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05 #일일일그림
겉으로 보기에 뚜렷이 달라진 점은 없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여기서 ‘꾸준히’란 ‘컨디션 안 좋으면 일주일 넘게 두문불출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주섬주섬 챙겨입고 헬스장 문앞까지 간다’는 뜻으로, 어쩌다보니 2주 이상 운동을 안 가면 몸이 무겁다고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 몸은 얼마나 예리하고 정확한지. 2주 정도 쉬다가 불어난 몸만큼 무거운 죄책감을 지고 사이클 앞에 앉으면 다리는 내 몸에 붙어있는 부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데면데면하게 다리가 페달을 굴리는 걸 보다가 그나마 몇 가지 친해진 기구들에 가서 집적거리다 온다.
트쌤은 요즘 새 지점의 점장이 되면서 어마무시하게 바빠졌고, 피티 수업은 한 달에 서너 번 정도 받고 있다. 몇 번 보지 못하는데도 볼 때마다 이슈가 주렁주렁이다. 준비 기간 동안에는 경쟁업체에서 나왔을 걸로 짐작되는 사람들이 몇 번이나 구청에 신고를 하고 민원을 넣는 바람에 세무서, 구청을 비롯해 법원에도 다녀왔고 새벽까지 온갖 전화에 시달린다더니, 오늘은 비가 와서 물이 샌다고 한다. 쉬운 일이 없다.
여튼, 오늘은 어깨 후면 운동을 했다. 지난 주에도 어깨 후면과 측면을 했고, 그 지난 주에는 어깨와 등이었던 것 같은데… 어깨가 무럭무럭 자라는 것 같다 했더니 트쌤이 기다렸다는 듯이 얘기했다. “안그래도 저랑 운동하시는 회원님들이 다 등이 넓어지고 있어요! 너무 좋지 않나요? 옷을 입으면 살짝 끼는 느낌이 든대요. 누구 회원님도 그랬고, 누구 회원님도 그랬어요. 우리 회원님도 이렇게 뒤에서 보면 등이 확실히 좋아졌어요!” 이쯤에서 ‘좋다’는 말의 뜻을 짚고 넘어가야겠지. “좋아졌어요?” “네! 넓어졌어요!”
역시 그랬구나. 어째 옷태가 부쩍 안 난다 했다. “키가 커서 어깨가 커지면 떡대 있어 보일까봐요.” 살짝 우려를 비쳤더니 오히려 좋단다. 키가 크면 근육이 길고, 근육이 긴 사람들은 그만큼 부피가 커지기 힘든데 아주 운동을 잘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등이 넓어졌다는 말을 열 번 정도 듣고나니 뿌듯한 한편 뭐라 말할 수 없는 찝찝함이 올라오긴 했지만, 넓어진 건 좋은 거고 넓으면서 슬림해지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 머리로는 다 아는데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다.
#라면먹고싶다는얘기
#1일1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