 바꿔야 한다.    


사람들은 많은 자료를 준비해서 논리적으로 인과관계를 맺어서 보여주면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보가 많다고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기업과 학교, 모든 조직에서 마찬가지다. 자료가 너무 많으면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게 된다. 많은 자료가 올바른 결정을 돕는 게 아니라 계속 모호해지고 이걸 선택할까, 저걸 선택할까 고민만 늘어난다. 


오죽하면 ‘정보 과잉’이란 말까지 생겨났을까. 정보 과잉은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정보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위험 요인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수히 많은 정보를 이용해서 위험 요인을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위험을 높이는 쪽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정보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위험 요인이 늘어난다.

      

심리학자 베리 슈워츠는 《선택의 패러독스(Paradox of Choice)》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불만족하게 되고 더 나아가 선택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고 했다. 이것저것 선택지가 많으면 고르는 즐거움을 느낄 것 같지만 정 반대의 상황이 일어난다.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으면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오히려 선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간결하고 단순한 문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1장짜리 보고서를 써본 사람도 있고 필요한 내용만 기획안에 담으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다. 간결하고 명료한 문서를 단순히 물질적인 양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제안서를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제안서와 발표용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 때 ‘간결함’보다는 ‘있어 보이는 모양’에 치중하게 된다. 단순히 디자인적인 의미가 아니다. 서너 개의 화면으로 내용을 압축해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데 성공했을지는 모르지만 제안서를 발표하는 시간이 15분으로 정해져 있다면 발표를 참관하는 사람은 같은 화면을 5분 동안 보고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말하는 간결함이란 주어진 15분을 최대한 활용하여 핵심적인 정보를 적절하게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적을수록 좋다’고 주장하는 조셉 맥코맥이 지은 《간결한 소통의 기술 브리프》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간결하다는 것은 시간이 실제로 얼마나 걸리는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건 듣는 사람이 얼마나 길다고 느끼는가죠.”     

조셉 맥코맥 지음, 홍선영 옮김, <<간결한 소통의 기술 브리프>>, (더난출판사, 2015)


GE에서 ‘1 Page Report’ 문화를 정착해 나가는 과정에 이런 일이 있었다. 과거의 방식으로 문서를 작성하던 사람들은 한 페이지에 내용을 모두 넣는 게 어려웠다. 전달하고 싶은 내용은 많은데 한 페이지로 제한돼서 결국 글자 크기를 줄였다. 

여러 페이지에 전달하던 내용을 그대로 한 페이지에 몰아넣은 것이다. 내용을 압축해서 표현하지 못하고 글자 크기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잭 웰치 회장이 지시한 ‘1 Page Report’는 만들었지만 본질과는 어긋난 문서가 돼버렸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것은 하고 싶은 말이 하나도 없다는 것과 같다.” 비즈니스 문서에는 핵심적인 주장 하나만 효과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애써 찾은 자료들을 버리기 싫어서 어떻게든 문서에 넣어서 보여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문서를 작성하면서 핵심에서 벗어나는 내용은 버려야 한다. 처음에는 핵심 메시지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서 넣었더라도 다른 자료들과 비교해서 핵심 메시지와 연관성이 떨어진다면 과감하게 삭제해야 한다. 


어렵게 찾은 자료, 공들여 작성한 내용이라도 문서의 목적·핵심 메시지와 연관성이 떨어진다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연관성이 떨어지는 내용을 제외할수록 문서는 단순, 명쾌해지고 주장에 대한 논리도 확실해진다.     

정보는 넘쳐나고 해야 할 일, 특히 허드렛일이 많다. 시간은 한정돼 있고 세상은 계속 복잡하게 돌아간다. 복잡해질수록 핵심을 가려내기는 어렵다. 넘치는 정보와 해야 할 일이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함’, ‘간결함’이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핵심 키워드는 단순함과 간결함이다. 



참고문헌

조셉 맥코맥 지음, 홍선영 옮김, <<간결한 소통의 기술 브리프>>, (더난출판사, 2015)

베리 슈워츠 지음, 형선호 옮김, <<선택의 패러독스>>, (웅진닷컴, 2004)

정경수 지음, <<문서작성 최소원칙>>, (큰그림,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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