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케셀만, 바바라 쿠니 <엠마>
원래 에너지 넘치는 사람은 아닙니다.
밤 10시, 일과를 마치고 아이들이 잠든 방에서 살그머니 빠져나와 다리를 뻗고 앉으면
생체 배터리 잔여량에 빨간 선 한 가닥만 간신히 보이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들이 두서없이 떠오릅니다. 일기도 쓰고, 뜨개질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읽고 싶은 책과 읽다 만 책들이 쌓여 식탁 한 구석을 점령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 넘었어요.
오늘도 머리에서 내리는 명령을 팔다리가 따르지 않는 밤이 지나갑니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엠마 할머니는 그 어려운 걸 하시네요.
고양이 호박씨와 함께 햇볕을 쬐며 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를 듣는 엠마 할머니.
현관 문턱까지 쌓이는 눈을 바라보기 좋아하는 엠마 할머니.
하지만 이해해 주는 이 없이 외로웠던 할머니는 어느 날,
마음이 움직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일어나 나갑니다.
그리고 날마다 자신이 해낸 것을 보며 빙긋이 웃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사실 많은 것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곰곰이 생각해 본 후 일단 일어나 나가는 힘이 아닐까요.
원하는 것을 마련하여 돌아오는 엠마 할머니의 얼굴을 보세요.
허리를 쭉 펴고 걷는 엠마 할머니의 표정을 보면 저절로 속이 시원해지고,
뭐라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부풀어 오릅니다.
그리고 내가 한 것을 한 발 물러나 바라보는 거예요.
생각만 하던 때의 나와 행동하는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