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려면 2

이장미, <달에 간 나팔꽃>

by 숨님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자꾸 망설이고 있습니다.

반짝반짝 윤이 나고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포도가 저기 눈에 보이는데, 발을 아무리 뾰족하게 세우고 몸을 늘려봐도 손이 닿지 않아요. ‘저건 먹어봤자 시기만 하고 맛없을 거야’라며 발을 돌리는 여우처럼 지레 포기하고 싶어 집니다. 하면 안 되는 이유만 생각해내며 제동을 겁니다. 스스로에게 묻게 돼요.

‘정말 하고 싶은 거 맞아?’

나팔꽃은 밤 동안 꽃잎을 꼭꼭 오므리고 있다가 해가 뜨면 활짝 피어납니다.

어느 날, 나팔꽃은 밝은 하늘에 걸려 있는 희끄무레한 낮달을 보고 달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엔 그냥 가 보고 싶다가 곧 ‘꼭’ 가 보고 싶어 지더니, 희망사항은 이윽고 ‘다짐’이 되지요.

나팔꽃의 다짐은 끈질기게 이어집니다.

꽃이 시들어 열매가 되고, 씨앗이 되어 흙 속에 묻혀 펑펑 눈 내리는 날을 지내는 동안에도

나팔꽃은 달에 갈 것을 다짐합니다.



원하는 것을 당장 손에 넣을 수 없을 때, 영영 닿지 않을 것 같을 때에도 좌절하거나 시들지 않고 주어진 삶을 묵묵히 살아내는 건 어떻게 하는 걸까요. 흙 속에서도 눈 속에서도, 뿌리도 줄기도 내뻗지 않은, 겉으로는 일견 죽은 것처럼 보이는 때조차 다짐을 잊지 않는 건 또 어떻게 하는 걸까요. 드디어 도착했다고 여겼는데, 아직도 달이 아주아주 멀리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팔꽃이 줄기를 뻗어갑니다.
우주를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나팔꽃 줄기가 말을 거는 것만 같습니다.
너는 무얼 원하니?
그것을 위해 지금 무얼 하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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