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이 가는 곳

by 숨님

앞서가던 아이들이 자리에 멈춰 섰다. 가을장마인지 태풍인지 비가 많이도 내리는 오후였다. 고만고만한 키의 어린이 넷이 동시에 우뚝 서서 도로 한곳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펼친 우산들의 어깨가 나란히 모여 길 한 모퉁이가 꽉 찼다.


“저기 풍선이 있어요!”

아이들의 시선 끝, 비 오는 왕복 6차선 도로 가운데 어지럽게 얽힌 차들 사이에 풍선이 있었다. 말간 하늘색 풍선은 커다란 투명 빗자루 끝에 달린 것처럼 살랑살랑 바람을 타고 있었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고 정차 중이던 차들이 부릉부릉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풍선은 용케도 자동차 바퀴 사이로 요리조리 떠다녔다. 아이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거나 말거나 사라졌던 풍선이 힐끗 보일 때마다 우산을 든 채로 폴짝폴짝 뛰며 환호했다. “와! 안 터졌다!”

트럭이 지나갔다. 붕-. 우리는 숨을 죽였다. 트럭의 몸체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풍선이 몸을 슬쩍 빼듯이 옆 차선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가장자리 차선보다 차가 많이 다니는 가운데 차선이었다. 서너 대의 차가 연이어 지나갔다. 이번에야말로 터지겠구나. 엄마 둘과 아이 넷. 우리는 다시 숨을 참았다. 우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쉴 새 없이 퍼붓는 빗속에서 열두 개의 눈이 풍선을 좇았다. 터지기를 기다리는 건지, 안 터지기를 기도하는 건지 모를 순간이었다.

풍선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우리는 길모퉁이에 서서 거의 차도 쪽으로 몸을 기울인 채 풍선을 찾았다. “어디 갔지? 앞으로 갔어?” 그새 빗줄기는 더 굵어졌고, 빗소리에 차들 소리까지 섞여 아이들은 소리를 질러야 했다. 시끄러워서 터지는 소리를 못 들은 게 아닐까. 부지런히 도로 위를 눈으로 훑으며 하늘색을 찾던 그때였다. “어! 저기 있다!” 가리키는 손가락을 좇아 고개를 들었다.

풍선은 하늘 위에 있었다. 흐린 하늘 한가운데에, 빗줄기도 상관없다는 듯이 유유히 떠올라 높이 더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 터질 거야,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보란 듯이 하늘 위로 살랑살랑 거칠 것 하나 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되어 풍선이 안 보일 때까지 하늘을 바라보았다.